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자진사퇴로 ‘보은인사 논란‘ 일단락…이천 화재 때 이재명-황교안 유튜브 촬영 의혹 새국면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8월 20일 경기관광공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황교익 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내놓겠다”며 “소모적 논쟁을 하며 공사 사장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황 씨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며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논란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정치권에 돌렸다.
이번 자진사퇴는 ‘보은인사’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이다. 앞서 8월 13일 황교익 씨가 경기도 산하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내정된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은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황 씨가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에 대해 이 지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에 이재명 후보가 관광 분야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황 씨를 사장직에 발탁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측은 “관광 여행을 가는 것 중 반 이상은 먹는 것”이라며 황 씨의 내정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 씨 역시 “나는 민주당 지지자이며, 특정 정치인 지지는 오직 문재인밖에 없다”고 친이재명계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실제 황 씨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형수 욕설’ 옹호에 대해서도 “2018년 일이다. 보은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이미 했어야 한다”며 “나는 공모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서류·면접을 거친 후보자”라고 강조, 사퇴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이 진행 중인 만큼 논란은 이어졌다. 후보 간 TV토론회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이낙연 캠프 공세는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후보 측이 이재명 캠프 인사가 아닌, 일반인 신분의 공사 사장 후보자를 공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낙연 캠프의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8월 17일 황 씨가 일본 음식을 높이 평가해왔다며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는 분”이라고 저격해 논란이 일었다. 황 씨는 이낙연 캠프가 자신에게 친일 프레임을 뒤집어 씌웠다며 강력 반발했다. 더 나아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말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결국 민주당이 진화에 나섰다. 당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서 황 씨를 위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8월 19일 황 씨에게 직접 전화해 “문재인 정부 탄생과 지난 총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분”이라며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생각한다. 너그럽게 마음 풀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 역시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이낙연 후보의 정치생명을 끊겠다’ 발언은 선을 심하게 넘은 발언”이라며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 용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 측에서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낙연 후보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황 씨도 8월 19일 막말에 대한 사과와 함께 “민주당 재집권을 위해 움직여야 하니 그 입장에서 고민해보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해서 올리겠다”며 자진사퇴를 시사했고, 다음날 결국 사퇴했다.
이재명 후보도 황 씨의 자진사퇴 결정을 수용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SNS에 “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 모두를 지키는 출발이다. 그런데 모두를 위해 한 사람이 스스로를 내려놓았다”며 “황교익 선생의 결단에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인사는 친소관계가 아니라 역량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도 명백한 전문성을 부인당하고 친일파로 공격당하며, 친분에 의한 ‘내정’으로 매도당한 황 선생님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또한 “황 선생 본인도 인정했듯이 선을 넘은 발언에 대해서는 저 역시 우려하고 경계했다.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며 “사과드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낙연 후보께 사과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 측은 ‘황교익 사태’가 일단락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황교익 씨를 두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 17일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 중이던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고립돼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시점에,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인 이재명 후보가 이날 오후부터 저녁까지 창원시 창동 일대 거리와 음식점 등에서 황교익 씨와 유튜브 채널 ‘황교익TV’ 방송 녹화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8월 19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 당일 황 씨와 유튜브 촬영을 강행했다는 언론보도에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화재 당일 창원 일정 후, 다음 날인 18일 오전 1시 32분에야 화재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며 “기사가 사실이라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다. 당일 행보에 대해 성실하게 국민께 소명해 달라”고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6월 17일 오전 경남에서 쿠팡 화재 ‘대응 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남과 협약식을 가졌다”며 “이 지사는 행정1부시장을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고, 사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애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가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 날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당일 저녁 급거 화재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시간대별 경기도 조치상황도 공개했다.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총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며 “애끊는 화재사고를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는 일은 다시 없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캠프의 관계자 역시 “이재명 후보는 당시 화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다. 도정 업무를 게을리 하거나 소홀한 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지사가 바로 화재 현장으로 가면 의전 및 브리핑 등으로 화재진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재명 지사가 바로 출동했으면 ‘화재 현장에 도지사가 화재진압에 방해되게 왜 그리 빨리 갔느냐’고 비난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낙연 후보 측에서도 황교익 씨 인사 문제를 계속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낙연 후보 측에서 황교익이라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꼬리표 막말 공세를 펼친 모습이 보여줬다”며 “이낙연 후보의 강점은 과거 점잖고 정제된 태도와 언변이었다. 그런데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며 그러한 장점이 많이 상쇄됐다. 이번 황교익 씨와의 난타전이 그 정점이라고 본다. 이는 이낙연 후보뿐만 아니라 여당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확전은 없으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황교익 씨 관련 문제에 대해 “전혀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이후 이낙연 후보나 캠프 측에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상황에 따라 이낙연 후보 측과 이재명 후보 측의 공방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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