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가르시아 영입에 엄청난 몸값과 이적료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가르시아가 국내 복귀 첫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6월8일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가르시아는 들뜬 표정으로 “한국에 돌아와 영광이다. 내 기량을 한국 야구팬들에게 다시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한화가 4강에 오르는 게 진정한 목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토록 한국을 사랑한 가르시아도 다시 한국행을 결정하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서 먼저 한화가 왜 가르시아를 선택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화는 기존 외국인 투수 훌리오 데폴라와 페레즈 오넬리의 부진이 이어지자 5월 중순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이때부터 영입 대상 0순위는 가르시아였다. 이유가 있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의 시즌 전 구상이 처음부터 외국인 투수와 타자 각각 1명씩이었기 때문이다.
한화가 애초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외국인 투수 2명으로 시즌을 시작한 건 이범호의 영입 실패 탓이 컸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한 감독은 구단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하던 이범호를 영입할 줄 알았다. 이범호를 영입하면 공격력이 강화돼 득점 기회가 많아지리라 예상했다. 그럴 경우 리드하는 기회가 많아져 마무리의 역할이 커지리라 내다봤다. 그래서 영입한 선수가 마무리 오넬리였다. 그러나 이범호가 KIA에 둥지를 틀며 시나리오가 어긋났다. 여기다 데폴라와 오넬리가 부진하고, 타선마저 터지지 않자 한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였던 ‘외국인 투수와 타자 1명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시즌 중 검증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선수가 가르시아였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3년간 타율 2할6푼7리 85홈런 278타점을 기록했던 가르시아는 뛰어난 파워와 훌륭한 외야수비가 돋보이는 선수였다.
한 감독은 가르시아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최종 낙점하고서, 구단에 그의 영입을 부탁했다. 신임 사장과 단장은 “감독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라”며 프런트에 가르시아 영입을 지시했다.
가르시아 영입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상군 운영팀장이 멕시코로 날아가 가르시아의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먼저 몸값이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시즌 전 가르시아 측에 계약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가르시아의 전 소속팀 롯데가 몸값으로 얼마를 지급했는지 알아봤다. 조사 결과 대략 80만 달러(약 8억 6000만 원) 선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80만 달러 정도를 제시하면 영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측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90만 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관계자는 높은 몸값 때문에 영입 의사를 철회했다.
한화도 가르시아의 몸값을 조정하느라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한국에서 3년간 뛰며 가르시아는 시즌 전보다 시즌 도중 계약액이 더 올라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르시아는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잔여연봉을 계산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화는 난색을 나타냈으나 가르시아와의 협상 끝에 요구액을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료도 큰 걸림돌이었다. 한화와 계약하기 전까지 가르시아는 멕시칸리그 몬테레이 술탄스에서 뛰었다. 몬테레이로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던 만큼 한화에 막대한 이적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한화의 끈질긴 설득으로 몬테레이는 애초 요구액보다 낮춰진 금액을 최종 제시했다.
한화가 가르시아와 몬테레이를 설득해 요구액을 대폭 깎았다곤 하지만, 몸값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 구단 관계자가 “모범생 한화가 부잣집 도련님으로 변신했다”고 평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동안 한화는 넥센과 함께 KBO가 정한 외국인 선수 연봉 30만 달러를 정확히 지켰던 팀이다. 하지만 가르시아 영입을 위해 삼성, LG 같은 부자팀들의 ‘통 큰 베팅’을 따라 했다.
한화의 가르시아 영입으로 넥센과 삼성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두 팀 모두 “한화처럼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라”는 팬들의 압박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넥센과 삼성은 시즌 전 외국인 타자를 한명씩 영입했다. 코리 알드리지, 라이언 가코가 주인공이었다. 두 팀은 이들을 영입하며 타선이 강화되길 바랐다. 그러나 두 타자는 타선 강화는 고사하고, 되레 팀 타력 약화의 주범으로 둔갑했다.
6월 초까지 넥센은 팀 재정을 이유로 알드리지 교체가 사실상 힘들다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넥센은 알드리지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꼴찌로 내려앉았다. 삼성은 투수진의 분투로 상위권에 머물지만, 가코는 여전히 기대밖의 성적을 내고 있다.
먼저 칼을 빼든 쪽은 넥센이었다. 9일 넥센의 고위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드리지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삼성은 아직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야구계엔 “삼성 류중일 감독은 교체를 원하나, 구단 수뇌부가 교체에 소극적”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한 야구인은 “외국인 선수 교체가 자신들의 무능으로 비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며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건 교체 타이밍을 놓쳐 팀 전력이 약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