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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호 회장(왼쪽), 조남호 회장 | ||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정일씨(82세)의 최근 주식거래를 두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회사 주식을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거래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김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중공업의 주식을 팔아,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차남 조남호 회장이 이끄는 기업이고, 대한항공은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기업이다. 김씨의 주식거래 내용대로라면 그는 차남 회사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장남 대신에 회사 주식을 매입, 우호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2005년 형제간의 분가를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어머니가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 3형제들이 일찌감치 계열사를 떼어내 ‘독자경영’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올해가 이들 간에 남겨진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김씨의 주식거래가 아들이 아닌 손주를 염두에 둔 처사라는 얘기도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더욱이 김씨의 맏손주(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대한항공에 근무(기획전략팀 차장)중이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일씨의 주식거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10일. 당시 김씨는 한진중공업 주식 45만9천2백21주를 갖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12월10일 김씨는 자신이 보유중인 한진중공업 지분 5만 주를 팔기 시작해 12월13일 3만 주, 14일 8천 주, 15일 5천 주, 16일 1만 주, 17일 4만 주를 각각 팔았다. 김씨의 주식 매도는 지난해 연속 15일째 장내에서 계속됐고, 지난 1월5일에는 마침내 남은 주식 1만8천3백1주를 모두 처분하면서 마무리되었다. 한 달 만에 그는 한진중공업 주식 45만9천2백21주를 일괄 처분했고, 약 33억원(한 주당 7천2백원으로 계산)의 현찰을 손에 쥐었다.
김씨가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만 두고 보면, 그가 장남과 차남 회사 간에 계열분리를 도와주기 위해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이번 주식거래는 한진중공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김정일씨의 주식 거래는) 계열분리를 끝내기 위해 주식을 정리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씨의 주식거래가 단순한 ‘계열 분리용’ 이외에 또 다른 목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이제 막 경영일선에 나선 김씨의 맏손주 조원태씨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같은 시선은 김씨가 한진중공업의 주식을 처분한 이후, 대한항공의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사들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씨가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거의 처분하던 지난해 12월27일, 그는 보유 자금으로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7일 3만 주, 12월28일 5만 주, 29일 9만 주, 30일 16만 주를 각각 장내에서 사들였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3일 대한항공 주식 5천 주, 5일 3만 주, 6일 3만 주, 7일 3만 주, 10일 2만1천 주 등을 사들인 것이다. 지난 1월5일에는 대한항공 하루 거래량이 총 32만7천 주였으니, 김씨의 주식 거래가 전체의 10% 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김정일씨는 총 17회에 걸친 주식거래 끝에 대한항공의 지분을 0.53%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12월27일 그는 대한항공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난 1월20일 총 보유 주식수는 38만7천4백 주로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단순히 주식 수로만 따지면 김씨가 과거 한진중공업 주식을 보유한 숫자보다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한 숫자가 적다. 하지만 두 회사의 주가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김씨로서는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 된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주식을 팔아 33여억원을 챙겼으나, 대한항공 주식을 70억원어치 사들여 오히려 돈을 2배 가까이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단순히 ‘계열분리용’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면, 한진중공업의 주식을 매도한 금액만큼만 매입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진중공업 주식 처분액보다 배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대한항공의 주식을 산 부분은 다분히 다른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증권가나 재계에서 김씨가 가진 ‘다른 목적’은 바로 손주인 조원태씨에 대한 지분증여를 염두에 둔 행보일 것이란 분석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분석을 하는 이유는 82세의 고령인 김씨가 갑자기 대한항공 주식에 매력을 느낄 하등의 까닭이 없고, 기존 주식의 처분가액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부분이다. 막대한 현찰을 동원해 주식을 매입하는 대목은 개인적인 결정이라기 보다 가족적인 차원에서 장래를 보고 이루어지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가 관계자는 “향후에 해당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현찰을 증여하는 것보다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며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곧장 증여하는 경우 다소 할증이 붙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이 같은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