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싱크홀’·황정민 ‘인질’ 도전장…연상호 ‘방법:재차의’·나홍진 ‘랑종’ 눈길
현재 여름 개봉을 확정한 블록버스터 투톱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제작 외유내강)와 김지훈 감독의 ‘싱크홀’(제작 더타워픽쳐스)이다. 각각 총제작비가 약 240억 원, 150억 원씩 투입된 대작으로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 공개시기를 조율해왔다.
여기에 ‘부산행’과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쓴 영화 ‘방법:재차의’(감독 김용완‧제작 레진스튜디오), ‘곡성’과 ‘추격자’로 열혈 팬덤을 보유한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를 맡은 태국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제작 노던크로스)이 맞붙는다. 황정민이 주연한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인질’(감독 필감성‧제작 외유내강)도 여름 격전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백신 수혜’ 어디로…3대 감독의 자존심 대결
극장가와 영화계에서는 블록버스터의 귀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여름 출사표를 던진 ‘모가디슈’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개봉하는 200억 원대 대작이다. 적어도 65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해야 제작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백신 접종 효과에 따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일종의 ‘실험작’이 될 전망이다.
뒤를 잇는 연상호 감독의 ‘방법:재차의’, 나홍진 감독의 ‘랑종’까지 더한다면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는 이른바 스타 감독들의 3파전도 예상된다. 1000만 흥행 성적 등을 보유한 흥행 연출자이자,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팬덤의 열띤 지지를 받는 연출자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두 감독이 ‘방법:재차의’와 ‘랑종’을 직접 연출하지 않았지만, 기획과 시나리오 집필은 물론 제작까지 참여해 각각의 세계관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은 절대적이다.
3파전을 예고한 3편의 소재와 개성이 제각각인 점은 관객의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호기심도 자극하는 대목이다. 배우 김윤석 조인성 주연의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으로 인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들과 그 가족에게 북한 외교관 일행이 도움을 요청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프리카 이국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목숨을 건 탈출, 남북한 UN 동시 가입의 초석이 된 실제 사건을 모티프 삼았다.
‘방법:재차의’와 ‘랑종’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다. 2020년 OCN 드라마로 먼저 방송한 엄지원 정지소 주연의 ‘방법’ 확장판인 ‘방법:재차의’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다시 뭉쳐 이야기를 확대한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벌인 범인이 되살아난 시체로 밝혀지면서 전직 기자와 주술 능력을 지닌 방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오컬트 스릴러다.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이 겪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린 이야기로 일찌감치 나홍진 감독의 이름값에 따른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해외 매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어서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랑종’ 개봉 소식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의 여름 극장가를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현대 한국과 태국에 여전히 존재하는 샤머니즘의 소름 끼치는 매력이 다뤄진다”며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한 영화들을 통해 해외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힘입어, 관객 동원 ‘호조’ 기대
티켓파워를 갖춘 감독들의 영화가 여름 극장가에 일제히 안착할 수 있던 배경에는 백신 접종 호조에 따른 극장 지원책도 한몫을 했다. 최근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 이뤄진 한국상영관협회는 ‘모가디슈’와 ‘싱크홀’에 대해 총제작비의 50% 회수를 보장하는 지원책을 내놨다. 통상 영화 티켓판매 매출은 극장과 배급사가 5 대 5의 비율로 나누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산업 위기를 극복하고자 제작비의 절반을 극장이 부담하겠다는 뜻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대작일수록 손실에 따른 부담이 큰 입장을 고려해 배급사의 흥행 위험을 분담해 대작의 극장 개봉을 이끌겠다는 방안이다.
이어 더해 유료방송업계인 한국IPTV방송협회, 홈초이스도 극장 상영 뒤 공개하는 영화에 대한 매출 분배 비율을 기존보다 20%포인트 늘린 80%를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영화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한국 영화 대작 개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영화계 전체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모가디슈’와 함께 지원 대상이 된 ‘싱크홀’은 역시 높은 손익분기점으로 인해 2년째 개봉을 연기해온 대작이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1분 만에 싱크홀로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현실 재난영화로 차승원과 이광수, 김성균이 주연을 맡았다. 대작들이 자리를 잡은 덕분에 여름 개봉을 고민해왔던 또 다른 영화들도 진용을 갖췄다.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는 황정민 주연의 ‘인질’도 마찬가지다. 극 중 톱스타 황정민 역을 맡은 황정민은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 없이 납치된 뒤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리얼리티 액션 영화로 여름 도전장을 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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