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GS칼텍스와 도로공사가 새 공인구 ‘그랜드 챔피언’으로 경기하는 모습.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혼합해 만든 새 공인구 그랜드 챔피언은 ‘자블라니’를 능가하는 탄성을 자랑한다. 보강 층을 연결하는 고무 띠의 접착 굴곡선을 없애고 패널 접착 면을 평면으로 만들어 스파이크시 생기는 불규칙한 타격을 최소화했다. 그랜드 챔피언을 제작한 스타스포츠 개발팀 김정덕 차장은 올 시즌 공인구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은 튜브와 외피가 분리돼 있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전 공인구인 ‘뉴 챔피언’은 튜브와 외피를 분리하는 플로팅(Floating) 공법을 사용해 스파이크 시의 공 변형을 최소화했었다. 그러나 그랜드 챔피언은 자블라니처럼 튜브와 외피가 일체로 돼있다. 공 안에 완충작용을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탄성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플로팅에 비해 볼 회전이 빠르고 비행이 불안정하다. 올 시즌 서브가 강해지고 리시브가 어려워진 이유다.”
예상대로 그랜드 챔피언의 위력이 코트 위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 팀별 서브와 리시브 성공률이 지난 시즌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먼저 서브 부문을 살펴보자. 지난 시즌 서브 부문 1위(세트당 평균 0.830개)를 달성한 LIG손해보험을 비롯해 최근 3년 동안 남자부 서브 득점은 평균 1개를 초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4라운드 종반을 달리고 있는 현재 대한항공이 세트당 평균 1.118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는 것. 여자부는 그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 최근 3년 동안 세트당 서브 득점 평균이 1개를 겨우 넘겼던 것에 반해 (최근 순으로 1.165개, 1.203개, 1.066개) 올 시즌 도로공사는 평균 2.032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랭크돼있다.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현재 서브 부문 1위에 올라있는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 황연주는 “공에 흔들림이 생겨 서브하기에 오히려 유리해졌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이 공에 익숙해지려면 멀었단다. “탄성이 좋아서 예전과 같은 힘으로 서브를 넣으면 아웃이 돼버리더라. 아직 70%밖에 적응하지 못했다.”
리시브 부문은 어떨까. 남녀 모두 지난 시즌에 비해 리시브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부는 세트당 평균 12.181개에서 10.303개로, 여자부 역시 평균 8.84개에서 7.13개로 리시브 성공 개수가 하락했다. 리시브의 경우 남자가 세트 평균 11개, 여자가 7개 이하로 떨어진 건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수비 부문 1위에 올라있는 최부식(대한항공)조차 그랜드 챔피언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공의 변화가 너무 심해 적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 모두 야간훈련을 자청해 리시브 연습을 하고 있다.” 정성민(LIG 손해보험)은 “아마 리시브하는 선수들은 올 시즌 한번쯤 슬럼프를 경험했을 것이고 앞으로 또 올 것이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여자 선수들은 대부분 공의 무게를 지적했다. 윤혜숙(현대건설)은 “공이 무거우면서 흔들림이 심해 마치 배구를 처음 배우는 느낌이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시즌 리시브 부문에서 최고 성적을 낸 남지연(GS칼텍스)도 “공의 무게감 때문에 낙하지점을 찾기 어렵다. 아직 50%밖에 적응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수비부문 1위에 올라있는 임명옥은 “한 박자 빨리 위치를 잡고 자세를 낮춘 뒤 몸으로 받아야 한다”며 적응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그랜드 챔피언은 국제공인구 ‘미카사’를 본 따 만든 공이다. 국제 대회에 나간 선수들이 미카사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반응은 달랐다. 문성민은 “외국에서 미카사를 계속 써봤기 때문에 특별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두 공의 차이점은 분명히 있다. 무회전 서브를 넣었을 때 공의 움직임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미카사와 그랜드 챔피언을 전혀 다른 공으로 느끼고 있었다. 한송이(흥국생명)는 “스타일은 비슷한데 공의 탄성과 가죽질 자체가 다르다. 그랜드 챔피언이 더 팡팡 튀는 느낌이다. 솔직히 미카사가 더 다루기 쉬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전유리(흥국생명)는 “미카사보다 훨씬 무겁다. 볼이 조금만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그랜드 챔피언의 영향으로 올 시즌 V리그는 서브와 리시브를 지배하는 팀이 코트를 지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브와 수비 부문 1위에 올라있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선두를 수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은 “볼 자체가 흔들림이 심하기 때문에 자세를 갖추고 몸으로 받아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며 새 공인구와 순위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배구판 ‘자블라니’로 떠오른 그랜드 챔피언. 얼마 남지 않은 올 시즌 V리그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끝까지 주목해보자.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튜브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혼합하여 탄성을 보강함으로써 반발력과 터치감을 향상시켜, 파워풀한 공격이 가능함.
◇보강층
초극 Nylon단사 사용으로 현T/C(천)접착보다 내구성 강화 및 O.O.R(공의 구형도) 변형을 최소화하였음. (튜브와 보강층이 한덩어리로 제작되어 탄력은 우수하나 플로팅에 비해 비행이 불안정함).
◇접착공법
보강층을 연결하는 고무띠의 접착 굴곡선이 없어 패널 접착면이 평면으로 이루어져 스파이크시 불규칙 타격이 없어짐.
◇원단표면
보강층의 Softness를 보강하기 위하여 엠보현상을 준 딤플(Dimple)무늬원단을 사용하여, 플레이 시 촉감 및 미끄럼 방지의 효과가 있고 비행 시 흔들림을 최소화해 줌.
◇패널 디자인
내부보강층이 강하여, 비대칭패널 10장의 곡선 디자인으로 볼의 회전이 빠르고 스피디한 경기에 맞는 신개념 접착구임.
◇공인 내역
국제배구연맹, 한국배구연맹, 대한배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