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고심 끝에 역대급 유망주 2명 중 ‘완성형 내야수’ 선택…강속구 투수 문동주는 한화가 ‘냉큼’
10개 구단 중 7개 팀은 모두 투수를 지명했다. 두산 베어스는 서울고 왼손 이병헌, LG 트윈스는 선린인터넷고 왼손 조원태, 키움 히어로즈는 성균관대 오른손 주승우를 택했다. 또 수원의 KT 위즈는 유신고 오른손 박영현, 인천의 SSG 랜더스는 오른손 사이드암 윤태현,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는 개성고 오른손 이민석, 대전의 한화 이글스는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를 각각 뽑았다.
투수를 선택하지 않은 3팀은 창원의 NC 다이노스, 광주의 KIA 타이거즈, 대구의 삼성 라이온즈다. NC는 용마고 포수 박성재를, KIA는 광주동성고 내야수 김도영을, 마지막으로 삼성은 고민을 거듭한 후 서울고 내야수 이재현을 각각 지명했다.
#예상과 다른 KIA의 선택
이번 1차지명의 최대 관심은 'KIA의 선택'이었다. 올해 지명 대상자들 중 투타 최고 유망주로 꼽힌 투수 문동주와 내야수 김도영이 모두 광주 지역 고교에 재학 중이어서다. 하필이면 두 선수가 같은 해 태어난 탓에 KIA는 '역대급' 유망주 두 명을 눈앞에 두고도 단 한 명만 선택해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깊은 고민이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 최하위팀 한화는 1순위 전국 지명권(전년도 하위권 3팀이 성적 역순으로 연고 지역과 무관하게 1차지명할 수 있는 권리)을 손에 쥔 채 KIA의 결정만 기다렸다. KIA가 선택하지 않은 선수는 곧바로 '한화의 선택'이 될 운명이었다. 둘 중 어느 선수든 두 팔 벌려 환영할 재목이니, 한화 입장에선 오히려 큰 고민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됐다.
두 선수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56km 빠른 공을 던진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많은 강속구 투수의 고질적 약점이 '제구 불안'인데, 문동주는 구속이 늘면서 오히려 제구가 더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고교 무대 11경기에서 48⅔이닝 동안 삼진 72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0개만 내줬다. 체격 조건(키 188cm, 몸무게 92kg)도 좋다.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시속 160km까지 던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통하는 천재 유격수다. 타격의 정확성, 장타력, 빠른 발, 수비력, 강한 어깨를 두루 갖춰 "단점을 찾기 어렵다"는 극찬을 받았다. KIA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종범 LG 코치와 여러 모로 비슷한 스타일이다. 올해 고교야구 21경기 성적(타율 0.456, 출루율 0.531, 장타율 0.608, 도루 17개)이 이를 입증한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것도 특장점이다. 그의 삼진 수는 지난해 108타석에서 3개, 올해 79타석에서 5개다.
문동주와 김도영이 2022년 신인 1차지명을 받는 건 오래 전부터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관건은 '둘 중 누가 연고지 구단 KIA 유니폼을 입느냐'였다. 야구 관계자들은 대부분 "선발 투수의 가치를 가장 높이 사는 KBO리그 특성상, KIA가 김도영보다 문동주를 선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KIA는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연고 지역 1차지명 마감일인 지난 23일 내야수 김도영을 지명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김도영을 선택한 이유로는 "타격, 수비, 주루가 모두 좋은 '완성형 내야수'로 평가받는다. (오른손 타자인데도) 홈에서 1루까지 3.96초 만에 도달할 정도로 스피드와 순발력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입단 후 팀 내야 수비와 타선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선수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 프로 구단 스카우트는 "문동주와 김도영 모두 최고 수준 유망주라는 점은 같다. 다만 최근 고교야구에 강속구 투수가 많아졌고, 내년 시즌 전면 드래프트에도 비슷한 유형의 투수들이 몇몇 나온다. 반면 김도영 정도의 즉시 전력급 야수는 향후 몇 년간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내야수가 필요한 KIA가 결국 김도영의 희소가치를 선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KIA의 고민이 끝나자 한화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문동주를 1차지명하기로 결정하고 KIA의 김도영 지명 사흘 뒤인 지난 26일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전국 지명권 보유 구단의 1차지명 마감일은 8월 30일이지만, 함께 전국 지명권을 갖고 있던 삼성과 협의해 발표를 앞당겼다. 문동주 선수가 하루라도 빨리 한화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투수는 많을수록 좋다. 또 시속 15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 건 특별한 재능이다. 베스트 선수를 뽑은 것 같다"고 반겼다. 입단 전부터 야구계를 뜨겁게 달군 광주 지역 두 특급 유망주의 진로는 그렇게 확정됐다.
