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테헤란밸리’로 불렸던 테헤란로 주변은 이제 외국인 소유의 빌딩들이 가득하다. 왼쪽 건물이 테헤란로의 상징격인 스타타워. 이종현 기자 | ||
1972년 강남개발의 상징으로 탄생한 서울 강남지역의 명물거리이다. 당시 이름은 삼릉로였다. 72년 이란 수도 테헤란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이를 기념해 테헤란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 강남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도로인 테헤란로. 지금은 서울 강남지역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번지수로는 강남구 역삼동 825-15번지에서 송파구 잠실동 50번지까지 4Km 거리다. 지하철 노선으로 보면 2호선 강남-역삼-선릉-삼성역의 총 네 구간을 망라한다.
테헤란로는 강남 지역에서 국제금융과 무역이 가장 활발한 길로 꼽히지만, 이 지역이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벤처열풍이 불고 있었고, 벤처 회사들은 사무실 임대료가 다소 비싼 강북 시청 지역이 아닌 이 지역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이후 벤처업계가 활황을 맞으면서 벤처회사들이 대부분 포진해있는 이 지역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 한때 테헤란로는 밤과 낮에 상관없이 자금의 회전이 가장 빠르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당시 이 지역에 포진해있던 벤처회사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그들의 빈자리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회사들이 슬슬 점령해가고 있다.
현재 테헤란로의 땅값은 평당 4천만~5천만원을 호가한다. 대로변에 위치한 빌딩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른다.
그러면 테헤란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의 실제 소유주들은 누굴까.
테헤란로는 지하철역을 경계로 조금씩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강남역에서 역삼역에 이르는 구간은 빌딩이 대부분 20층 이상으로 고층인데다 외국인 및 국내 대기업들이 건물주인 경우가 많다.
역삼역에서 선릉역 일대의 구간은 이곳에 비하자면 훨씬 작은 건물들이 많다. 낮게는 3층에서 20층 정도로 빌딩의 소유주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개인이다. 일명 ‘빌딩부자’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것.
선릉역을 넘어 삼성역에 이르는 거리의 특징은 최첨단 빌딩들이 많다는 점. 이곳 빌딩의 주인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들이 섞여 있지만, 외관이 화려한 빌딩들이 많다. 동부그룹 빌딩과 포스코빌딩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강남역에서 역삼역에 이르는 테헤란로 지역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테헤란로의 대표 빌딩이자,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스타타워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 스타타워의 원래 주인은 현대산업개발(당시 빌딩의 이름은 아이타워).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구조조정차원에서 이 빌딩을 론스타에게 팔았다. 벤처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1년의 일이었다. 론스타는 지난해 말, 다시 이 빌딩을 매물로 내놓았고 싱가포르투자청이 사들였다.
스타타워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국내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큰 빌딩. 이번에 론스타가 얼마에 팔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으나, 그동안 1조원 이하에 빌딩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 점 등을 미뤄볼 때 1조원선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이번에 스타타워를 인수한 싱가포르투자청은 강북 파이낸스센터(SFC), 무교동 코오롱빌딩, 프라임빌딩(과거 아시아나 빌딩) 등도 보유, 국내 빌딩 시장에서 가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강남역에서 역삼역에 이르는 지역의 빌딩은 대부분 외국인과 재벌그룹 소유다. 가격도 최소 1천억원대 이상. 스타타워의 맞은편에 위치한 로담코타워도 대표적인 외국인 소유의 빌딩이다. 이 빌딩의 주인은 네덜란드계의 펀드인 로담코로, 대표적 벤처회사인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가 이곳에 사무실을 임대하기도 했다.
싱가포르투자청과 로담코아시아는 이 빌딩들을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를 따로 세웠다. 코리아에셋어드바이저(KAA)가 바로 그곳. 이 회사는 지난 99년 설립된 이래,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1조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스타타워 옆에 위치한 한솔빌딩의 주인은 푸르덴셜의 부동산자문회사인 PREI다. 원래 주인은 한솔그룹과 교보였는데, 지난 2003년 푸르덴셜 계열사에 2천억원을 주고 팔았다. 규모는 지하 5층, 지상 25층 규모. 현재 오리온 계열의 배급사 쇼박스와 극장 체인업체 메가박스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어 벤처가 빠진 테헤란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소유의 빌딩이 테헤란로에 즐비한 가운데, 포스틸빌딩이 우뚝 서 있다. 포스틸빌딩은 강남역 지하철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는데, 빌딩의 겉모습으로만 보면 보수적인 포스코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네모반듯한 일반 빌딩이 아니라 거대한 삼각형과 사다리꼴이 엇갈린 듯한 기하학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빌딩은 지하 6층, 지상 27층 규모인데 외벽이 스테인레스로 처리돼 있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포스코는 이 빌딩을 건설할 때 경제성보다는 창조적이고 독특한 디자인 빌딩 건설에 주안점을 맞췄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강남역에서 역삼역 사이에 위치한 빌딩의 주인이 외국인과 대기업이 전부는 아니다.
로담코타워 왼편으로는 한국벤처타운이 있어, 한때 이곳에 대표적 벤처타운이었음을 알게 한다. 로담코타워 오른편으로는 층수가 낮은 아주빌딩, 중소기업인 아가방빌딩,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 등이 있다. 또 맞은편에는 삼정빌딩, 한국기술센터빌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