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이선화 김영명 ‘특급 도우미’ 역할…논란 휩싸인 김건희 공식 행보 최대한 늦출 듯
특히 정치인 아내의 선거운동은 보수층과 중도층 표심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정치권에 지금껏 회자되는 내조의 명수로는 김한길 전 의원의 부인 최명길 씨를 비롯해 서청원 전 의원 부인 이선화 씨, 정몽준 전 의원 부인 김영명 씨 등이 꼽힌다. 이 중 배우 출신 최명길 씨는 남편보다 더 유명했다. 김 전 의원이 17대와 18대 총선 때 서울 구로을과 광진갑에서 승리했을 때 “최명길이 당선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선화 씨는 ‘전략참모형 내조’로 유명했다. 의정 활동 기간 서울 상도동에 터를 잡았던 서청원 전 의원은 이 씨 작품인 ‘열린 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씨 특유의 스킨십으로 서 전 의원의 집은 누구나 들어와도 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 전 의원은 이선화 씨의 내조에 힘입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8선 고지에 올랐다. 김영명 씨는 정 전 의원의 이미지 메이킹을 도맡았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남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조용한 내조형의 대명사였다.
이번 내조 열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등판 시기다.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깜깜이 행보 중인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코바나컨텐츠의 보험성 협찬금 수수 의혹 등에 휩싸였다. 코바나컨텐츠는 김 씨가 운영하는 미술전시기획사다. 윤석열 X파일에는 김 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일명 ‘쥴리 의혹’도 담겼다.
윤석열 캠프 일각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씨는 논란이 된 6월 30일 '뉴스버스'와의 인터뷰 이후 두 달간 깜깜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당시 “쥴리를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다”고 직접 부인, 지라시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조기 등판으로 뭇매를 맞았던 김 씨는 최대한 공식 행보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등판 시점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직후가 유력하다. ‘김건희 의혹’이 적지 않은 만큼, 조기 등판의 실익이 없어서다. 최대한 매를 늦게 맞겠다는 뜻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보수층인데, 김건희 의혹의 여파가 없을지 의문”이라며 “윤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야권 한 관계자는 “내조가 표에 도움이 됐다는 것은 (당선되면 나오는) 결과론적인 얘기”라며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김 씨가 본격 등판하면, 예상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씨 스스로 “원래 좀 남자 같고 털털한 스타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쩍벌’, ‘도리도리’ 등에 ‘셀프 디스’를 윤 전 총장이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것도 김건희 작품이란 얘기도 있다.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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