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동계체전을 끝으로 선수생활 은퇴를 밝힌 쇼트트랙 ‘역전의 여왕’ 진선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은퇴를 결심한 건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탈락했을 때예요. 안타깝게 떨어져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경기 끝나고 눈물 보인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때 이후론 그냥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어요. 이렇게 살찐 거 보세요. 은퇴 결심한 선수란 거 티가 나죠(웃음)?”
2008년 2월, 월드컵 6차대회에서 발목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진선유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깁스도 안한 채로 계속 훈련에 임했다. 그때의 조바심이 조금 후회가 된다고. “세계선수권 4연패 타이틀에 욕심이 났어요. 발목이 코끼리 발처럼 퉁퉁 부어서 스케이트화도 겨우 신을 정도였는데 계속 훈련을 했으니 결국 탈이 난거죠. 그동안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어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했거든요. (안)현수 오빠한테 전화해서 조언을 구하곤 했죠. 현수 오빠 얘길 듣고 나면 ‘내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용기가 났거든요(웃음).”
진선유는 역전의 여왕이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선수들을 추월하고 선두로 결승선에 골인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아웃코스 역전의 노하우를 묻자 유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사실 제가 센스가 없어요. 게다가 단순해서 한 가지 방법(아웃코스로 역전하는 방식)밖엔 모르거든요. 대신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어요. 중국 선수들처럼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게 아니라서 막판을 노렸죠. 한 바퀴 남기고 다른 선수들이 지쳤을 때쯤 아웃코스로 빙 둘러 앞으로 나갔어요. 예전에 왕멍을 인코스로 추월한 적이 있었는데, 기사에 제가 ‘인코스 작전’을 펼쳤다고 나오더라고요. 사실 아웃코스로 가려다가 잘 안돼서 안으로 들어간 거였는데(웃음). 역전의 노하우를 말하자면 제 단순함과 체력을 꼽고 싶네요.”
24년 동안 링크장밖에 모르고 살았던 그녀. 이젠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멋도 내고 연애도 하고 싶단다. “제가 인간관계가 정말 좁아요. 쇼트트랙 선수들밖에 몰라요. 수줍음이 많고 자주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친한 선수도 손을 꼽을 정도예요. 앞으로는 쇼트트랙 선수 외의 친구들도 많이 사귀려구요. 아. 물론 남자친구도 사귀고 싶고요.”
은퇴 이후엔 다이어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체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다이어트를 해도 치마는 절대 못 입을 것 같단다. 주위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은퇴 이후 계획을 물었다. “지도자 생각은 없어요. 자신도 없고 여자로선 힘든 부분이 많거든요. 전혀 다른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 교직원이요. 사실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교직원 제의가 있었어요. 두 곳 중 어디로 갈지는 졸업 후에 확실히 결정할 계획이에요.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요리도 배우려고요. 빵 굽는 거 좋아하거든요. 만드는 게 반, 먹는 게 반이란 게 문제긴 하지만요(웃음).”
쇼트트랙으로 세계를 제패한 ‘여왕’ 진선유. 제2의 핑크빛 인생을 향한 기대감으로 그의 마음은 오늘도 두근 반 세근 반이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