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간 중에도 LG카드 사태 책임론은 핫이슈였고 국정감사 뒤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자는 의견이 해당 상임위에서 제기됐었고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만 가타부타 의견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2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김양수 의원은 “산업은행이 떠안은 LG카드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겠다”는 상임위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워 정족수가 부족해 무산됐다.
LG카드 사태 책임론의 핵심은 LG오너들이 LG카드 부실에 경영 책임이 있느냐의 여부다. 이 책임론을 규명할만한 단초는 미래신용정보라는 채권추심 회사에서 비롯된다.
10월12일 재경위 산업은행 국정감사장의 최대 이슈는 LG카드와 미래신용정보라는 채권추심기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었다. 증인으로 나온 강유식 (주)LG 부회장(전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정광수 미래신용정보 부회장, 김붕락 LG증권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의원들은 LG카드 사태의 오너 책임을 따져 물었다.
질의의 초점은 미래신용정보라는 회사가 LG카드의 특혜성 지원을 받았는지와 LG카드의 사업부였다 독립한 미래신용정보가 사실상 LG 오너가 지배하는 위장계열사인지 여부에 모아졌다.
미래신용정보는 LG카드의 부실채권을 넘겨받아 대신 돈을 받아주는 회사로 한때 6천여 명의 직원까지 거느릴 정도로 대규모회사였기 때문에, 만약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것처럼 미래신용정보가 LG 오너들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회사로 밝혀질 경우 LG카드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LG 오너들에게 다시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카드 사태에서 LG 오너 책임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래신용정보는 지난 98년 LG카드 채권추심팀이 분사해 세워진 LG신용정보가 전신이다. 당시 미래신용정보는 LG카드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였다.
하지만 반년 뒤 지분변화가 일어났다. 지분 중 절반이 개인에게 넘어가고, 나머지 50%는 LG카드가 19%, 코오롱할부금융이 19%, 하나은행이 12%를 나눠갖는 구조가 됐다. 이 중 금융사의 지분 공유는 고정 거래처 확보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지분 40%를 확보한 정광수 미래신용정보 부회장과 10%를 가진 유병훈씨의 존재. 정 부회장은 현재도 지분 40%를 갖고 있는 1대주주이고, 유씨의 지분은 LG 계열사 사장을 지낸 P씨의 부인 명의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역시 LG 계열사 전무로 일했던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정 부회장은 69년 LG그룹에 입사해 LG그룹 기조실을 거쳐 LG증권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 10년 가까이 그가 몸담았던 LG증권에선 그를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관재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로 그는 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 그가 97년 초 LG카드 부사장으로 부임한 뒤 그해 말 LG신용정보를 분사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때문에 99년 8월 LG신용정보의 지분 40%가 정 부회장에게 넘어간 뒤 이름이 미래신용정보로 바뀐 뒤에도 미래신용정보와 LG 구씨 오너와의 관계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고, 당시 미래신용정보 노조에서도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범한 미래신용정보는 분사 초기 직원 5백 명이 한때 6천 명까지 불어나는 등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래신용정보의 몸집 불리기는 물론 LG카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LG카드가 현금대출 중단을 선언하며 LG카드 사태를 불러왔던 지난 2003년 11월 기준으로 미래신용정보에 의뢰받은 추심액은 19조원이고 이 중 90%가 LG카드가 의뢰한 물량이었다. 이 중 미래신용정보가 실제로 받아낸 금액은 2조4천억원이었다.
LG카드가 카드 가두모집, 2030카드, 레이디카드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미래신용정보도 ‘대박’을 맞은 것.
LG카드 사태의 불똥을 맞고 LG그룹 계열사에서 우리금융그룹에 팔린 LG증권의 노조쪽에선 미래신용정보와 LG카드의 ‘커넥션’을 주장하고 있다.
대형 비금융계 카드사 중 추심팀을 분사한 것은 LG카드뿐이라는 것. 삼성카드도 추심팀이 사내에 있음에도 LG카드만이 추심팀을 분리해 오너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을 사장으로 앉히는 등 ‘위장 계열사’ 냄새가 난다는 것.
이들은 LG그룹의 구본무 회장 등 오너 일가들이 2002년 4월 LG카드 상장 직전까지 1조5천억원의 순익을 주주배당으로 챙겨간 뒤 상장 직후 부실화가 공론화되기 직전 지분매각을 통해 이중으로 차익을 챙겼을 뿐더러 미래신용정보라는 오너와의 관계가 의심되는 자회사를 통해 삼중의 이익을 챙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쪽에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 10월12일 국회 재경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유식 (주)LG 부회장은 LG 오너들의 LG카드 지분 매각에 대해 “LG카드 지분 매각은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며 LG 오너들의 ‘사내정보 이용설’을 부인했다.
또 LG오너의 미래신용정보에 대한 ‘위장 지분설’도 부인했다.
하지만 그날 국감장에선 정광수 미래신용정보 부회장이 미래신용정보의 ‘진짜 오너’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소속의 박영선 의원이 정 부회장에게 분사 이후 대표이사 사임기간을 물어보자 정 부회장이 분사 이후 대표이사 재임기간 중 이뤄졌던 사임기간이 ‘3개월인지, 3년인지’ 헷갈린 부분과 미래신용정보의 수상 내역을 묻는 데 대해 대답을 못한 것도 정 부회장의 오너십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자신의 명함까지 내보이며 오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LG 지분을 인수한 뒤 99년 5백10억원이던 매출액이 2000년 8백10억원, 2001년 1천5백46억원, 2002년 2천2백22억원으로 수직상승하고, LG로부터 받은 추심수수료가 2000년 6백84억원에서, 2001년 1천3백45억원, 2002년 1천9백59억원에 이르게 되는 ‘풍경’은 재벌 계열사가 아닌 경우 보기 힘든 풍경임에 틀림없다.
LG의 미래신용정보에 대한 명목상 지분은 고작 19%임에도 이런 몰아주기식 거래가 이뤄지는 게 흔치 않다는 얘기다.
이것이 LG카드가 부실화된 원인이 오너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미래신용정보의 실체에 대한 조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구자열 LG전선 부회장, 구본순 전 LG상사 상무 등 구씨 일가와 이헌출 LG카드 고문(전 LG카드 사장), 김학수 하나회계 법인 대표, 서경석 GS홀딩스 사장(전 LG증권 사장) 등 결정적인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유감”(김양수 의원)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이번 국정감사는 LG카드 사태 발발 원인 규명에 미흡함을 느꼈던 야당의원들은 LG카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LG카드 사태 발발에 대한 국정조사는 열린우리당의 동의만 있으면 이뤄지게 된다. LG카드 부실화에 대한 오너 책임론이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