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 4번타자 한화 최진행과 KIA 최희섭이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재활 훈련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화 4번 타자 최진행을 만났다. 부상을 잊은 듯 그의 얼굴엔 여유와 편안함이 엿보였다. 얼굴이 좋아 보여 다행이란 기자의 물음에 그는 “살이 쪘더니 요즘 주변 분들이 ‘살만 하냐’고 말씀하신다. 천만 다행이다. 처음엔 정말 회복이 안 될 것만 같아서 걱정이 많았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인다. 덕수고 시절 받았던 수술 이후,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고생이 많았던 그다. 스프링 캠프 도중 허리 통증이 시작되자 눈앞이 캄캄했다고. 금방 회복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걷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캠프 시작 불과 보름 만에 오른 귀국 비행기 안. 걱정 근심이 그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러나 곧 이를 악물었다. 재활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니 귀국 후 하루하루가 지겹지 않았다. 컨디션이 이제 80%까지 올라왔다. 100% 컨디션으로 개막전 타석에 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팀의 4번 타자로서 주어지는 부담감은 올 시즌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김태완이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났고, 장성호의 복귀 시점은 5월까지 미뤄졌다. 올 시즌 ‘거포’ 최진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불어 상대팀 투수의 집중 견제를 뚫고 나가야만 하는 부담감도 커졌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볼넷이 늘어나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타석에 서는 순간만큼은 그동안 쌓아온 내 노력을 믿고 집중하겠다.”
풀타임 주전 첫 해부터 홈런 2위에 오를 정도로 최진행은 타고난 파워를 자랑한다. 32홈런 92타점의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타율(0.261)을 기록하며 힘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진행은 힘, 정확성, 수비, 주루 등 4가지 부문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란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힘이 8점이라면 수비는 6점, 주루와 정확성은 5점을 주겠다. 때문에 올 시즌 목표도 새롭게 잡았다. 장타보단 공을 정확하게 맞추는 데 집중하며 타석에 설 생각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가운데를 때리면 홈런은 자연스레 나오게 돼있다. 수비와 주루 부문도 비시즌동안 꾸준히 연습해왔다.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이 남았지만 말이다.”
KIA 타이거즈의 새 캡틴 최희섭의 컨디션은 어떨까.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돌아온 그와 귀국 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살짝 야윈 듯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웃음을 보인다. 2008년 이후 두 번째 겪는 허리 통증이다. 아직까지 복귀 시점을 확정짓긴 어렵단다.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다보니 성급한 진단은 금물이라고. 그러나 최대한 빨리 컨디션을 회복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올 시즌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KIA 타이거즈다. 윤석민-양현종-로페즈-서재응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투수진, 이범호-최희섭-김상현으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는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낸다. 최진행 역시 앞선 인터뷰에서 올 시즌 유력한 우승팀으로 KIA를 꼽은 바 있다. 최희섭 역시 올 시즌 KIA의 마운드를 주목해달라고. “KIA 마무리진의 전력과 컨디션이 팀 성적을 좌우할 것 같다. 1점차 승부에서 마지막까지 승리를 지켜낸다면 팀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비시즌 기간 경험한 지옥훈련에 혀를 내두르며 이에 공감을 표한다. “이정도 훈련이면 우승해야한다. 2009년 우승 이후 지난 시즌 저조한 성적을 냈기 때문에 감독님을 비롯해 선수들 모두 이를 악물었다.” 게다가 이범호의 가세는 조용하던 KIA 타선에 경쟁의 불을 붙였다. “이런 분위기도 처음이다. 범호가 들어오고 나서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타자들끼리 경쟁이 붙다보니 타석에서 더욱 집중하는 게 보인다. 올 시즌 팀 성적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일단 나부터 컨디션을 회복해야겠지만(웃음).”
지난 12월 웨딩마치를 올린 최희섭은 오는 4월, 아빠가 된다. 태어날 아이 생각에 벌써부터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그다. 아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메이저리거 부자(父子) 멋지지 않나. 공부든 운동이든 아들이 원하는 대로 뒷바라지할 생각이다. 엄마를 닮으면 공부를, 날 닮으면 야구를 할 것 같다.”
아내 김유미 씨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결혼 이후 선수들에게 ‘되도록 빨리 결혼하라’, ‘좋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선 야구에 쏟는 만큼 노력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캠프 도중 허리 통증으로 나란히 귀국 비행기에 올랐던 4번 타자 최진행과 최희섭. 부상을 잊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 때문일까. 2011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더욱 기다려진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