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마의 지지도 5% 돌파하며 복병 부상…정세균 추월하고 ‘빅3’ 합류할 수 있을지 촉각
여권 대선 경쟁 구도에 돌출 변수가 발발했다. 메가톤급 태풍으로 격상한 이른바 ‘이준석 현상’이 공고하던 빅3 구도마저 흔들었다. 지지율 1∼2%에 그치던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기존 여권 삼각편대가 ‘1강(이재명)-1중(이낙연)-다약(나머지 후보)’으로 재편될 조짐까지 보인다. 여권 대선 경선에서 세대교체론이 상수가 될 경우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용퇴론’도 재점화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 당 강경파를 주도했던 운동권 그룹의 전면적 쇠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나간 이재명, 추격전에 나선 이낙연, 뒤처지는 정세균….’
6월 정국 변화된 여권 빅3 구도다. 그사이 여권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깜짝 부상했다. 복수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오차범위 내 앞선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6월 11∼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범여권 주요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박 의원은 6.1%로, 이재명 경기도지사(31.6%)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5.0%)의 뒤를 이었다.
박 의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5.5%), 심상정 정의당 의원(4.8%), 정세균 전 총리(4.2%), 이광재 민주당 의원(2.5%) 등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에 불과했지만, 이준석 현상 직후 지지도 추세 변화가 감지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조사는 6월 14일 공표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박 의원은 6월 9일과 13일에 각각 공표된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의뢰) 조사(5∼7일)와 PNR리서치(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조사(12일)에서도 5.3%와 6.9%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의도 안팎에선 박 의원이 오차범위 내 우세이긴 하지만 ‘마의 5%’ 지지도를 돌파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에 몸담았던 여당 의원실 한 보좌관은 “통상적으로 지지도 5%를 돌파한 후보는 다크호스로 분류된다”며 “5%까지 도달하기가 힘들지, 그 이상을 웃돌면 두 자릿수 돌파는 한층 수월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여야 관계자도 “이준석 현상이 거세질수록 박 의원의 행보나 정책 등이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MZ(1980~200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세대 반란의 ‘연쇄 파동’이다. 여의도에선 MZ의 전면적 등장이 ‘4·7 재보궐 선거 야당 압승→국민의힘 이준석호 출범→박용진 등 젊은 정치인의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MZ세대 출현이 정치권의 제1∼3차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연쇄 파동 확장 여부에 따라 정세균 전 총리의 조기 이탈과 강경파 운동권 퇴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장 당 일각에선 이준석 현상이 정치권을 흔들자 “세대교체 물꼬를 터주지 못한 86그룹의 역할은 끝났다”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청년 당직자는 “86그룹이 당 혁신에 방해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현상이 장기간 지속할 땐 여권 대권 구도가 ‘1강-1중-다약’을 넘어 ‘1강(이재명)-2중(이낙연 박용진)’ 내지 ‘2강(이재명 박용진)-1중(이낙연)’ 등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는 기존 '빅3'와 박용진 의원 이외에도 이광재·김두관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10명 안팎이다. 이에 따라 6명을 우선 뽑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컷오프)부터 3위 선점을 향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빅3 이외에 박용진·이광재·추미애 등이 해볼 만하다고 봤는데, 이준석 변수로 빅3부터 다시 판세 분석을 해야 할 판”이라고 전망했다. 친노(친노무현)계 한 인사는 “두 차례 기회를 맞았던 당내 세대교체 분기점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었다”라며 “이번에도 놓치면 앞으로 기회가 와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 인사가 말한 두 차례 기회는 지난해 민주당 8·29 전당대회와 4·7 재보선 이후다. 민주당 8·29 전당대회 때 97세대 박주민 의원이 출마를 준비했다가 끝내 포기했다. 청년 당원들이 기대한 ‘박주민 당 대표·박용진 대선 후보’의 시너지효과가 무너진 셈이다. 박주민 의원은 4·7 재보선 기간 되레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올려 받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파문은 여권 침몰을 재촉했다.
4·7 재보선 이후엔 민주당 초선 5적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가 강성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폭탄을 받고 꼬리를 내렸다. 민주당 전 당직자는 “젊은 의원들의 사고가 더 낡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당 안팎에서 박용진 부상을 ‘민주당의 세대교체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용진 바람’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친문계 핵심 의원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박 의원을 공식 지지하는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여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다크호스 박용진의 역할은 빅3 구도의 재편까지다. 1강-1중-다약으로 재편할 수는 있어도, 중위권으로 도약하기는 당내 구조상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박용진 의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스탠스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말한 소신파다. 박용진 바람의 근원은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중도층인데, 이들이 당내 경선 선거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중도층 선거인단이 강경파로 무장한 권리당원 80만 명가량을 뛰어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정세균 전 총리를 빅3에서 이탈하게 한 것만으로도 일종의 바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권의 기존 빅3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들은 다시 점화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월 1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한 6·15 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토론식에 참석한 후 “약장수가 가짜 약 팔던 시대는 지났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낙연 전 대표 측 핵심 인사인 정운현 공보단장은 “본인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동료·동지를 사실상 인간쓰레기 취급한 셈”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세균 전 총리나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도 “대선 경선 연기를 논의하자”며 반이재명 연합군에 올라탔다. 대선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후보는 이 지사와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중진은 대선 룰 연기에 대해 “시점상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다만 대선 룰 변경 요구는 사실상 판 흔들기 효과가 있는 만큼, 당분간 반이재명계의 공세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이재명계 중 가장 급한 쪽은 정세균 전 총리다. 애초 5월 내 두 자릿수 지지도 돌파에 자신감을 내비친 정 전 총리 측은 이준석 신드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부적으로는 위기 타개를 위해 전국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정 전 총리도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그는 6월 17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강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의 슬로건은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이다.
개헌 드라이브를 건 이낙연 전 대표도 신복지포럼의 시도 출범식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이준석 현상 이후 2030세대와 소통에도 신경 쓰고 있다. 6월 15일에는 온라인 게임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직접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정 전 총리를 따돌리고 1중을 형성한 만큼, 이재명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국민의힘 이준석호가 흔들릴 경우 경륜 등을 갖춘 이 전 대표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 전 총리 측도 마찬가지다. 양 캠프 관계자들은 “이준석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의 시도 출범식과 현역 의원 지지 모임인 ‘성공포럼’ 안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파괴력이 미미한 반이재명 연합군의 바닥이 조기에 드러나면 대세론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지지율 사수 전략에 돌입했다. 하지만 친문계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4.0’이 개헌을 고리로 반이재명 연합군에 사실상 합류한 것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친문계 강경파 한 의원은 “우리가 특정 주자를 위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지사를 지지하는 친문계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룰 변경을 둘러싼 여진을 안고 대선 레이스를 개문 발차했다. 대선 경선 룰이 기존대로 유지된다면 6말 7초 컷오프를 시작으로, 8월 지역별 순회 경선과 9월 선거인단 투표 등을 통해 9월 10일 대선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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