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7월 25일 밤 한 신문사 사무실. 2년차 막내 사진기자 이병훈 씨는 전화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특종은 못해도 낙종만은 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려올지 모르는 사건사고 호출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찰나 전화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개봉동으로 가봐,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났대. 살인사건이야."
다급한 목소리에 곧바로 출발한 병훈 씨는 도착 후 충격적인 현장을 보게 된다. 평온해 보이는 2층 주택 안 거실 계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위쪽엔 30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놀랍게도 이마에 총을 맞은 상태였다. 그의 이름은 문도석 씨(33).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은 하나가 아니었다. 2층 마루에도 총격으로 사망한 어린 아이가 있었던 것. 아이는 문 씨의 7살 아들로 밝혀졌다.
어린 아이까지 총격을 당한 참혹한 현장 그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첫 번째 호출 후 다시 회사로 복귀한 사진기자 병훈 씨는 겨우 조간신문 마감 시간에 맞춰 사진을 넘겼다. 그런데 숙직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던 새벽 4시경 또 다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바로 인천으로 넘어가. 인질극이 벌어졌대 빨리."
병훈 씨는 서둘러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인천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 했을 때 현장엔 수백 명의 경찰들이 한 주택을 에워싸고 있었고 총을 든 남자가 여자 한 명과 어린 아이 두 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이었다. 인질범의 이름은 이종대(40).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찰은 인질범에게 수차례 자수를 권유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어차피 난 사형이다. 여기서 다 털어놓고 죽겠다."
그동안 수차례 살인을 저질렀다는 자백과 함께 시신을 묻은 위치가 표시된 약도를 직접 그려 경찰에게 건네기까지 했다. 과연 인질범 이종대의 말은 사실일까.
그는 왜 경찰조차 알지 못했던 살인사건을 자백한 걸까. 더 놀라운 사실은 개봉동 주택에서 사망한 문도석과 인질범 이종대가 여러 건의 살인을 함께 저지른 공범이라는 것. 하룻밤 사이 연이어 벌어진 총격 사망사건과 인질극,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무려 17시간 동안 이어진 공포의 인질극에 숨겨진 '그날'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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