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대부분 2~3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일가가 많아지다 보니 상속작업이 복잡해지고, 그러다보니 계열사 지분이 식구수대로 나누다 보면 지분 희석이 되는 일이 생기는 것. 그걸 막기 위한 대안으로 지주회사라는 중심 지렛대가 되는 회사를 차려 계열사를 지배하고 그 지주회사의 지분을 일가끼리 나누는 방법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LG그룹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LG그룹은 창업때부터 경남의 만석꾼인 허씨 집안과 동업을 한 경우여서 구씨에, 허씨에, 창업 3세까지 내려오면 가지를 쳐 경영에 참여한 오너 경영인만 한때 2백여 명이 넘는 ‘자손 다복’을 자랑했었다.
LG는 이 문제를 분가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해결했다. 창업동지인 구씨가와 허씨가의 분할을 지난해 지주회사 (주)LG와 (주)GS의 설립을 통해 해결했고, GS 설립 이전에는 구씨 방계 그룹의 분가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
구인회 창업주의 형제인 구철회씨 자손들은 LG화재 계열을 맡아서, 구정회씨 자손은 LGMMA라는 회사를, 구태회씨 자손들과 구평회씨, 구두회씨 자손들은 LG전선과 산전, LG가스가 결합된 LG전선그룹으로 분리됐다.
동업과 3대에 걸친 재산상속이 분가와 지주회사화로 구두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는 장손 중심으로 단촐하게 정리된 것.
문제는 유난히 아들이 많은 구씨가에서 3대에 걸쳐 내려오면서도 여전히 아들은 많지만, 장손에 아들이 없다는 점. 구본무 회장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자 장자상속 기준이 헝크러져 버린 것이다. 구본무 회장에게 딸만 둘. 결국 이 문제를 구씨 일가에서 양자 입적이란 방법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구씨가의 재산이 타성에 넘어가는 일은 없게 된 것.
현재 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자손인 구본무 회장, 구본준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정밀 부사장 등 직계자손과 그 부인, 손자들이 균점하고 있다. LG그룹을 지배하는 (주)LG 자체가 구자경-구본무가의 재산공동체가 되고 있는 것. LG가의 이런 지배구조 속성상 구본무 회장이 아들이 없다고 해서 사위에게 재산 상속을 일방적으로 할 수도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구자경 회장의 자손 중 큰 아들인 구본무 회장과 셋째인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을 빼고 둘째인 구본능 회장이나 넷째 아들인 구본식 부사장은 LG그룹에 참여하지 않고 최근까지도 독자적인 살림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주)LG에 대한 재산배분은 다른 형제들과 엇비슷하게 나온다. (주)LG에 대한 구본무 회장의 지분은 5.46%, 또 구 회장이 부인인 김영식씨의 지분은 2.49%, 딸 연경씨의 지분은 0.44% 정도.
구본준 부회장의 경우 본인 지분이 3.58%, 부인 김은미씨 지분이 0.03% 정도이다.
구본능 회장의 경우 (주)LG 지분이 2.37%로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 구자경 회장 직계라는 점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구본식 부사장도 2.12%의 지분을 인정받고 있다.
비록 다른 회사를 하더라도 (주)LG나 LG그룹에 대한 연고권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구원모씨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LG 구씨가의 장손이 된 구광모씨는 4세인 모자 돌림에선 높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의 큰딸인 연경씨에는 조금 못미치는 수준.
광모씨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은 슬하에 일남일녀뿐.
광모씨가 장차 LG그룹이 경영에도 직접 참여할지, 너무 이른 계산이긴 하지만 연경씨의 지분이 광모씨와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에서 결정이 될지, 구본준 부회장 등 다른 3세들의 자제들은 어떤 식으로 재산상속을 받을지, 벌써부터 관심사로 대두대고 있다.
(주)LG가 구씨가의 재산공동체적인 성격과 혈연공동체적인 성격의 복합 산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