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럴톤의 국내외 산업기밀유출 정황을 포착한 국정원은 지난해 9월부터 2개월 동안 내사를 벌인 뒤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유망 벤처회사인 포럴톤의 기술유출사건은 2008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 1년 만에 연매출 성장률 200% 이상을 달성하면서 승승장구했던 포럴톤은 해외진출을 시기한 A 업체 임원이 회사 지분 50%를 요구하면서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포럴톤 창업자인 윤필환 사장이 이 제의를 거절하자 A 사는 포럴톤 임직원을 포섭해 기술을 유출하고 2009년 2월 일방적으로 거래를 해지했다. 이후 포럴톤과 계약을 맺었던 국내 대기업과 일본 야후재팬까지 모든 거래처가 기술유출에 동참하면서 약속이나 한 듯 거래 해지를 통보하고 나섰다.
포럴톤은 국내 주요 거래처였던 옥션, 인터파크, SKT 등 3사의 계약해지로 수백억대의 피해를 입었고, 수천억대에 달하는 잠재적인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당시 포럴톤은 2008년 일본 야후재팬과 계약체결 이후 정부출연기관인 기술보증기금에서 정부자금 18억 원을 대출보증 받았고, 2009년 4월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으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미국, 중국 등에 추가투자를 계획하고 현지 합작법인 설립 및 공동사업을 추진 중이었고 일본 야후재팬도 2009년 말까지 100억대의 자금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A 사를 비롯한 대기업의 음해와 기술유출로 포럴톤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대기업에 매수된 회사 임직원들은 기술을 유출해 해당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따로 회사를 차려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이에 촉망받는 벤처기업인으로 승승장구했던 윤 사장은 하루아침에 가족과 생이별하고 거리에 나앉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6월 2일 기자와 만난 윤 사장은 “포럴톤은 창업 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호주까지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포럴톤의 기술력과 비전을 탐낸 A 사 임원이 지분 50%를 요구하며 회사를 빼앗으려다 실패하자, 자사 임직원들을 꼬드기고 다른 대기업 임원들까지 연대해 거래관계를 해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윤 사장은 “포럴톤의 기술과 전문 인력을 탐내던 B 사 임원과 중간에서 B 사의 모바일사업을 대행하고 있던 자회사 직원이 작년 1월에 포럴톤의 모바일사업을 총괄한 우리 임원과 짜고 예비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술을 빼돌렸다. 그리고는 당일 B 사 임원은 예비시스템을 라이브(실 서비스)시스템으로 전환해 준 후, 공모한 우리 임원으로 하여금 별도 법인을 설립하게 했다. 그 직후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6월 3일 기자와 통화한 B 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포럴톤과 계약을 해지한 것은 엄밀히 따지면 계약자격이 상실돼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포럴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자회사 직원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나 소환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포럴톤의 전직 임직원이 따로 설립한 회사(M 사)와 동일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자회사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밀유출 문제는 포럴톤과 M 사의 문제다. 도의적 책임을 떠나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윤 사장은 포럴톤의 인력과 기술을 편취해 간 대기업들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윤 사장 홀로 대기업들을 상대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그는 “수천억대의 가치가 있는 유망한 벤처회사가 대기업들의 횡포에 이렇게 허망하게 쓰러질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40대의 젊고 유능한 벤처기업가의 억울한 사연은 사정당국이 내사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포럴톤의 국내외 산업기밀유출 의혹건을 접한 국정원은 지난해 9월부터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2개월 동안 내사에 돌입했던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국정원은 범죄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했고, 경찰 또한 기소 의견으로 5월 17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자와 통화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형사6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또 지난해 4월 서울지방법원에 KT 콜링크 서비스의 개발 및 운영대행사인 C 사를 상대로 특허권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포럴톤은 현재 미국 구글 본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클릭투콜 서비스라 불리는 전 세계 검색광고 사업상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클릭투콜은 인터넷 사용자가 포털 등에서 지도검색 기능을 활용해 식당 등의 연락처를 찾아낸 뒤 이를 클릭하면 일반 전화로 무료 통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포럴톤은 2004년 11월 국내 특허출원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에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2009년 11월 KT의 협력사인 C 사가 유사 서비스를 시작해 제휴업체를 늘려가자 어려움에 봉착한 포럴톤은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윤 사장은 “2008년부터 KT가 포럴톤의 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유출해 특허출원 6년 만인 2009년 11월부터 네이버 지도 위에 ‘ㅇㅇㅇ’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시하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소송건은 두 차례의 심문을 거쳐 지난해 5월 결심을 마쳤으나 아직까지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 사장은 “법원의 판결을 지켜본 뒤 KT나 C 사를 상대로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며 “IT업계에는 마피아 조직이 있다. 조폭보다 더하다. 해외 기술유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물론 해외 유수업체까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포럴톤 기술유출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국정원과 경찰을 거쳐 검찰로 넘겨진 이번 사건의 수사 추이에 업계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한땐 ‘구글’이 안 부러웠다
포럴톤(주)는 2004년 7월에 설립된 인터넷 검색광고 전문 회사다. 포럴톤은 2004년 11월 노출에 따른 광고비책정방식인 CPM과 클릭수에 따른 CPC 온라인 광고결제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CPA(Cost Per Action) 모델인 클릭투콜 특허서비스와 ‘판매자검색광고’ 서비스를 각각 세계 최초로 야후코리아, 옥션 등에 선보이면서 유망 벤처회사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클릭투콜 서비스는 인터넷 광고시장의 영역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홈페이지가 없는 사업자들도 인터넷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포털별로 별도 모듈을 만들어서 광고주 공모와 광고물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통해 기존 광고주의 10배가 넘는 350만 광고주들이 홈페이지 없이 인터넷광고를 할 수 있게 됐다.
포럴톤은 국내 특허등록을 완료하고 해외 특허출원 중에 있는 클릭투콜을 통해 CPC가 점유하고 있는 연간 5000억 규모의 광고결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에 돌입했다.
포럴톤은 2007년 9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노베이션센터(MSIC)’ 회원사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클릭투콜을 활용한 e마켓플레이스 전용 검색광고솔루션인 옵션생활정보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포럴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광고 플랫폼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2007년 12월 말 홍콩 e베이에 검색광고 시스템을 구축해 주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 홍콩 사무실을 오픈한 후엔 싱가포르, 중국 등 본격적인 중화권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호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의 오픈마켓 기업들로부터 사업 제휴 러브콜을 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11월 일본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 사이트인 ‘야후 재팬 옥션’에서 판매자검색광고 시스템인 ‘오픈 마케팅 센터’를 개시한 후 3개월여 만에 1만 6000여 건의 광고 계약을 체결하며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처럼 오픈마켓 검색광고 영역을 개척한 포럴톤은 창업 1년 만인 2005년부터 연매출 성장률 200% 이상을 달성했고 옥션, 인터파크 등에서 5만여 명의 개인 판매자들을 통해 연 300억 원의 총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포럴톤의 창업자는 윤필환 사장이다. 윤 사장은 야후코리아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 SK텔레콤 등을 거친 인터넷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인터넷 광고시장을 개척한 공과 세계적인 성공사례를 인정받아 2009년 4월 기술보증기금 및 삼성(제일기획)으로부터 50여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