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정상빈 데뷔골, 왼쪽 풀백 강상우·이기제 활약…2경기 선발 송민규 최대 수혜자
#21개월 만의 월드컵 예선 재개
어렵게 치른 월드컵 예선이었다. 코로나19 탓이었다. 대표팀의 2차 예선 일정은 2019년 9월 시작됐다. 4경기를 치른 이후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일정이 중단됐고 2021년 6월, 약 21개월 만에 일정이 재개됐다.
하지만 감염 우려가 여전해 홈앤드어웨이 방식이 아닌 국내에서 모든 잔여 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택했다. 북한의 불참도 변수로 작용했다. 이동 없이 대한민국에서 모든 경기를 치름에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대표팀은 북한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로 승점을 잃었지만 이 경기가 무효화되며 반사 이익을 얻었다. 북한을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했던 레바논은 이 기록이 사라진 이후 조 2위에 올라 최종예선에 진출, 최대 수혜자가 됐다.
문제는 월드컵 예선 일정이 중단되며 대표팀이 별도 평가전조차 원활히 치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0년 10월 올림픽대표팀과의 '스페셜 매치'를 가졌지만 국내파만으로 치러졌다. 이어진 11월에는 유럽 원정 친선전(카타르, 멕시코)을 성사시켰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일부 선수들이 제외된 반쪽짜리 평가전이었다.
월드컵 예선 일정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일본과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다. 유럽과 중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소속팀의 불허로 대거 참가하지 못한 상황에서 숙적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2차 예선 일정을 앞두고도 우려가 뒤따랐다. 대표팀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유럽 원정, 일본 원정 등 친선전을 치렀지만 '완전체'가 아닌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도 선수단 호흡 문제를 우려했다.
#선수 기용 폭 넓힌 벤투호
우려가 앞선 월드컵 예선 잔여 일정 3연전(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에서 벤투호는 3연승을 거두며 여유 있게 최종예선으로 향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고 레바논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내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단순히 3연승을 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표팀 선수단 내 기용 폭을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목표로 했던 최종예선 진출을 이뤄냈다. 그간 벤투 감독은 '쓸 선수만 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각 소속팀에서 선수가 두각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이전부터 선호하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선발했다. 새로운 얼굴을 소집 명단에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경기장에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8명을 불러들인 이번 3연전에서 부상으로 제외된 나상호, 골키퍼 2명(구성윤, 김진현)을 제외하면 전원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19세 국가대표로 화제를 모은 정상빈은 스리랑카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19세 69일의 나이로 골을 기록해 고종수, 손흥민, 최순호 등에 이어 역대 최연소 득점 8위 기록을 세웠다.
강상우, 이기제의 발탁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왼쪽 풀백 자원이다. 강상우는 2020시즌 K리그에서 도움 12개로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벤투 감독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기제 역시 지난 시즌 막판부터 K리그 최고 풀백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3월 한일전까지 A대표 선발에서 제외됐다. 벤투 감독은 홍철, 박주호 등 기존 자원을 지속적으로 신뢰했다.
하지만 이번 3연전에서는 달랐다. 홍철이 여전히 신뢰를 받는 가운데 강상우와 이기제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이기제는 스리랑카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이기제는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왼발잡이 왼쪽 풀백이라는 점, 강상우는 세트피스에서 오른발 키커로도 활용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활용이 기대되는 자원들이다.
김신욱의 활용도 주목할 부분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오랜 기간 김신욱을 외면해왔다. 중앙공격수 포지션에서 황의조가 주전 자리를 꿰찬 상황에서 지동원, 이정협 등이 백업 자원으로 중용을 받았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김신욱의 선발 출전은 단 1회에 불과했다.
황의조 외에 이렇다 할 중앙공격수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신임을 얻은 김신욱은 기대를 충족시키는 활약을 보였다. 스리랑카전에 선발로 출전해 72분을 소화하며 2골을 넣으며 대승을 이끌었다. 체구가 작은 동남아팀을 상대로 196cm의 장신은 위력적이었고 주장 완장까지 차고 나서며 리더십도 발휘했다.
#최대 수혜자는 송민규
이번 3연전에서 벤투 감독의 주전조로 분류된 선수들 외에 가장 크게 자신의 지분을 넓힌 인물은 측면 공격수 송민규다. 송민규는 생애 첫 A대표 발탁이었음에도 3경기 중 2경기에 선발출전하며 각각 90분 풀타임과 83분을 소화했다. 백업 자원이 대거 출전한 스리랑카전과 달리 마지막 레바논전은 황의조, 손흥민 등 주전조가 나선 경기였음에도 송민규는 선발로 나서 긴 시간을 소화했다. 다만 자신의 두 번째 경기인 레바논전에서는 머리로 동점골을 뽑아냈으나 상대 수비를 맞고 들어간 부분이 자책골로 판명되며 골 기록은 날렸다.
송민규는 지난해부터 K리그 최고의 측면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받던 선수다. 고교 졸업 직후 포항에 입단, 2018년과 2019년 성장기를 거쳐 2020시즌부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20시즌 리그 27경기 1골 6도움을 기록, 연말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벤투 감독은 리그 톱플레이어로 올라선 송민규를 꾸준히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발탁을 염두에 뒀음에도 그간 불발된 이유는 올림픽대표팀과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A대표와 올림픽대표의 '스페셜매치'에서 송민규는 올림픽대표 소속으로 A대표를 상대로 골까지 기록하며 벤투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송민규의 장점으로는 드리블 능력, 결정력 외에도 나이답지 않은 담대함이 꼽힌다. 1999년생 어린 선수지만 어느 무대에 서더라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A대표에 처음 발탁된 당시에도 감격스러움을 표현하기보다 "함께 발탁된 정상빈(2002년생)보다 3년 늦었다"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3경기에 대해 "다양한 선수를 활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9일간 3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로테이션이 없었다면 오히려 지탄을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향후 활용 가능성을 높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주장 손흥민이 송민규가 골을 넣자 송민규만의 세리머니를 알고 함께 해줬다. 경기장 밖에서도 정상빈 등 어린 선수들을 챙겼다더라. 고참 선수가 그렇게 해주면 어린 선수들로선 대표팀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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