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스타트업에 부정적 영향, 주가 전망은 엇갈려…카카오 김범수 “사회가 울리는 경종” 상생안 발표
카카오는 2010년 메신저 카카오톡 출시를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카카오는 꾸준한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을 통해 2016년 자산 규모 5조 원을 넘겨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서열은 2016년 65위에서 2021년 18위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IT기업인 네이버(2021년 기준 재계 서열 27위), 넥슨(34위), 넷마블(36위) 등과 비교해도 역사는 짧지만 재계 서열은 높다.
카카오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잡코리아가 지난 8월 대학생 1106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카카오가 15.3%의 응답률로 1위에 올랐다. 짧은 기간 외적 성장과 기업 이미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관련기사 대학생이 취업 희망하는 기업 순위 살펴보니).
하지만 최근 독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카카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늘고 있다. 카카오는 IT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 엔터테인먼트, 게임, 쇼핑, 택시, 배달, 대리운전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문제는 해당 업종 대부분이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 플랫폼 입점 업체를 상대로 수수료 관련 갑질을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카카오는 규제 완화의 틈새를 이용해 택시, 주차,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골목상권으로 깊숙이 침투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던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며 “커진 규모만큼 기존 상업과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독점에 맞서 자체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9월 9일 “택시업계 주도로 택시 호출 앱 시스템을 구축해 각종 공공 앱 및 지역 화폐와의 결제 연계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횡포에 대한 대응방안의 하나로 카카오T 호출 거부운동과 같은 논의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카오의 독점이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카카오는) 압도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기존 스타트업 업계 영역에 진출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업체들은 카카오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라며 “어느 한 분야의 온라인 플랫폼 선두주자는 경쟁기업에 비해 투자를 받기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되므로 공격적 M&A를 통해 다른 사업부문으로 진출할 때도 유리한 지위에 놓인다”고 전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특정 IT 플랫폼 업체의 데이터 독점을 막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온라인 플랫폼의 승자독식을 견제하고 대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골목상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나 여당이 공식적으로 특정 IT 업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카카오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 카카오의 플랫폼 경쟁력이 하락하면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모두 카카오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시민단체마저 카카오의 독점을 지적하는 만큼 데이터 독점 관련 법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높다.
카카오는 대부분 매출이 내수로 발생하는 만큼 국내 여론과 법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정확한 수출액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반기보고서를 통해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유동자산은 국내에 소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데이터 독점을 제한하는 법에 대해 우려 섞인 의견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승자독식 또는 고착 상태에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실증적 입증이 필요하다”라며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간접적인 진입규제로 작용해 시장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으며 서비스의 형태를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기술 혁신이 지체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카카오에 대한 제재 및 조사에 나섰다. 첫 번째 타깃은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보고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사실상 카카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9월 10일 조찬간담회에서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우려가 상존하고,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각 정부기관과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내년 대선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카카오의 독점을 쟁점화시켜 소상공인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것.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9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데이터를 독점한 후 골목상권에 진입해 지역경제와 유통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해 시장 독과점을 막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이 연이어 카카오를 겨냥하면서 카카오의 주가가 급락해 그 피해는 카카오 주주에게 번지고 있다. 지난 9월 7일 15만 4000원으로 마감한 카카오의 주가는 다음날인 8일 10.06% 하락한 13만 8500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날인 9일에도 7.22% 떨어진 12만 8500원으로 마감했다. 10일 1.17%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음 거래일인 13일 4.23% 하락한 12만 45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의 주된 이유는 빅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의 판매 및 중개가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라면서도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 모델이 장기적으로 사라지고 카카오페이의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과도한 반응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여당을 중심으로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이 공론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라며 “규제의 폭과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인터넷 업체 주가에 부담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카카오페이 기업공개(IPO·상장) 흥행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논란이 심화되면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의 기존 사업이 위축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카카오 내부 문제가 아닌 정치권 현안인 만큼 카카오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를 향한 집중포화가 이어지자 결국 카카오는 지난 9월 14일 상생안을 내놓았다. 카카오는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사업 철수와 플랫폼 종사자 부담 경감책도 시행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철수하고 돈을 더 내면 카카오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 호출'을 폐지하기로 했다. 가입 기사에게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 '프로멤버십' 가격도 9만 9000원에서 3만 9000원으로 낮춘다.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는 고정 20%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 변동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김범수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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