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평생 수소문하고 다녀, 아들도 2017년 경찰에 의뢰…불과 50km 사이 두고 거주
2021년 6월 8일 60세의 푸구이린은 90세 노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아빠’라고 불렀다. 둘은 포옹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푸구이린은 뤄펑쿤이 평생 찾았던 뤄야진이었다. 두 살 이후 처음 본 것이지만 뤄펑쿤은 자신의 아들을 한 눈에 알아봤다. 아들 역시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였지만 직감적으로 뤄펑쿤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느꼈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한 기자가 뤄펑쿤의 집을 방문했다. 뤄펑쿤의 넷째 아들 뤄헝셩은 “둘째 형을 찾은 뒤 건강이 좋아졌다. 정신도 맑아졌다. 이제는 술도 조금씩 마신다”고 했다. 뤄펑쿤의 집은 꽃으로 가득했다.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도 보였다. 뤄헝셩은 “아버지가 아들을 잃은 후 꽃과 반려동물을 돌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귀띔했다. 뤄헝셩은 “형을 찾지 못했다면 아버지는 지금도 아들을 찾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뤄펑쿤이 아들을 잃어버린 것은 1963년 1월이다. 90세 고령이지만 뤄야진이 사라진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32세였던 뤄펑쿤은 아내, 둘째 아들 뤄야진과 함께 기차역 대합실에 있었다. 얼마 뒤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두 살이었던 뤄야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뤄펑쿤은 “아내의 비명을 듣자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기차역 주변을 샅샅이 살펴봤는데 찾지 못했다. 일단 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했다. 인근 지인 집에 묵으면서 사흘을 찾았는데 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생계를 꾸려야 했던 뤄펑쿤은 아들을 찾을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50년 넘게 뤄야진의 소문이 들리는 곳은 전국 어디나 갔다. 하루도 마음을 편히 먹고, 밥을 먹은 적이 없다. 아들 생각이 나면 눈물이 났다. 뤄야진의 사진이 있었지만 볼 필요도 없었다. 다 내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릴 때 뤄야진은 말도 하지 못했다. 뤄야진이 아빠라고 불러주는 게 나의 마지막 소원이다.”
뤄야진의 형제들도 아버지를 도왔다. 얼굴도 보지 못한 형이지만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다 다녔다. 장사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막내아들은 형 사진을 항상 갖고 다니며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수소문을 했다.
뤄헝셩은 “뤄야진을 본 적은 없다. 다만, 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뤄야진과 관련한 소문이 있는 곳은 다 찾아갔다. 희망으로 갔다가, 실망으로 돌아오는 게 반복됐다”고 말했다. 뤄헝셩은 “2015년 돌아가신 어머니는 언젠가 뤄야진을 찾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계셨다. 지금 둘째 형을 찾고 보니, 어머니가 못 보신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뤄펑쿤은 2015년 현지 공안기관의 도움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DNA를 대조해 뤄야진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워낙 오래 흘러 뤄야진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잃어버린 장소가 복잡한 기차역이란 점도 현장 재구성을 어렵게 했다. 공안기관은 기차역 주변 주요 도시를 찾아 DNA 대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6월 초 뤄야진이 뤄펑쿤의 DNA와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푸구이린으로 살고 있던 뤄야진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다. 뤄야진은 2017년 현지 파출소를 찾아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뤄야진은 “내가 유괴가 된 건지, 아니면 그냥 입양이 된 건지 모르겠다. 만약 유괴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의 부모님은 나에게 너무 잘해주셨다. 항상 사랑으로 대해 주셨다”고 말했다.
뤄야진은 17세 때 부모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듣다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내색하진 못했다. 혹시 부모님이 실망하실까 친부모를 찾는다고 할 수도 없었다. 뤄야진은 양부모가 숨진 후 두 아이의 양육을 위해 친부모 찾기를 잠시 미뤄둬야 했다. 아이들이 모두 출가한 후 2017년 드디어 뤄야진은 본격적으로 친부모 찾기에 나섰고, 파출소를 찾아간 것이다.
뤄야진은 뤄펑쿤의 집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뤄야진은 “아마 우리가 스쳐 지나간 적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뤄야진은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가까운 것을 알고 나서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58년 만에 상봉했던 6월 8일, 부자는 밤새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나눴다. 울고 웃고를 반복했다. 뤄펑쿤은 “안아줄수록 더 힘줘서 안았고, 계속 울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뤄야진은 가족들을 데리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방문했다. 아버지, 형제들을 만났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를 지냈다. 뤄야진은 “고향에 와보니 뭔가 친숙한 느낌이다. 희미하게 그려진다. 익숙한 냄새도 난다”고 했다. 뤄야진은 “틈만 나면 아버지 집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도 우리 집에 와서 지내라고 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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