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해 8월18일 2010년까지 재계 10위권 재진입을 목표로 한 현대그룹 ‘2010 비전 선포식’에서 현정은 회장이 그룹깃발을 흔들고 있다. | ||
고 정주영 회장의 다섯째 며느리이자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그의 행보는 언제나 관심 대상이다.
지난 2003년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작고 이후 위기에 빠진 현대그룹의 수호신으로 등장한 현 회장. 가정주부에서 일약 거대 기업의 총수로 변신한 그가 세간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가 다시 한번 재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는 3월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 정기주총에서 그가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 회장의 공식 직함은 회장(혹은 이사회 회장). 그는 지난해 3월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3개사(현대그룹 계열사는 7개)의 등기 이사가 되었지만, 대표이사권은 갖고 있지 않다. 대표이사권이 없는 회장이라는 것은 명함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기업 경영을 진두지휘하지 못하는 허울 뿐인 것. 때문에 오는 3월 이들 주력사의 정기주총에서 그가 명실상부한 대표이사직을 맡게 될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을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는 그룹 경영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과, 세칭 ‘현대 가신 3인방’의 완전 퇴진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그룹 가신 3인방 중 마지막 남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진퇴문제는, 향후 현대그룹의 경영행보와 관련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현 회장이 외곽이 아닌 실권자로서의 지위(대표이사)를 가질 것이란 예측은 지난해 가을 현 회장 취임 1주년을 즈음해 ‘새로운 비상, 현대 2010’ 선언이 나오면서 예견됐다.
당시 그는 현재 재계 19위로 쪼그라든 그룹의 입지를 2010년에 매출 20조원대로 끌어올려 재계 10위권에 다시 진입한다는 원대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내놓았다.
이후 현 회장의 경영 활동은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월5일 경기도 용인 현대경제연구원 방문, 10일 현대택배의 물류터미널 방문, 12일 여의도 현대증권 방문, 13일 현대상선 부산지사 방문, 25일 경기 이천 현대엘리베이터 공장 방문, 26일 현대아산 영업부서 방문 등 신년 초부터 연쇄적인 현장방문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분위기 쇄신을 통해 현대그룹 임직원을 독려하려는 현 회장의 의지”라고 표현했다. 올 들어 눈에 띄게 달라진 그의 적극적인 활동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두었던 기존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그가 단순히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그치지 않고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지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여기서 기인한다.
이와 관련해 현 회장측이나 현대그룹 계열사 내부에선 그가 어떤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것인지 구체적인 정보가 흘러나오진 않고 있다. 일단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대북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아산의 대표이사를 맡을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현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 대북사업이고,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는 정통성을 대내외에 보여주기에는 현대아산이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
| ▲ 현정은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이 예상되면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오른쪽)의 거취가 주목된다. 사진은 고 정몽헌 회장 장례식 당시의 두 사람. | ||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그룹의 정통성 수호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사업. 정주영-정몽헌 부자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라도 현대그룹을 지키겠다고 나선 그로선 현대아산의 실질적 경영인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가 현대아산의 대표이사가 된다는 것은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윤규 사장의 거취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주목된다.
알려진 대로 김윤규 사장은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현대그룹 오너가를 보좌한 핵심 가신 중 대표적인 인사. 특히 그는 정주영 회장 시절 대북사업의 핵심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현재까지 현대그룹의 주축 경영인으로 기반을 구축해왔다. 고 정몽헌 회장이 작고한 뒤 남긴 유서에서도 김 사장에 대한 애절한 감정을 표현했을 정도로 그는 현대그룹가와 밀접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세월은 변하는 법. 현 회장이 대표이사권을 가지고 현대아산의 경영을 진두지휘한다면 김 사장은 마땅히 자리를 비켜주는 게 도리다.
일부에선 현 회장이 대표이사가 될 경우 김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내부경영과 외부경영의 역할분담을 할 것이란 관측을 하고는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현대그룹 안팎의 지배적인 예상이다.
어쨌든 이번 3월 정기주총은 현대그룹 역사에서 커다란 획이 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써 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