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선 아나운서가 두산 마무리 투수 임태훈을 인터뷰하고 있다. 스캔들이 터진 후 송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임태훈은 2군으로 내려갔다. |
# 송지선-임태훈 사건 전말
지난 5월 7일 오전 트위터에 충격적인 글이 떴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려니 너무 아파요. 이제 그만 편안해지게 해주세요. 제발.”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뜬 것이다. 장난과 거짓이 난무하는 트위터에선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작성자가 현직 여성 아나운서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글은 MBC 스포츠플러스 송지선 아나운서가 쓴 것이었다. ‘여신’으로 불릴 정도로 귀여운 미모와 깔끔한 진행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송 아나운서의 자살 암시는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졌다.
하지만 정작 누리꾼들이 집중한 건 트위터가 아닌 미니홈피였다. 같은 날 새벽 송 아나운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두산 마무리 투수 임태훈과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기술했기 때문. 특히나 신체적 접촉 등 매우 사적인 영역을 세밀하게 묘사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모의 아나운서와 유명 야구선수의 스캔들은 인터넷에 빠르게 퍼졌고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을 도배했다. 원체 충격적인 내용이라 누리꾼 대부분은 “누군가 악의적 의도로 조작한 것”이라고 믿었다. 송 아나운서의 자살 암시도 이 글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119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송 아나운서의 자살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구조대는 송 아나운서의 집을 찾을 수 없었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비상연락망을 물었지만 송 아나운서의 연락처는 빠져 있었다. 그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대가 송 아나운서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수면제를 복용하고서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송 아나운서는 기운을 차리고서 트위터에 “저 무사해요.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며 근황을 밝혔다. 하지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다음이었다. 송 아나운서가 트위터에 “미니홈피 글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복사본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였다. 여기다 미니홈피 관리업체가 “해킹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며 글의 진위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송 아나운서는 자신이 진행하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베이스볼투나잇 야>에서 전격 하차했다. MBC 스포츠플러스 광고와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졌다. MBC 스포츠플러스는 징계 여부와 관련해 “아직 사실 확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송 아나운서가 계약직 신분이고 사안이 ‘지극히 사적 영역’이라 징계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간부는 “현실적으로 야구 관련 방송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약 종료와 함께 재계약을 하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임태훈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 9일 2군으로 내려갔다.
# 여성 아나운서 기피 현상
소문과 억측이 난무하는 건 여성 아나운서와 선수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야구를 잘 알고 자신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여성 아나운서야말로 좋은 말동무이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다. 여성 아나운서들도 가장 밀접한 취재원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야구를 배우고 허물없이 지내면서 취재에 필요한 각종 도움을 받는다.
김태균(지바 롯데)과 김석류 아나운서가 결혼하고, 박병호(LG)와 이지윤 전 아나운서가 교제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이때만 해도 선수들과 여성 아나운서 교제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은 적었다.
하지만 송 아나운서 사건이 터지면서 선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한 고참 선수는 “후배들에게 ‘앞으로 여성 아나운서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하라’고 일렀다”며 “마치 야구선수들이 욕정을 풀려고 여성 아나운서를 가까이 대하는 것처럼 비칠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고참 선수도 “이번 사건이 터지자마자 아내가 혹시 여성 아나운서 이름이 있을까 싶어 휴대전화 전화번호부를 죄다 뒤졌다. 앞으로 여성 아나운서, 여기자들과 취재와 관련한 전화를 주고받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최대 피해자는 아나운서
이번 사건으로 가장 억울한 이는 스포츠 케이블 여성 아나운서들이다. 대부분 계약직으로 저 연봉을 감수하면서도 온종일 야구장을 누비는 이들은 “사실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송 아나운서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나 ‘야구선수들과 결혼하려고 아나운서가 됐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신입 아나운서는 “스포츠가 좋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됐을 뿐이지 야구선수와의 결혼은 꿈도 꾼 적 없다”며 “대부분의 여성 아나운서는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실이다. 송 아나운서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스캔들과는 거리가 먼 이였다. 김석류, 이지윤 전 아나운서도 결혼과 열애설이 나오기 전까지 야구계에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냉정한 여자”로 불릴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그러나 설령 여성 아나운서와 야구선수가 사귄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는 반응이다. 연예인들과 아나운서의 결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어째서 야구선수와 사귀는 것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태균-김석류 커플은 야구선수들의 부러움을 사며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