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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25일 윤영달 사장(왼쪽)의 기자간담회 모습. 오른쪽은 윤 사장의 사위인 신정훈 상무. | ||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말 해태제과의 대주주인 외국계 컨소시엄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했고, 윤 사장은 지난 1월12일 해태제과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행사는 비단 크라운과 해태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크라운이 해태를 인수함에 따라 두 회사의 통합 매출이 1조원대에 육박, 업계 1위인 롯데제과와 정면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 분위기는 상당히 미묘했다. 분명히 신임 대표이사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행사장에는 설명하기 힘든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해태제과에서도 일일이 참석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장에 입장시키는 등 여느 간담회 자리와는 달랐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은 11시15분. 행사가 시작됐고, 이날 주최 측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사연이 곧 드러났다. 바로 윤영달 해태제과 신임사장이 회사에 출근한 다음날 벌인 일 때문이었다.
윤 사장은 당초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3년 고용승계’를 못박았다. 물론 단서조항은 있었다. 회사에 유익하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에는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기존의 해태 임원 7명을 포함, 20명의 직원을 과감히 보직 해임했다. 이들의 책상은 이내 회사 지하 1층으로 밀려났다. 이들이 회사에 어떤 불이익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사장은 이후 자신의 부인인 육명희씨(56)를 해태제과 상근고문으로, 사위인 신정훈씨(36)를 재경본부담당 임원으로 발령냈다. 그가 취임한 지 일주일 안에 이뤄진 변화였다.
이런 사실이 회사 외부로 솔솔 새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당연히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윤 사장의 해명에서 시작됐다.
해태제과 신임 대표이사로서 윤 사장의 약 15분에 걸친 회사 비전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자, 간담회 질의응답시간이 시작됐다.
윤 사장은 회사의 임원을 소개한다며 두 사람과 함께 단상으로 나갔다. 두 사람 중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윤 사장의 왼편에 서있던 30대 중반의 신임 임원이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신정훈 재경담당 상무였다. 신 상무는 윤 사장으로부터 마이크를 이어받아 본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그는 약 5분에 걸쳐 출신학교부터 직장 경력, 해태제과에 입사하게 된 계기까지 계속됐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화려한 직장 경력임은 분명했지만 문제는 그가 윤 사장의 사위라는 점이었다.
본격적인 질의 응답시간이 되자 제일 먼저 터져나온 질문은 윤 사장이 자신의 부인을 해태제과 상근고문에 앉히게 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윤 사장의 답변은 이랬다. “우리 제품을 사는 고객의 절반은 여성이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 여성 임원 한 명 없더라. 여성파워의 증진을 위해 와이프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와이프를 영입하면서 내가 ‘바지는 치마사정을 알 길이 없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윤 사장의 이런 ‘솔직한’ 답변은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오히려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에게는 “직장 경력이 없는 부인이 해태제과 고문을 맡기에 적합하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윤 사장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여자 중에서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이 와이프여서 선임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또 그는 그의 사위이자 해태제과 재경담당 상무로 선임된 신정훈씨에 대해서도 “내 사위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서 오히려 해태제과로 오지 않겠다는 걸 설득하느라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할당된 시간 중 3분의 2 이상은 윤 사장의 ‘족벌 경영’에 대한 것이었다.
윤 사장은 이번에 보직 해임된 해태직원들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지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1층에 모여있다”며 별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태제과 노조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 노조 관계자는 “해태제과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그동안 아무 탈 없이 근무한 직원들을 돌연 해임시키고, 아내와 사위 등을 회사 고위직에 앉힌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윤 사장 가족의 퇴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윤 사장이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직장 경력이 없는’ 부인을 고문에 임명한 부분이나, ‘삼고초려’로 사위를 영입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윤 사장의 인수 후 보인 행보로 인해 새 주인을 맞은 해태제과는 당분간 족벌경영 논란에 휩싸여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