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투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직장인 박주영 씨.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직장 여성 박주영 씨 1년 만에 ‘국대’로
올해 28세인 박주영은 2002년 서울디지털대학교를 졸업했다. 범죄심리를 공부했고, 임상심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6개월 인턴으로 근무했고, 현재 서울시 청소년센터에서 생활지도교사로, 도서평가 모니터요원으로 공부와 사회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나이도 적지 않고, 나름 인생의 진로도 결정돼 있었지만 2009년 12월 닉네임 ‘불사조’로 유명한 박현성 관장을 찾았다. 더 늦기 전에 꼭 복싱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빡빡한 스케줄에 복싱훈련이 보태졌고, 하루에 잠을 4시간밖에 못 자는 고달픈 ‘복서 병행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꼭 1년만인 2010년 12월 국가대표로 발탁이 됐다. 올림픽 종목에서 입문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리 여자복싱이 초창기라 하더라도 말이다. 박주영은 “이제 복서라는 생각이 든다. 링에 대한 존중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관장님 등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 자신감도 든다.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런던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관원 비율이 더 높을 정도
여자복싱 열기는 뜨겁다. 예전 복싱체육관 하면 여자관원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없을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여성비율이 더 높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최용수 복싱짐 & 팀 드래곤’은 짧은 시간에 크게 성공한 복싱체육관으로 유명하다. 개관 약 2년 만에 관원 200명을 돌파했고, 오는 3월 말 확장이전을 한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을 지냈고, K-1에서도 활동한 최용수 관장은 “우리 체육관도 성비를 보면 여성이 더 많다.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 효과가 탁월하고, 또 호신술까지 익히게 되니 인기가 높은 것 같다. 주부들은 물론이고, 실력이 되면 선수 데뷔도 고려하는 젊은 여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싱체육관의 여성관원 증가 현상은 최근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다. 병천에 지인진 복싱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지인진과, 문성길복싱클럽(강동구 둔촌동)의 조영섭 관장도 “이시영 이후 여성들의 입관 문의가 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9년 IOC총회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여자복싱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체급은 51, 60, 75㎏급 3개만 실시된다(남자 11체급).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도 2011년부터 전국체전에 여자복싱으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 안상수)은 올해 여자복싱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의 최희국 과장은 “현재 여자복싱의 경우, 국내 등록선수는 150명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올림픽 및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으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태권도, 유도, 역도 등 타 종목에서 전환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이시영 씨 등 일반인들이 복싱을 수련해 엘리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서 통하면 올림픽 메달권
현재 세계 여자복싱은 북한 중국 인도 태국 등 몇몇 아시아 국가와 유럽세가 강하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에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다면 이는 바로 올림픽 메달권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여자복싱의 국제 경쟁력이 아직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어쨌든 과정만 놓고 보면 국가대표인 박주영이나, 국내 신예 강자로 떠오른 이시영이 국내선발전을 거쳐, 올림픽 출전권을 따고, 또 런던으로 날아가 올림픽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한국 여자복싱에서 어떤 쾌거가 달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제 여자복싱이 확실히 ‘시선집중’ 스포츠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