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오징어를 잡은 배에서 바로 얼리는 선동 오징어 사업으로, 큰돈을 벌수 있게 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의 돈을 갈취한 사기꾼 김 아무개 씨(43). 단순 사기범인줄 알았던 그의 휴대폰에서 사기꾼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언론인, 법조인, 정관계 인사들이었다. 가짜 수산업자는 이들에게 독도새우, 대게, 전복 등의 고급 수산물은 물론 억대 슈퍼카를 빌려주거나 골프채, 시계 등과 같은 고가의 선물도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수산업자인 김 씨에게 속아 한동안 그 회사에서 일했다는 전직 직원들을 어렵게 만났다. 전방위로 이어진 로비 행각에 대한 직원들의 증언, 실로 충격이었다.
하룻밤에 200만~500만 원에 이르는 술자리 비용은 대부분 김 씨가 계산했다. 심지어 엄성섭 앵커는 고급 풀빌라 등에서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인은 물론 검사들에게도 김 씨의 선물 공세는 계속됐다. 스위스 고급시계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방현 부장검사. 취재 결과 이 검사는 슈퍼카도 수시로 빌려 탄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 회사의 직원들은 이 검사에게 렌트비를 받은 기억이 없으며 슈퍼카를 빌려갈 때마다 직원들이 "기름까지 넣어드렸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검사들에게 유난히 깍듯했다는 가짜 수산업자. 그는 어떻게 박영수 특검과 현직 부장검사에게까지 접근하게 되었을까.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현재 7명. 피의자들은 본인의 지인들로부터 김 씨를 소개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엄청난 황금 인맥의 첫 번째 고리는 뜻밖에도 가짜 수산업자가 감옥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수감자'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전과가 있는 가짜 수산업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재력가 행세를 할 수 있었던 배경과 단기간에 '황금 인맥'을 가지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집중 조명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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