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월 29일) 아침 일찍 클리블랜드로 향합니다. 클리블랜드에서 4일 동안 ‘트라이브 온 투어(Tribe on tour)’가 열리거든요. 한마디로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 자리인데 매니 액타 감독과 과거 클리블랜드 전성기를 이끈 마이크 하그로브 감독, 그리고 저와 외야수 마이클 브랜틀리, 내야수 맷 라포타, 투수 토니 십 등이 함께 참여할 예정입니다. 팬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질텐데요, 분명 팬들은 이런 질문을 해올 겁니다. “추, 당신은 인디언스에 계속 있을 건가요?”
오늘 클리블랜드의 간판 타자이자 저랑 절친한 사이즈모어의 트레이드설이 기사화됐습니다. 훈련장에서 만났을 때는 서로 그런 기사가 나왔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물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이 기사를 보고 많이 속상했습니다. 만약 사이즈모어가 트레이드된다면 정말 암울해질 것만 같아서예요. 올 시즌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이 사이즈모어의 활약입니다. 그 친구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저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어린 선수들과 함께 클리블랜드의 리빌딩이 정착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가 없으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 중인데, 자꾸 머리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 전할게요. 요즘 체중이 쑥쑥 빠지고 있어요. 앞으로 3㎏ 정도만 더 빼면 이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다보니 체중은 신경 안 써도 저절로 빠지는 것 같네요.
김병현 선배마저 일본에서 뛰게 되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정말 메이저리그에는 저 혼자만 남게 되었네요. 외롭고 힘이 빠지기보다는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책임감이 더 강해지는 것 같고 마이너리그에 있는 후배들한테 뭔가 힘이 돼 줘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곰곰이 따져 보면 메이저리그를 거쳐 간 선배들 중에서 제가 제일 오랫동안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마이너리그에서 버틴 경험과 깨달음 덕분에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이 두렵기보다는 점점 기다림으로 채워집니다.
제가 마이너리그 시절 메이저리그 중계를 통해 본 김병현 선배의 모습은 전설 속에 있는 만화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피닉스에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솔직히 인간적인 매력에 반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 같았거든요. 저보다 많은 경험을 하신 분이라 야구 외적인 부분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오랫동안 마운드를 떠나 있었던 게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비록 미국이 아닌 일본일지라도 그분이 핵잠수함의 위용을 다시 펼쳐 보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최근에 형수님께서 딸을 출산하셨다는 얘기 들었어요.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정말 딸을 소원하는 저로서는 너무 너무 부럽다는 말씀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번 일기를 통해 우리 셋째가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병원에서 진찰해본 결과 다행히(?) 쌍둥이는 아니었습니다^^. 태명은 ‘래미’가 아니고 ‘미미’이고요. 물론 아직 성별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딸을 원하는 아빠의 간절함 때문에 제 마음대로 여자 아이 태명을 지었어요.
한국은 설 명절을 맞아 분주하겠네요.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새해 진짜로 복 많이 받으세요^^.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