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머리 좀 정리해야겠어. 일단 내일 통화 좀 하자고.”
지난 2월 25일, 안양에서 벌어진 인삼공사와의 경기를 가볍게 이기고 곧장 부산으로 향한 전창진 감독은 큰 점수 차로 이긴 경기 후에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하면 가뜩이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그는 최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2월 23일, 부산KT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이 종아리 부상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한 마디로 시즌아웃이나 마찬가지다. 전 감독은 급하게 수소문한 끝에 지난 시즌 오리온스에서 뛰었던 앤서니 존슨을 불러 들였다. 다른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 몇 명과 접촉을 했지만 바이아웃 조항 때문에 몸값이 비싼데다가 정규리그가 몇 게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다행히(?) 앤서니 존슨은 팀 없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입단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부산에서 헤어스타일을 짧게 정리한 전 감독은 “제스퍼 존슨의 부상은 미리 예견된 부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제스퍼 존슨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팀에 합류했을 때의 체중이 이전보다 10kg이나 더 나갔었다는 것. 전 감독은 심한 잔소리와 함께 제스퍼 존슨의 체중 감량 지시를 내렸고 존슨은 트레이너의 특별 프로그램을 받고 살빼기 작전에 돌입했지만 6kg 감량 후에는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찌더라고. 프로필에는 키 198cm에 몸무게가 132kg이었지만 체중이 더 나갔거든. 결국엔 엄청난 체중 증가가 하체에 영향을 준 거야. 그게 종아리 부상으로 나타난 거고.”
올시즌 부산KT는 유독 부상과 인연이 깊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어렵게 재활한 김도수는 또다시 부상을 당해 시즌아웃됐고, 표명일 박상오 송영진 등 부상 선수들이 끊임없이 속출했다. 이러다보니 전 감독 입에서 “난 쉽게 살 팔자가 아닌가봐”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찰스 로드가 있긴 하지만 그 친구는 ‘자뻑과’야. 자기가 제일 농구를 잘하는 줄 알거든. 그래서 내가 잔소리를 자주 퍼붓는데도, 잘 고쳐지질 않아. 제스퍼 존슨은 머리가 좋았어. 그래서 내가 지시하는 패턴을 잘 이행했었고 선수들도 존슨을 중심으로 움직였지. 하지만 로드는 역부족이야. 그래도 그 친구를 믿고 패턴을 새로 짤 수밖에 없는데…, 1위 자리 지키는 게 챔피언결정전 우승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
현재 4위까지 프로농구 순위를 살펴보면 2위에 전자랜드, 3,4위가 전주KCC와 원주 동부가 포함돼 있다.
“이럴 때 (강)동희와 허재가 날 좀 도와줘야 하는데(전자랜드전에서 무조건 이겨달라는 의미), 그 사람들도 자기 코가 석 자니까, 내 입장을 내세울 수가 없지. 그래도 내가 아끼는 후배들이 4위권으로 들어와 기분은 좋아.”
전창진 감독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2월 28일) 전자랜드와 2게임 차로 앞서는 상황에서 전 감독은 서너 게임 차로 벌려놔야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안심할 수 있다.
“KT에서 우승 한 번 하려고 발버둥치는 데, 정말 어렵네. 정규리그 우승하면 곧장 병원으로 실려갈 것 같아. 내 속이 하도 까맣게 타서 입에서 탄내가 나는 것 같고.”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
‘바둑여제’ 최정 vs ‘천재소녀’ 스미레, 여자기성전 결승 관전포인트
온라인 기사 ( 2024.11.26 14:51 )
-
UFC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 방한…‘페레이라 웃기면 1000만원’, VIP 디너 행사로 한국팬들 만난다
온라인 기사 ( 2024.10.17 05:34 )
-
[인터뷰] 스포츠 아나운서 곽민선 "관전부터 e게임까지 축구에 푹 빠졌어요"
온라인 기사 ( 2024.11.14 1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