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안 안 내놓고 ‘동물국회’ 재연…정치·경제 권력자는 징벌적 손배 제기 못해”
국회 문체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4일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악의적인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를 받은 국민을 살리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정정보도에 대한 실효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라며 “각종 의견을 모아서 가장 상식적인 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국민의힘 비판엔 “민주당은 1년 넘도록 지속해서 논의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태업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며 “대안조차 제시하지 않다가 상임위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마지막엔 상임위원장의 마이크까지 부쉈다. ‘동물국회’를 다시 보여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대만 카스텔라’, ‘이영애 황토팩’, ‘240번 버스 사건’을 언론의 오보 피해를 받았던 대표적 사례로 들며 “제조업체가 가짜 음식을 만들면 안 되듯, 국민을 해롭게 하는 언론의 가짜뉴스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전 의원은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민생 법안은 빠르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문체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한 시기보다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려던 시기가 훨씬 먼저다. 결국 그런 주장은 정치 논쟁인 셈”이라고 일축했다.
전 의원은 언론의 취재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정치·경제 권력자는 이 법을 적용해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지 못하도록 명시해뒀다”며 “이 법은 언론의 자유를 막기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 의원은 “언론의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자유로워야 한다”면서도 “그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걸 또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이 법이 더 민주적인 대한민국으로 가는 데에 발돋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취지는 무엇인가.
“악의적인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를 받은 국민을 살리기 위한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변화를 꼽는다면.
“정정보도에 대한 실효성을 대폭 강화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인원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해서 허위·조작 보도, 오보에 속도감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5년 이상 법조인이 중재위원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인력도 기존 최소 40명에서 60명으로 증원했다. 신속한 구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 부분이 가장 의미 있다고 본다.”
―야당에선 민주당이 협의 없이 법안을 날치기 상정했다고 비판한다.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이 법안은 작년 6월 9일 정청래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16번의 추가 의원 발의가 있었다. 의원 발의가 되면 기본적으로 두 달 뒤엔 소위원회에 회부한 뒤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제1소위원장이었던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그때부터 지속해서 논의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이 법안 관련해선 태업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말에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지도 않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8월 중순엔 3일만 달라고 해서 시간을 줬다. 8월 16일 상임위가 열렸을 때 들었던 말은 ‘대안은 아직 내 머릿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협의하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상임위가 진행됐다.
“상임위 전에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2시간 동안 시간을 끌다가 나갔다. 상임위를 참석해달라고 수차례 문자나 전화통화를 했고, 위원장 차원의 요구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기에 응하지 않았다. 안건조정위원회와 상임위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마지막엔 상임위원장의 마이크까지 부쉈다. ‘동물국회’를 다시 보여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의견이 수용된 부분이 있나.
“민주당은 야당에서 주장한 부분이라든지, 언론 단체,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을 최대한 수용해왔다. 정치·경제 권력자는 이 법을 적용해 언론에 손해배상을 물지 못하도록 명시해둔 것이 대표적이다. 또 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넣어뒀던 ‘구상권 청구’ 부분도 삭제했다.”
―정치·경제 권력자가 우회해서 이 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치 관계자 또한 결국 정치인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 판단은 결국 법원이 할 것이라고 본다. 법원도 상식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순실은 본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를 흔들었다. 이것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볼 수 없다. 최순실은 정치 권력자로 봐야 한다.”
―‘구상권 청구’ 부분이 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언론사의 명령, 지시에 불응해서 기자 개인이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경우 언론사가 기자에게 구상권 청구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이렇게 (구체적인 규정을) 안 해두면 언론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기자에게 떠넘기려는 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도 언론사가 기자 개인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가 민법으로 가능한 일이다. 결국 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었다. 하지만 언론 단체와 수차례 공청회와 의견교환을 하면서 이 조항이 오히려 기자 개인에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했다. 이처럼 민주당 독단으로 법안 강행을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번 개정안은 결국 언론사의 손해배상액을 늘려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손해배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한을 정해두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그런 우려 때문에 하한선을 삭제했다. 하한선이 있으면 다소 사소한 잘못으로 큰 배상 책임을 물 수도 있어서다. 국회가 상한을 정했지만, 법원이 적절하게 판단해 배상액을 정할 것이다. 그래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중재법과 별개로 일반적인 소송 절차를 본다면 답이 나온다.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증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중과실에 의한 오보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된 것 또한 논란이다.
“기자가 실수할 수도 있다. 단순히 기자가 실수한 것만 갖고선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라고 보진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허위·조작보도 행위는 A라는 사실을 B라는 사실로 악의적으로 바꾼 것을 말한다.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개정안 30조2의 2항에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해당하는 조건을 명시해뒀다.”
―기사의 내용과 다른 제목이나 삽화를 썼을 경우도 중과실 오보에 해당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례가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부족할 때 A 업체의 마스크가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그 보도 영상 자료엔 B 업체의 마스크가 나왔다. B 업체를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결국 B 업체는 망했다. 그런 사례를 막고자 30조의2 2항 규정을 만들어 둔 것이다. 국민들이 언론의 왜곡으로 피해를 받았을 때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언론 보도를 판단하는 법원의 권한이 강화되면 정부 편향적인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법원이 정부 편향적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삼권분립 체제에서 그런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우리 사법부가 정부 편향적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언론중재법, 역사에 안 좋게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가짜뉴스 피해자 다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할 정도로 힘들어한다. 대표적으로 ‘대만 카스텔라’는 조작된 오보였다. 월 60억 원 이상 매출이 나오던 김영애 씨 황토팩 사업이 중금속 검출이라는 오보 때문에 한방에 쓰러졌다. 240번 버스 사건 또한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언론이 재생산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악의적인 보도로 인해 피해 보는 국민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지 역사적으로 잘못된 일로 기억될 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제조업체가 가짜 음식을 만들면 안 되듯, 국민을 해롭게 하는 언론의 가짜뉴스를 방치해선 안 된다.”
―‘언론 개혁’을 지지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입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법은 특정 지지층을 위한 법이 아니다. 이 법은 20년 이상 논의돼 온 법이다. 여러 의견을 수용하면서 수정한 탓에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은 후퇴한 법안,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한다.”
―8월 25일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다. 그 전에 입법을 강행하려는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민생 법안은 빠르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문체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한 시기보다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려던 시기가 훨씬 먼저다. 법안 발의되고 몇 달이나 지난 뒤에 문체위원장을 넘겨주기로 했다. 결국 그런 주장은 정치 논쟁인 셈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 또한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에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의견을 모아서 가장 상식적인 법안을 만들었다.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왜 반대한다고 생각하나.
“딱히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야당은 항상 반대해왔다. 자기 입맛대로 법안을 조정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
―큰 틀에서 보조를 맞춰 온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생각인지 알 순 없다. 다만 민주당 또한 정의당이 만난 언론 단체를 만나 수십 번의 논의를 거쳤고, 공청회도 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법은 언론의 자유를 막기 위한 법이 아니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걸 또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피해자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더 민주적인 대한민국으로 가는 데에 발돋움이 됐으면 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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