▲ 당뇨병 환자뿐아니라 복부비만자나 체중이 정상의 20%를 초과한 사람 등은 정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이런 사람 혈당검사 꼭!
당뇨병 환자의 50~60%는 별다른 증상 없이 우연한 기회에 혈액검사를 받다가 발견된다고 한다. 때문에 당뇨병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반드시 1년에 한두 번 혈당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 결과 혈당이 높은 편에 속하면 식사습관이나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 여러 가지 부분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 △30대 이후 체중이 5kg 이상 증가한 경우 △복부비만자(남성은 배 둘레가 90cm 이상, 여성은 80cm 이상일 때) △살이 쪄서 정상체중의 20%를 초과하거나 체질량지수가 25kg/㎥ 이상인 사람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을 오래 복용 중인 사람 등이다.
# 당뇨병 전 단계, 내당능장애
다른 병처럼 당뇨병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쉽다. 예를 들어 당뇨병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 상태에서 발견하면 치료가 쉽다. 외국의 임상 사례에서도 내당능장애 환자가 식사와 운동에 신경을 쓰면 60%에서 혈당이 정상화된다는 보고가 있다.
내당능장애는 공복 또는 식후에 고혈당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당뇨병이 생기기 전의 단계로 어떻게 혈당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정상이 될 수도, 당뇨병이 될 수도 있다. 공복시 혈당이 115~139㎎/㎗, 식후 2시간째 혈당이 140~199㎎/㎗이며 식후 30~60분이 지났을 때 혈당이 정상치인 200㎎/㎗를 넘으면 내당능장애로 볼 수 있다. 다른 용어로는 당불내성이라고도 한다.
‘국민병’이라고 할 만큼 당뇨 환자가 많은 것처럼, 전문가들은 내당능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본다. 비교적 젊은 30대의 경우 10%가 당뇨병이고 다른 10% 정도는 내당능장애로, 30대 인구 10명 중 2명이 이미 당뇨에 노출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심장과 순환계 등에 미치는 손상은 이미 내당능 장애 단계에서 시작되는 만큼 혈당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당능 장애에서 혈당조절이 잘 되면 제2형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내당능장애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다음이나 다뇨, 다식 등은 당뇨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주요 증상일 뿐, 내당능장애에서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혈당검사를 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 인슐린저항성증후군
인슐린저항성증후군이란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더 정확하게는 인슐린 수용체의 수가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못해 혈당이 상승한 상태를 말한다.
인슐린 수용체는 세포의 겉에 있는 일종의 단백질로, 인슐린이 세포 내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포 겉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Insulin Receptor)와 결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슐린이 많이 있어도 수용체가 없으면 인슐린이 활동을 하지 못한다. 즉, 인슐린 수용체가 없거나 부족해도 인슐린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혈당을 조절하지 못해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슐린저항성증후군의 원인으로는 비만이나 운동 부족, 열량 과잉 섭취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비만한 사람은 몸 안에서 필요한 양이 많아지는 만큼 인슐린의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인슐린의 양이 증가하면 몸 안에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인슐린 수용체의 수를 줄이려고 한다. 만약 오랜 기간 계속 비만을 유지하면 인슐린 수용체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이로 인해 혈당이 오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즉 성인당뇨가 생긴다.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만큼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몸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인슐린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대사증후군이 되기 쉽다. 혈압이나 복부비만, 혈당, 고밀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5가지 중 3가지 이상이 기준치보다 높은 상태가 ‘대사증후군’이다.
# 식사습관부터 점검하라
만약 내당능장애, 인슐린저항성증후군 등이 발견되면 식사습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밥이나 빵 등을 통해 섭취한 탄수화물은 몸속에서 분해돼 포도당으로 전환되고, 이 포도당이 많아지면 혈당치가 상승한다.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탄수화물 함량이 다르므로, 매 식사마다 어떤 식품을 어느 정도 먹느냐에 따라 혈당치 증가 정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생활’이다. 혈당의 변동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사와 식사 사이는 4~5시간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식사속도가 너무 빠르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시간을 20분 이상으로 잡아 천천히 식사하고, 양은 조금 적은 듯이 먹는다.
