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1월 말 이후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성매매 산업과 더불어 콘돔 판매도 서서히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매매 업소에서 최근 사용되는 콘돔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최근 이루어지는 성매매의 실태를 알아볼 수 있지는 않을까.
더불어 성매매특별법과 최근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한국 콘돔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콘돔 중 국내 업체 제품은 85%, 수입품은 15%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는 제품은 대부분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제품은 피임 목적으로 약국이나 자판기 등 일반적인 유통경로로 팔린다.
성매매 업소에서 선호하는 수입 콘돔은 일본제다. 보통 국산의 도매가격이 70원이라면 일본제는 2백원가량으로 고가품이다. 그럼에도 왜 성매매 업소에서는 일본제품을 선호하는 것일까.
수입업체에 따르면 일본제품의 뛰어난 품질이 ‘아가씨’들로부터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매매 업소의 특성상 남성들이 일을 빨리 끝내게 하기 위해 되도록 얇으면서도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일본 제품이 이런 면에서 국산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는 이에 대해 “유난히 일제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것일 뿐 품질은 차이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입업체에 따르면 9월23일 이후 두 달간 집중단속기간이 이루어지는 동안 집창촌, 안마시술소, 스포츠마사지 업소에 대한 판매량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된서리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나 11월 말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이루어 현재는 예전 판매량의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 수입업체들의 판매량은 얼마나 될까. 수입업체들은 주 고객들이 성매매업소인지라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어 간접적으로 그 규모를 짐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한 달 콘돔 소비량을 평균 8백40만 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일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월 1백26만 개이다. 하루 평균 4만2천 개가 이용되었고 성매매특별법으로 된서리를 맞은 것을 감안하면 하루 1만7천 건 이상의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매매 업소 이외에 약국이나 슈퍼 등 소매점이나 러브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에 공급되는 콘돔은 대부분 국산이다. 일반 유통되는 콘돔은 성매매특별법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불황의 영향 때문인지 해마다 매출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콘돔을 생산하는 업체는 유니더스, 한국라텍스, 동국물산 단 세 업체뿐이다. 유니더스는 연 매출액 1백90억원으로 1위를, 한국라텍스와 동국물산이 각각 90억원, 87억원(2003년 기준)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라텍스와 동국물산은 국내판매보다 동남아시아 수출을 위주로 해 국내판매의 70%가량은 유니더스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신상품을 개발하고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등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예가 유니더스의 일명 ‘비아그라 콘돔’. 유일하게 증권거래소 등록기업인 유니더스는 지난해 8월 국소마취제를 콘돔 내부에 넣어 발기가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콘돔을 개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일반제품의 4배 정도 값에 팔리며 출시 이후 업체 수익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관련업계에선 살정제를 바른 콘돔이나 질건조증 치료용 콘돔 등 기능성 콘돔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