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팔꿈치 통증으로 이틀을 쉬고 나간 경기라서 팀 관계자들도, 기자들도 제 몸 상태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아직까지 100% 정상은 아닙니다.
송구하고 나면 약간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MRI 결과도 멀쩡하고, 팀 닥터도 오프시즌 동안 오래 쉬다가 무리하게 몸을 끌어올리면서 생길 수 있는 통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부상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네요. 수비를 보면서 시즌 때처럼 전력송구를 하지 않게 돼요. 코칭스태프에서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송구하고 나서도 팔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야 마음 편히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아는 분이 전화를 해선 이런 얘기를 전해주시더라고요.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제가 처음으로 닮고 싶은 선수 1위에 올랐다고요. 그러면서 이승엽 선배님은 3년 연속 1위에 뽑혔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전 제가 1위를 한 것보다 이승엽 선배님이 3년 연속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게 더 대단해 보였어요. 후배들, 그것도 프로에 막 발을 내딛는 신인선수들의 롤 모델로 꼽혔다는 건 큰 영광이지만, 야구 못하면 잊히는 자리이기도 하잖아요. 단 한 명이라도 추신수라는 선수를 닮고 싶어한다면, 전 더 노력하는 선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여느 사람들처럼 똑같이 실수도 하고, 실패도 맛보고, 상처를 안고 살 때도 있지만 절 롤 모델로 생각하는 후배들을 위해 정체되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더 날아오르는 선배가 되고 싶은 거죠.
오늘 퇴근해서 집에 와 보니 건우가 어제보다 더 많이 아픈 것 같았어요. 한동안 무빈이가 감기로 고생하더니 지금은 건우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저녁에는 점점 열이 심해지는 바람에 아내와 함께 응급실을 찾기도 했어요.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아플 때 가장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함께 있으니까 아이들을 돌보는 부분을 나눌 수 있지만 시즌 들어가면 이 모든 것을 아내 혼자 감당할 텐데…, 제 몸이 피곤하고 힘들다고 임신 중인 아내에게 가끔 짜증을 냈던 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에서도, 가정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는 선수이고, 가장이고 싶은데 신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주시진 않는 것 같아요.
애리조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