곡류와 과일은 당질이 많으므로 현재보다 조금 줄인다는 생각으로 먹는 게 좋다. 반면 고기나 두부, 생선 등의 단백질은 적당량을 섭취하고 있는지 본다. 단백질이 탄수화물의 흡수를 늦춰 혈당이 서서히 오르도록 돕는다. 단, 지방이 많은 단백질 식품보다는 살코기나 달걀흰자, 해물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주 3회 가벼운 운동을
운동을 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운동을 하면 인슐린이 양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더라도 그 기능이 활성화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할 때는 격렬한 운동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규칙적으로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운동이 가장 좋다.
이미 당뇨병인 경우에는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산, 수영 등의 격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혈당이 더 올라가므로 주의한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 중에 저혈당 상태가 될 경우를 대비해 사탕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만약 운동 중 두통, 식은땀, 의식 저하 등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운동을 중단하고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또 부분적인 운동보다는 걷기 같은 전신운동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운동 시간대는 혈당이 많이 올라가는 식후에 운동을 해야 혈당 조절 효과가 뛰어나다. 운동 횟수는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운동 효과가 48시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 잘 풀면 걱정 없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우 신속하게 아드레날린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 각종 대사 과정이 빨라지고 혈압도 약간 상승한다. 또한 저장되어 있던 포도당이 간과 근육으로부터 방출되어 혈당이 오른다.
실제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등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과다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인 직장인이 주중에는 혈당이 높다가, 편하게 집에서 휴일을 보낼 때는 혈당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돼 갑자기 혈당 수치가 오를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이나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 것,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 △자신을 위하여 잠시 쉴 것, △긴장을 풀고 심호흡을 할 것 등이 권장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
섬유질 많은 해조 버섯류 ‘최고’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좋아하면 시간이 갈수록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당뇨병, 심장병, 담석 등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당뇨병이나 비만 등이 염려된다면 평소에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는 채소나 과일, 해조류, 버섯류처럼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이 대표적이다. 섬유질이 영양의 흡수속도를 생리적인 수준, 즉 치아나 위, 소장, 대장, 간장 등의 인체기관이 무리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조절해 준다. 영양분이 천천히 흡수되면 당분의 흡수속도가 완만해 인슐린의 분비, 기능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고 서서히 올리는 식품을 저혈당지수 식품이라고 한다.
빈속에 음식을 섭취한 후 2시간 동안의 혈당치 상승률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혈당지수(GI)다. 섭취 후 혈당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포도당의 혈당지수 100을 기준으로, 혈당지수가 70 이상이면 고혈당지수 식품, 56∼69는 중혈당지수 식품, 55 이하는 저혈당지수 식품으로 구분한다. 곡류와 빵·면류를 예로 들면 백미나 흰 밀가루, 옥수수, 소면, 라면 등은 고혈당지수 식품이고 보리, 통밀, 메밀국수 등은 저혈당지수 식품이다.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 파인애플, 수박 등이 혈당지수가 높은 편이다.
한 가지, 그렇다고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만 너무 먹으면 영양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럴 때는 고혈당지수 식품이라도 양을 줄여서 먹고, 섬유질이나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주식은 백미밥보다는 현미밥, 잡곡밥이 좋다. 빵을 먹을 때도 흰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는 통밀, 보리 등의 잡곡을 넣어서 만든 빵이 좋다. 면 중에서는 흰 면보다는 메밀, 칡 등을 넣어서 만든 것이 낫다. 반찬은 콩이나 콩제품, 생선, 채소, 버섯, 해조류 위주로 먹으면 되고 소스류는 버터나 마가린, 마요네즈 대신 간장, 식초 등을 이용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먹었을 때 강한 단맛이 바로 느껴지는 사탕이나 주스, 청량음료 같은 식품은 혈당지수를 급격하게 올리는 식품인 만큼 삼가는 것이 좋다.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도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섭취 칼로리의 60%를 탄수화물로 하고, 단백질과 지방은 20%씩 배분하는 것이 적당하다.
지방 섭취량 역시 줄인다. 지방 섭취량은 전체 섭취 열량의 30% 이내가 적당하고,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의 섭취는 전체 열량의 10% 이내가 좋다. 불포화지방산은 생선이나 견과류 등에 많이 들어있다. 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데는 튀김이나 볶음요리를 피하고, 기름기 많은 중국음식을 삼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과음이나 과식, 흡연 등을 삼가야 한다. 하루 2잔 이상 소주를 마시면 대사증후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