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지난 2020년 7월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한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 한 아무개 씨(56)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한 씨는 일행 2명과 함께 등산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나 산에 올라가지 않고 등산로 입구에 세워둔 승용차에 남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당초 연쇄살인을 계획했으나 폐쇄회로 TV(CCTV) 등으로 발각될 것을 염려, 단기간에 여러 명을 살해하는 연속살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고 다 죽여버릴 권리가 있다' '닥치는 대로 죽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100~200명은 죽여야 한다' 등 살인계획과 방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살인 도구로 쓸 총기를 사기 위해 수렵면허 시험공부를 하는 한편, 샌드백을 대상으로 공격 연습을 하는 등 살인 예행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한 번의 거만함이나 무례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으로 불린 모텔 직원 장대호의 살인 사건을 획기적인 표본이라고 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은 지난 2020년 11월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도 "미리 준비한 흉기로 목 부위만 49회 찌르고 피해자가 범행 이유를 물으며 저항했음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판결 후 이 씨는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호소했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양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