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성매매가 기승하고 있는 북한 장마당. 자유북한방송 제공 |
그렇다면 실제로도 북한사회에는 성매매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북한 내부와 접선하고 있는 대북 매체들과 탈북자들 대다수는 북한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북한 내부에 성매매가 꽤 성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에 허덕이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이후 많은 북한 여성들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북한 당국은 성매매를 철저하게 탄압하고 있지만 만성화된 경제난은 굶주린 많은 여성들을 성매매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일요신문>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북한 내부의 성매매 여성들과 관련 업소들의 실태에 대해 자세히 파헤쳐봤다.
지난 2월 25일,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여성의 성매매에 관한 기획물을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미 성매매 문화가 북산 주민들 일상으로 깊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부 접선을 하고 있는 다른 대북매체들과 탈북자들 역시 북한에 성매매 문화가 상당히 만연해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북한의 만성적인 경제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살인적인 식량난을 겪은 북한 여성들은 살기 위해 시장으로 나갔다. 사회주의 국가의 최대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무상배급이 완전히 끊긴 결과였다. 하지만 팔 물건조차 없는 많은 북한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팔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러한 현상이 북한 내부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00년대 중반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한때 주춤하던 성매매는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다시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성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가장 활성화된 형태는 바로 ‘대기여관’ 영업이라고 한다. 북한의 장마당과 철도역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장거리 장사치나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허름한 숙박업소들이 존재한다. 현지에서는 이를 보통 ‘대기여관’ 혹은 ‘대기집’이라고 부른다. <열린북한방송> 류현수 통신부장은 “북한 당국에서 인정하지 않은 무허가 민박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서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관이나 모텔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남한의 ‘여관바리’ 영업과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남한에서 여관주변의 포주와 호객꾼들이 손님물색 및 흥정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게 북한의 ‘대기여관’ 주변에도 40~50대 여성 포주들이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이 주변에서는 여성들을 사려는 남성들이 포주들과 화대를 두고 티격태격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화대는 지역과 여성들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돈으로 따지면 보통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1만 3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북한의 소령급 장교 월급이 한국 돈으로 1900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꽤나 큰돈에 해당한다. 화대는 보통 성매매 여성, 포주, 집주인 등에게 각각 5:3:2의 비율로 돌아간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대기여관’ 성매매 영업에 10대 여대생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무상공급 교육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대학생들은 교육자재구입과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게 됐다. 상당수는 이를 버티지 못하고 낙오하게 된다. 형편이 어렵지만 학업을 이어가려는 10대 여대생들 중에서는 이러한 ‘대기여관’ 성매매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다른 대북매체 <자유북한방송>의 지난해 7월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대도시 함경북도 청진의 철도역 주변에도 매춘을 하기 위해 나온 인근 지역 여대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 매체에 소식을 전한 내부 통신원은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여대생들 중 대학에서 부과한 각종 자금과 기숙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음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청진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대기여관’ 영업이 포주와 성매매 여성, 방을 빌려주는 집주인 등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것과 다르게 아예 여성 혼자서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출장원을 상대로 숙소 앞에서 벌어지는 성매매다. 출장원이란 북한 기업소 일꾼 중 먼 길을 떠나 출장을 온 일꾼을 일컫는다. 이러한 출장원들을 노려 많은 여성들이 숙소 앞을 기웃거리며 호객을 붙이곤 한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되면 여성들은 자기 집으로 이들을 데려가 일을 치른다. 이 경우 조직적인 ‘대기여관’ 영업보다 성매매 여성에게 돌아가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고 한다.
물론 북한 당국은 강력하게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 헌법 제293조와 제294조는 성범죄와 성매매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성매매 행위가 당국에 발각되면 장기간의 노동 교화형에 처하거나 운이 나쁘면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공개처형을 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북한의 성매매 문화는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도저히 근절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매체 <데일리NK>의 지난해 7월 보도에 따르면 신의주에서는 매주 1회 성매매 근절을 위한 공개재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업소의 경우 당국 보안원들과 공생관계가 형성되면서 단속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중국인에 몸판 여성 공개처형”
<일요신문>은 보다 정확한 북한 성매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임 아무개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 씨는 2004년 한국에 들어왔으며 최근까지 북한 탈북여성 100여 명과 기획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도 수시로 북한 내부와 접선하면서 현지 실상을 파악하고 있다.
―실제 북한 내부에서 성매매가 활성화돼 있는가.
▲그렇다. 등장은 1997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망이 끊어지면서부터다. 스스로 벌어먹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사회가 되면서 여성들이 몸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 여성들의 성매매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격이 약간 변했다.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북한 내부에도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왔고, 돈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이러한 성매매가 더욱 활성화되었고 과거보다 훨씬 전문화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이 길을 택하고 있다.
―대학생들도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말이 무상교육이지 북한의 대학교는 돈이 많이 든다. 많은 여대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 특히 고급인력이기 때문에 도심지 외국인 호텔 주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난 한 여대생은 평양에서 아프리카계 외국인과 성매매를 하다가 덜컥 흑인 아이를 가지기까지 했다. 그 여대생을 통해 들어보니 주변 친구들도 상당수 성매매에 나선다고 하더라.
―북한사회에 성매매 문화가 정말 깊게 침투된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 전문적인 성매매도 발달했지만 일상에서의 성매매 행위도 허다하다. 특히 여성들이 장마당에 장사를 나오면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장거리 장사를 나서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대부분 여성들이 이동에 필요한 여행증이 없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철도 안전원에게 뇌물 대신 몸을 바치는 경우가 꽤 있다. 또 짐차에 짐을 싣기 위해서도 이러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아예 여성 스스로 중국으로 팔려가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중국의 가정집으로 시집을 가지만, 이후 도망치거나 풀려나 유흥업소에 나가게 된다.
―북한 당국의 처벌은 없나.
▲신고만 들어가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다. 운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다. 북한에는 ‘시범게임’이라는 게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공개처형을 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북-중 무역을 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6쌍이었는데 검거된 중국인들은 본토로 돌아갔지만 북한여성 6명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처형을 당했다. 하지만 북한의 성매매 문화는 이미 근절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번졌다. 아무리 단속을 하더라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바라보는 북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대체로 측은해 하는 마음이 많다. 물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언제 자신들의 딸자식도 저렇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대개 이해한다. 또 중국에 나가 성매매에 나서는 탈북 여성들을 볼 때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한국에 갈 수 있고, 북한 내부에 있는 가족에게도 돈을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