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김정은에 의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세력은 현지에서 ‘아미산 줄기’로 불리고 있다. 북한의 주요 안보기관이 평양 내 아미산에 자리 잡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정치적 스타일과 성격이 다른 김정은의 특성상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신세력의 성격도 그 이전 권력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은 ‘아미산 줄기’의 등장 배경과 이들의 향후 역할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봤다.
최근 국내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신세력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번에 정보를 공개한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에 따르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세력은 북한 내부에서 ‘아미산 줄기’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산 줄기의 핵심세력은 주로 호위사령부, 국가안전보위부, 군부 보위총국과 같은 핵심 보안기관의 소장파 간부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미산은 평양시 서성구역과 용성구역, 대성구역 사이에 있는 낮은 산으로 당중앙위원회와 김정일 21호 관저, 김정은 55호 관저가 위치해 있어 중요한 전략지로 손꼽힌다. 때문에 이 주변은 항시 높은 보안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안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 지역에는 호위사령부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군 보위총국 등 핵심 보안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미산 줄기의 어원은 보안기관들의 요충지인 아미산에서 따온 것이다. 이들의 급부상은 기존 김 위원장의 핵심 세력인 ‘룡남산 줄기’의 퇴보를 의미하고 있다는 평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NKSIS는 지난 1월 북한의 주요 보안기관의 인사단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이루어진 인사단행 명단에는 인민보안부 평양시 보안국장, 인민무력부 4군단 보위부장, 개성시 보위부장 등 보안요직이 중심을 이룬다. 이번에 승진한 인사들 대부분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기존 주류와는 맥이 다른 소장파로 알려졌다.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들 아미산 줄기의 대거 등용에는 김정은이 깊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월 9일 기자와 만난 NKSIS 이윤걸 대표는 “최근 북한 아미산 줄기의 급부상은 김정은의 후계체제와 관련이 깊다.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전 인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항일세력과의 인맥도 튼튼했다. 김정일 역시 모든 교육을 북한에서 받았기 때문에 많은 인맥과 정치기반을 갖고 있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못하다. 마땅한 정치기반이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앞으로 북한 주민들을 철권통치하기 위해서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는 과거 김일성-김정일에 의해 득세한 정치세력이 존재해 왔다. 최초 김일성의 항일무장세력 핵심인사들이 ‘백두산 줄기’라는 하나의 세를 형성한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인민무력부장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정치위원·군사위원을 지낸 바 있는 최현, 김일성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핵심참모역할을 하며 부주석까지 오른 김일 등이 있다.
김 위원장 역시 기존 아버지 세대의 백두산 줄기와 더불어 대학동기들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끈끈한 정치기반을 형성했다. 이들을 ‘룡남산 줄기’라고 하며 2세대를 형성해 지금까지 세를 과시하고 있다. 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최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오른 김평해가 대표적이다. 김정일과는 동갑으로 대학 시절과 입당 초기부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세를 뻗치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후계자 김정은에 의해 급부상하고 있는 아미산 줄기의 경우 그 이전 주류들과는 확연히 성격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산 줄기는 기존의 백두산 줄기와 룡남산 줄기가 각각 전우와 학우라는 끈끈한 인맥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다르게 철저히 현실적인 계산에 의해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최근 득세하고 있는 보안기관 소장파들은 그 이전 주류의 혈통과 파벌을 이어받지 않은 그야말로 신세력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외화벌이에 일가견이 있어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북한사회 자체도 그 이전과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이 앞으로 자신의 정치기반을 튼튼히해 대중적 지지를 얻으려면 결국 돈이 이용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이들의 부를 이용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은 북한 내부통치를 위한 보안기관의 힘과 그 중에서도 현실적인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소장파들을 자신의 기반세력으로 만들어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과정이 점점 더 진행될수록 아미산 줄기의 확장 역시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현실적인 세력이 득세하면 북한의 시장화 속도 역시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남한 당국은 이들의 역할과 향후 움직임에 대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통일·북 민주화 위한 역할할 것”
최근 탈북자 출신 엘리트 계층 인사와 남한의 주요 대북인사들이 주축이 된 대북단체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가 설립됐다. 법인을 발기한 이윤걸 대표는 북한 리과대학 출신의 엘리트 탈북자로 지난해까지 북한 내부와 접촉하며 통신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북한의 ‘9월 당대표자회의’와 ‘김정일 방중 루트’ 등 주요 첩보를 국내에 가장 먼저 제공한 장본인이며 북한 핵심 세력과 접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근 설립한 NKSIS는 어떤 단체인가.
▲북한의 전략정보서비스사업을 제공하는 단체다. 현재 남한은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 북한전략정보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결여되어 있다. 이를 위해 NKSIS는 북한 현지의 전략적 핵심정보들을 객관적으로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사업을 하고자 한다. 특히 북한출신의 핵심 엘리트들과 남한 각계의 명망 있는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기존 대북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것은 없다. 단지 기존 대북단체들은 통일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실질적인 실천을 안했을 뿐이다. 특히 일부 단체들은 사적인 정치목적을 위해 북한을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사익보다는 모두를 위한 공익을 위해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무엇보다 북한의 과학기술정보분야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북한의 정치와 경제 분야에 대한 정보수집과 분석은 있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접근은 없었다. 미래 북한 사회경제개발을 위하여 절실히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북한과학기술에 대한 핵심 내부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화해서 향후 북한의 미래에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