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제3의 개체 법적 지위…학대 가해자·개물림 사고 처벌 강화될 듯
법무부가 7월 19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기 위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담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은 동물을 민법 98조에 따라 ‘유체물(형체가 있는 사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제는 동물을 물건과 구분해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민법 개정 추진은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면서 높아진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강화된 법만큼 처벌을 받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최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으나,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304명에 불과했고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39명에 그쳤다. 학대 사례와 적발 건수 모두 증가했으나 처벌은 미약했던 셈이다.
법무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물건의 범주에서 빠지고 인간도 물건도 아닌 제3의 개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유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동물 복지와 권리 향상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 체계와 물건이 아닌 존재로 보는 법 체계에서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같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유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대표는 “지금까지 법 적용의 대상은 인간 아니면 물건 둘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 적용 대상이 권리의 주체인 인간과 객체인 물건 그리고 그 사이에 생명을 가진 동물로 삼원화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칠 경우 가해자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현행법에서 동물은 인간에게 귀속된 물건으로 분류돼왔다. 타인의 잘못으로 상해를 입으면 법에서는 이를 재물의 손괴로 처리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어려웠다. 배상은 시장거래가액 내에서 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동물이 물건이 아닌 제3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재물손괴죄가 아닌 더 무거운 죄목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동물과 동물 사이에 벌어지는 사고에서는 보호자의 민형사상 책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개와 개 사이에 벌어지는 물림 사고는 물건이 물건을 문 것으로 처리됐다. 법은 물건이 물건을 망가뜨린 행위에 대해서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 견주에게는 관리·감독 과실만 있을 뿐 직접적 책임은 따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동물과 동물 사이에 벌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만 억울한 경우가 다수였으나 물건이 아닌 생명 사이에 발생한 사고로 본다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두고도 새로운 규정이 추가될 수도 있다. 권유림 대표는 “최근에는 자녀가 없거나 반려동물을 자녀 대신 키우는 부부가 많다. 문제는 이들이 이혼할 때 반려동물을 두고 서로 키우기 위해 다투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없었는데 (법이 개정되면) 동물 양육권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반려동물을 강제집행 대상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법원이 한 채무자의 반려견 두 마리를 강제집행 대상에 포함시키고 약 25만 원의 가격을 책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앞으로 반려동물은 압류 제외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 체계상으로 동물은 여전히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권리의 객체에 머무를 예정이다. 법무부는 민법 제98조의2에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함께 넣었다.
권유림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임을 정의 규정한 선언적 성격의 법안이다.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동물은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 인간의 권리를 대신하거나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할 수 있는 원고적격(원고로서 소송을 수행하여 본안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선언적인 수준의 법안인 만큼 실질적인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법 추가 개정 등 후속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예전에는 개농장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학대하더라도 소유권을 주장하면 강제로 이를 빼앗아 올 권리가 없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 지속적인 법 개정과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고 법원에서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다른 동물관련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여전히 동물은 물건으로 해석할 것이므로 동물보호법, 수족관법, 야생생물보호법 등 다른 동물 관련법에서도 민법을 참고해 법 내용이 개정돼야 실질적인 동물 보호나 복지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본 법안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겠다”며 “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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