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사진전문기자 |
그래도 악타 감독의 배려로 어제 경기를 쉴 수 있었어요. 언론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결장한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다른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순전히 휴식 차원의 배려였습니다. 더욱이 탬파베이와의 1차전 상대 투수가 데이비드 프라이스라는 사실에 악타 감독은 고민 없이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그 선수한테는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제 입장에선 감독의 의견에 내심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보스턴전에서 6회에 교체된 이후 이동일까지 포함해서 이틀 반을 쉰 셈이잖아요. 그동안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던 터라 감독의 지시가 내심 반가웠습니다. 결장 소식은 야구장 나와서 알게 됐어요. 훈련 때문에 일찌감치 야구장에 도착했더니, 감독이 불러선 ‘하루 정도는 쉬는 게 낫겠다’라며 아예 엔트리에서 제 이름을 뺐습니다.
제가 결장한 이유를 보스턴전에서의 실수 때문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보스턴과의 3차전에서 2-14로 대패하는 날, 제가 두 번이나 결정적인 신수를 저질렀거든요. 지난해 실책이 4개밖에 안 된 제가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실책이나 나왔다는 건 예사롭지 않은 거죠. 그러나 운이 없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땅볼로 날아온 볼이 바운드가 심해서 잡지 못한 건 그렇다치더라도 우중간으로 날아온 볼을 처리하려다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간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이상실입니다.
클리블랜드가 해마다 인터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그래도 3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부분에는 상대 투수들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한 부분도 있겠지만, 쉽게 지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패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더그아웃 분위기나 라커룸에서의 선수들 표정이 어둡고 조용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올 시즌 처음으로 3연패를 당한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질 않았습니다. 제가 일기를 통해 자주 강조하는 말이 있죠. 바로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 선수들을 강하게 잡고 있습니다. 여전히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전체 1위를 내달리고 있으니까요.
뼈아픈 실책을 두 개나 했지만 조금씩 방망이가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홈런이 좀 터져야 하는데 말이죠^^.
탬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