#왼손 파이어볼러는 재활 중이어도 뽑는다
다른 구단도 저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다. 두산이 뽑은 서울고 왼손 투수 이병헌은 투구 동작이 유연하고, 최고 시속 151km의 공을 던진다. 이른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키 185cm, 체중 88kg으로 신체 조건도 좋다. 고교 2학년이던 지난해 14경기에서 34⅔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42개를 잡고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서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의 1차지명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이병헌이 올해 큰 암초를 만나면서 두산이 지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지난 7월 28일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했고, 8월 11일에는 내측 측부 인대 재건 수술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고심 끝에 이병헌을 선택했다.
두산은 지명 후 "이병헌은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지만, 차후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고 판단했다. 힘이 좋고 하체 밸런스가 안정적이며 손끝 감각까지 좋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나를 뽑아주신 두산에 감사드린다. 재활을 무사히 마쳐 두산 마운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LG 유니폼을 입는 조원태는 키 186cm, 체중 88kg의 왼손 투수다. 올해 고교야구 8경기에서 25⅔이닝을 던져 탈삼진 43개와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다. 한화에 1차지명된 문동주와 함께 오는 9월 23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U-23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 뽑혔다. 대학생이 주로 출전하는 이 대회 대표팀에서 고교생은 이 둘뿐이다.
LG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투구 메커니즘이 좋고, 빠르고 힘 있는 직구를 던지면서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투구 성향을 보인다.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 운영이 장점이라 즉시 전력이 될 만한 투수"라고 평가했다.
키움의 지명을 받은 주승우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오른손 투수다. 최고 시속 152km의 공을 던진다. 키움은 "대학 입학 후 꾸준히 기량이 좋아져 대학리그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성장했다. 변화구 구사 능력, 제구, 경기 운영 모두 좋다"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키움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선수다. 대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기존의 안정적인 밸런스에 빠른 구속까지 갖추게 됐다. 가장 뽑고 싶은 선수였다"며 반겼다. 주승우 역시 "대학에서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KT는 유신고 오른손 투수 박영현을 뽑았다. 시속 140km 중후반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고교 정상급 투수다. 박영현은 일찌감치 "KT의 마무리 투수를 맡는 게 내 꿈"이라며 연고 지역 팀을 향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이숭용 KT 단장은 "박영현은 고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목해 온 연고지 유망주다. 향후 우리 팀 투수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SSG 창단 첫 1차지명은 인천에서
지난해 9위였던 SSG는 한화 다음 순번으로 타 지역 유망주를 지명할 수 있었지만, 전국 지명권 행사를 포기하고 연고 지역 고교 선수를 선택했다. 인천고 사이드암 투수 윤태현이다.
키 190cm, 체중 88kg의 체격을 자랑하는 윤태현은 2학년이던 지난해 인천고의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다. 또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고교 최고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상'을 받았다. SSG는 "윤태현은 기량뿐 아니라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 태도도 갖추고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발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SG는 창단 후 첫 1차지명 선수로 기록된 윤태현에게 계약금 2억 5000만 원을 안기면서 빠르게 계약을 완료했다. 연봉은 신인 선수 기본 연봉인 3000만 원이다. 윤태현은 계약 후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홈 구장을 자주 방문한 열성팬이었고, SK 와이번스(SSG의 전신) 유소년 야구교실 출신이다. 내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팀과 계약을 하게 돼 매우 기쁘고, 인천 연고 팀에 입단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롯데가 선택한 개성고 오른손 투수 이민석은 키 189cm, 체중 97kg의 체격을 앞세워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를 던진다. 롯데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신체 조건이 우수할 뿐 아니라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유연성을 갖춘 선수다. 프로에서 발전 가능성이 큰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유일하게 포수를 1차지명한 NC는 내년 입단할 박성재에게 '차세대 양의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박성재는 수비 기본기가 잘 갖춰진 데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송구 동작, 우수한 송구 회전력, 높은 도루 저지율을 두루 보여준 포수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NC는 "투수 리드와 타격에서도 꾸준히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를 표현했다.
박성재는 "NC 주전 포수이자 현역 최고 포수인 양의지 선배님을 평소 닮고 싶어 했다. 그래서 고교 3년간 양의지 선배님 등번호인 25번을 달고 뛰었다"며 "그 뒤를 잇는 NC의 포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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