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상무(왼쪽), 정의선 부사장 | ||
이 상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이고, 정 부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들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42년 생으로 올해 나이 63세다. 또 정몽구 회장은 38년생으로 올해 나이 67세다.
때문에 이들의 후계구도는 진작부터 재계의 관심사였다. 이 상무는 37세, 정 부사장은 35세로 경영에 참가한 지 몇 년 되지 않은데다 아직도 지분 이전 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이는 등 후계구도 완성에 뜸을 들이고 있는 처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외활동에 나서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전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장외에서 더 주목받은 것은 이재용 상무였다.
지난 10월17일 이 상무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야구단의 응원차 잠실 구장을 찾았고 덕아웃에까지 내려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관람석에서만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노출되는 ‘부담’을 감수하고 직접 덕아웃에까지 내려온 것.
이는 삼성에서 그가 삼성그룹 내에서 갖고 있는 위상을 밖으로 드러내는데 별다른 부담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지난 7월15일 공식출범한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사 S-LCD의 등재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법적으로 경영에 책임지는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 그것도 자본금 2조1천억원에, 삼성이 LG-필립스 연합군에 수성을 외치며 소니와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신규합작법인의 경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쪽에선 소니쪽에서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상무의 이런 넓어진 보폭은 최근 가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이 상무에 대한 삼성계열사 지분 이전과 관련된 송사에서 이 상무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는 등 이 상무의 운신폭을 죄고 있던 ‘편법 사전 상속’ 시비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지난 9월 말 대법원은 삼성SDS가 “이재용씨 등 특수관계인을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여지는 있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삼성쪽 주장이 인정받은 셈이다.
이 상무의 편법 상속에 대한 또 하나의 뇌관이었던 지난 97년 9월 발행된 삼성전자의 사모전환사채 1백20만1천6백57주가 지난 8월 말 ‘마침내’ 상장됐다. 이번 물량 중 90만여 주가 이 상무의 몫이다. 이 주식의 발행가는 4만9천9백31원. 요즘 주가는 44만원대. 거의 10배 가까이 오른 값이다. 때문에 이 상무는 이 주식을 처분할 경우 3천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이 상무에 대한 재산 승계작업이 완료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회장보다 네 살 많은 정몽구 회장은 삼성가에 비해 2세 승계 작업에 더 공격적이다. 지분 이동은 삼성보다 덜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경영일선 투입은 삼성보다 빠르다.
이재용 상무가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수업에 들어간 데 반해, 정의선 부사장은 지난 99년 현대자동차 영업지원 사업부장으로 경영에 첫발을 디뎠다.
이어 2000년 이사 승진, 2003년에 부사장 승진으로 이 상무보다 경영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사장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아차 기획실장 자격으로 기아차의 동유럽 진출을 직접 이끌고 있는 것. 정 부사장은 지난 8월 기아차의 동유럽공장인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열린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응하는 등 ‘경영활동’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 10월에도 현지를 방문, 공사현장을 점검하는 등 현대차가 전략지역으로 삼고 있는 유럽-중국-인도-미국 등 글로벌 탑5를 실현하기 위한 현지 진출 프로젝트의 한 축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또 정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갖고 있는 현대차 지분은 미미하지만, 현대 계열사 중 운송과 부동산 건설을 관할하는 글로비스가 정 부사장이 확실한 1대주주이고, 현대차 납품업체인 본텍도 수백억원대의 순익을 내는 등 현대차 본류 진입을 대비한 부의 크기를 착실히 늘리고 있다.
본텍의 덩치가 커질 경우 현대차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시도가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정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된다.
정 부사장이 글로비스의 60% 지분을 갖고 있고, 글로비스가 본텍의 30%, 또 정 부사장 개인명의로 본텍의 지분 3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 부사장이 내년 초 현대-기아차 통합 기획총괄본부 본부장으로 영전될 가능성도 크다.
기획총괄본부장은 현대차의 정순원 전 사장이 맡던 보직. 정 사장이 현대차 계열사인 로뎀으로 전근가면서 그 자리가 비어있다. 정 사장이 사장급이었던 만큼, 일각에선 내년 주총을 전후해 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총괄 기획본부장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주요 계열사중의 한 곳에 등재이사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재계의 양대 기둥으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과 현대그룹의 오너들이 2세 승계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 후계자들을 두고 누가 더 기업경영을 잘할지, 비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