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진행, 오지환, 손승락, 이병규. 사진제공=한화이글스. 사진제공=LG트윈스.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 |
올 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최대 화두는 단연 오지환이었다. LG 신연봉제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그는 400%의 파격적인 인상률을 기록하며 연봉 1억 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 시즌, 신인으로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홈런 13개, 타점 61점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오지환은 그 비결로 ‘자신감’을 꼽았다. “코치님께서 신인으로서 패기 넘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매 경기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섰고, 다행히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반면, 수비에선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오지환은 8개 구단 전체 실책(27개) 1위, 삼진(137개) 1위에 올랐다. 그 역시 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경기고 시절 주로 투수로 활약한 그였기에 내야수로서 필요한 기본기가 매우 부족한 상태였던 것. 때문에 올 시즌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단다. “투수는 큰 근육이 많은 반면 야수는 잔 근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걸음걸이부터 짧게 바꿨다. 혹시라도 잔 근육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훈련을 마치고 좋았을 때의 느낌, 나빴을 때의 느낌을 기록하고 ‘왜 그랬을까’ 생각해본다고. “계속 쓰다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지난 시즌엔 조급함 때문에 실수도 많았지만 이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
이병규 ‘이미지 스윙’
3할 타율, 12홈런, 53타점, 57득점. 2010년 ‘작은 이병규’가 폭발했다. 신고선수(연습생)로 입단해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한(351.4% 인상, 1억 원) 그. 1억 연봉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1군 무대에 계속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던 난데 설마 1억 연봉을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웃음을 보인다. 주위에서 그에게 파격적인 연봉 인상이 있을 거라 이야기했지만 ‘설마’하며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고.
이병규는 “프로 들어와서 그렇게 많은 경기에 출전한 게 처음이었다. 매 경기 매 타석이 내겐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자리였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분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구단에 감사를 전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연습생 신분으로 LG에 들어간 그는 2군 경기 도중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며 어렵게 1군 무대에 올랐다.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설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고. 또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한 타격 연습은 그의 방망이를 춤추게 했다. “매일 각 구단 투수들의 공을 떠올리며 타격연습을 한다. ‘이미지 스윙’이 실전에서도 통하더라.”
손승락 ‘선발=마무리’
2010년은 손승락에게 뜻 깊은 한 해였다. 경찰청 제대 후 팀의 주전 마무리로 깜짝 변신한 그는 ‘구원왕’ 타이틀과 함께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3500만 원이던 그의 연봉은 1억 3000만 원(271.4% 인상)까지 치솟았다. 지난 시즌까지 마무리 경험이 거의 없던 그가 ‘구원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선발이든 마무리든 마운드에 올라 자신 있게 공을 뿌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초반엔 적응이 안됐지만 종반으로 가면서 자연스레 마무리에 적합한 몸 상태가 되더라.”
그의 ‘선발=마무리’ 공식은 올 시즌도 유효하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스프링캠프에 앞서 손승락의 선발 전환을 선언했지만 걱정되지 않는다고. “현재 몸을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보직 결정은 보름 정도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어떤 보직이든 그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자신 있게 던질 생각이다.”
넥센은 손승락을 대체할 마무리를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의 바통을 이을 선수를 한 명 꼽아달란 질문에 손승락은 송신영을 꼽으며 “워낙 베테랑이시라 히어로즈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실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진행 ‘야간 스윙’
하와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1월 7일, 최진행은 3000만 원에서 233.3%(7000만 원)가 오른 연봉 1억 원에 재계약을 완료했다. 입단 8년 만에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한 것. 최진행은 “막연하게 ‘억대 연봉을 받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현실이 될진 몰랐다”며 입을 열었다. 연봉 계약 이후 가족들과 함께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단다.
김태균과 이범호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던 ‘초보 4번타자’의 지난 시즌 성공 비결은 ‘야간 스윙’에 있었다. “야간 훈련 끝나고 밤에 혼자서 스윙 연습을 한다. 횟수는 상관없이 좋은 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4번 타자란 부담감을 연습으로 지웠다.” ‘야간스윙’의 성과는 놀라웠다. 타석에 들어가 머릿속을 비우고 방망이를 휘두르자 자연스레 좋은 스윙이 나왔던 것. 출전 기회가 많아질수록 타격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단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는 것. “한 경기도 놓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올 거라 본다. 올해는 꼭 가을야구 무대에 서보고 싶다. 응원해주시라.”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