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3일 결혼하는 박철우와 신혜인 커플이 사연 많은 5년간의 연애스토리와 가슴 설레는 결혼준비 과정을 <일요신문>에 공개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정식 결혼 발표는 이틀 전에 했지만, 결혼 준비는 올해 초부터 시작했어요. 이미 삼성 훈련장 근처에 신혼집도 마련했고 가재도구와 살림살이 등을 다 들여놨습니다. 어제 오늘 웨딩드레스와 한복 등도 마쳤고요. 이제 거의 다 끝난 셈이죠.”
박철우와 신혜인은 올 가을 결혼할 생각으로 부지런히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5월 말 상견례를 했지만, 이미 두 집안이 배구장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눈 탓에 형식만 상견례 자리였지, 가볍게 식사와 술 한잔을 나누는 편안한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결혼 날짜도 예비 커플이 잡았다.
“아빠가 삼성에 계시니까 대부분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호텔 결혼식이 꽤 비싸고 그 돈이 너무 아까워서 계열사인 삼성전자 사옥에서 하게 된 거예요. 철우와 전 할 수만 있다면 삼성 선수단 숙소 앞에 있는 잔디마당도 생각했어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요. 겉으로 보이는 결혼식은 안 하고 싶어요. 우리가 잘 사는 게 중요하니까요.”
겉치레보단 의미와 실속이 있는 결혼식을 생각했다는 신혜인의 설명이 꽤 인상적이었다.
“혜인이가 의외로 강단도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삭이기보단 털어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도 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마음고생을 많이 시켰으니까 앞으로 살면서 조금씩 갚아 나가야죠.”
박철우는 현대캐피탈 선수로 활약할 당시 여자친구에게 쏟아졌던 온갖 추측과 오해와 비난들로 인해 심적 고통이 엄청났다고 토로했다. 가장 황당하고 어이없었던 소문이 ‘스파이설’. 신혜인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아빠도, 철우도 공과 사가 아주 명확해요. 철우는 저한테 기흉 수술을 받으러 갔으면서도 수술 직전까지 얘길 안 했어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빠는 철우가 부진에 빠질 때 철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씀해 놓고선 아무리 여쭤봐도 그 문제점을 얘기 안 하시더라고요. 시즌 끝나면 말해주시겠다면서. 가끔은 서운할 때도 있고, 날 믿지 못해서 그러시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아빠도 철우도 프로였던 거죠.”
박철우가 현대캐피탈에서 경기를 치를 때, 현대 팬들은 신혜인이 배구장에 나타나는 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린 적이 많았다고 한다.
“저한테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욕설을 써서 쪽지를 보낸 분들도 있고, 제가 배구장 갈 때마다 철우가 부진에 빠진다며, 아예 나타나지 말라고 협박하신 분들도 있어요. 제가 있을 때 철우가 더 잘하고 MVP를 받은 적도 있는데 현대가 패한 것도, 철우가 못한 것도, 다 저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분들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더 당당하게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이런저런 소문과 악플들에 신경 썼더라면 우린 결혼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
여자친구에게 쏟아지는 비난, 자신을 둘러싼 이상한 시선들, 그리고 성적이 안 좋을 때마다 박철우는 자꾸 약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거였어요. 제가 좋은 성적 내고 팀이 이기고,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면 혜인이에 대한 비난이 수그러들었겠죠. 상황이 자꾸 이상하게 확대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내가 배구만 안 하면 모든 게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 얘기 꺼냈다가 혜인이한테 혼나기만 했지만요.”
FA 신분으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게 된 박철우. 신혜인은 더 이상 ‘스파이설’과 같은 이상한 루머에 휩쓸리지 않게 됐다는 안도감이 있었지만, 이번엔 아버지 신치용 감독과 박철우를 예비 장인과 예비 사위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또 다른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게, 아빠가 부진에 빠진 철우를 아주 혹독하게 몰아붙이시더라고요. 아마 철우가 아니더라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한테는 그렇게 하셨을 분이에요. 이번 시즌, 철우의 목표가 ‘장인어른’ 이전에 ‘감독님’한테 인정받는 거래요. 결혼도 하니까 더 잘해야 되겠죠.”
옆에서 예비 신부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박철우는 “결혼하면 훈련장에선 감독님이, 집에선 혜인이가 날 감시할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전에는 시즌 끝나고 휴가가 짧다고 하면 혜인이가 불만을 나타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승한 뒤에도 짧은 휴가에다 설악산과 한라산을 오가며 전지훈련이 이어졌는데, 별다른 불평이 없어요. 감독님이 계시니까 그런 것 같아요.”
박철우의 얘기에 신혜인이 한마디 거든다. “5년 동안 만나면서 지난 시즌처럼 부진했던 게 처음이었어요. 당연히 훈련을 통해 체력을 쌓아야죠(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는데,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가 이런 감탄사를 내놓는다. “와,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진짜 잘생긴 커플이에요. 너무 잘 어울려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