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운데 우뚝 솟은 건물은 ‘예술 빌딩’으로 소문난 동부센터. 왼쪽에 포스코빌딩이 살짝 보인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역삼역에서 선릉역을 잇는 대로변의 눈에 띄는 특징은 빌딩 사이의 간격이 넓고 띄엄띄엄 있다는 점이다.
역삼역에서 강북 방향 대로변에는 큰길타워, 동훈빌딩, KT, 교원나라, 빅토리아빌딩, 신도벤처타워 등이 있다. 반대로 강남방향 대로변에는 나래빌딩, 대명빌딩, 태왕빌딩, 대봉빌딩, LG화재 강남빌딩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사연이 복잡한 빌딩은 역삼동 705-X번지에 위치한 지상 17층 규모의 빅토리아 빌딩이다. 이 빌딩은 지난 1993년 소유권이 이전됐는데, 빌딩의 주인이 1백 명도 훨씬 넘는다.
등기부등본상에는 이들은 ‘공유자’로 기재돼 있는데, 장아무개씨를 비롯해 개인 주인이 1백80여 명. 이 중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재미교포도 등기부 등록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중소기업, 연구소 등 다양한 법인들도 이 빌딩의 주인으로 돼 있다. 신한투자금융(주), 한국원자력연구소, 천일흥업(주), 한국야쿠르트 등도 이 빌딩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큰길타워는 현재 (주)큰길이 빌딩 관리를 맡고 있고, 태왕빌딩은 유아무개씨 등 유씨 일가 4명이 소유권을 공유하고 있다.
선릉역에서 삼성역을 잇는 구간의 특징은 빌딩의 면적이 비교적 좁고 고층이며, 빌딩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빌딩에 입주해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이 대부분이다.
선릉역에서 강북 방향 지역에는 남경센터, 보광빌딩, 동신빌딩, 대종빌딩, 삼영빌딩, 연당빌딩, 송암빌딩, 테리타워, 본솔빌딩 등이 옆으로 줄지어 서있다.
맞은 편에는 상제리제빌딩, 금강타워, 연봉빌딩, 다봉빌딩, KTF, 하이닉스, 동부, 포스코 타워 등이 있다.
이 지역 빌딩의 소유주는 크게 두 부류다. 대기업 또는 개인 소유다. 이 지역에는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은 찾기 어렵다.
가장 눈에 띄는 빌딩은 단연 포스코빌딩과 동부센터다. 포스코빌딩은 지난 1995년에 완공된 빌딩으로 포스코 본사가 위치해 있다.
포스코빌딩은 당초 지하 7층에서 지상 45층 규모의 한 개 동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건물 계획이 변경되면서 동관과 서관 두 개 동으로 나뉘어졌다. 현재 동관은 지하 7층~지상 45층으로 본사 직원들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관은 지상 21층 규모인데 대부분 임대를 주고 있다.
외관상으로 보면 포스코빌딩의 두 개 동은 사각형 구조에 대칭형이 아닌, 어긋난 모습으로 서있다. 외관은 옅은 녹색의 투명한 유리를 사용했고, 유리를 통해서 내부의 철근 골절이 훤히 드러나보인다. 포스코빌딩은 스타타워와 더불어 빌딩 자동화, 정보통신망을 두루 갖춘 테헤란로의 대표적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꼽힌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동부센터의 정확한 명칭은 동부금융센터다. 이곳에는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동부증권, 동부화재, 생명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동부건설, 동부제강, 동부한농화학 등이 입주해있다. 이외에도 외환은행, 도시바, 신한은행, C&H캐피탈 등 금융회사들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동부센터는 지하 7층~지상 35층 규모인데, 이 빌딩은 외관상으로 경사진 기둥과 서로 다른 모습이 보이는 사방의 입면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테헤란로의 대표적 ‘예술 빌딩’으로 불린다.
대기업이 소유한 빌딩을 제외한 대다수의 빌딩 주인은 개인이다. 대종빌딩은 이아무개씨, 삼영빌딩은 유아무개씨 소유다. 연봉빌딩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지평이 5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어 덩달아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연봉빌딩의 바로 옆에는 다봉빌딩이 있는데, 이 두 개 빌딩은 소유주가 같다.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이 빌딩은 김아무개씨, 신아무개씨, 유아무개씨 등 5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포스코와 길 건너편에 있는 해성빌딩 2개 동은 단아무개씨의 소유다.
이 길에서 유일하게 외국 이름을 갖고 있는 테리타워는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로 원래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신아무개씨 등 3명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2003년 타워와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 신탁됐다.
그 외에도 15층짜리 본솔빌딩은 정아무개씨 일가 소유였다가 지난 99년 (주)종합산업개발이라는 곳으로 매매됐고, 연당빌딩은 (주)연당의 소유로 돼 있다.
결국 강남역을 중심으로 벤처의 붐이 걷힌 곳에는 외국인들이 대거 들어섰고, 선릉역을 중심으로 ‘땅부자’ 였던 개인들은 세월이 흘러 ‘빌딩 부자’로 변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