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열린 동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인수 조인식. 왼쪽부터 한국투신운용 권성철 사장, 예금보험공사 류연수 이사, 동원금융지주 김남구 사장, 한국투자증권 홍성일 사장. | ||
지난 2월22일 동원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와 한국투자증권(한투)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5천4백62억원에 한투를 정식 인수했다.
이로써 김남구 사장은 지난해 3월 동원증권 사장에 취임하면서 말했던 “대형증권사 인수”를 1년 만에 실현시키게 됐다.
김 사장으로선 이번 한투 인수 성공은 그간의 아픈 기억을 씻는 계기이기도 하다.
2000년 4월 동원증권 부사장에 오른 김 사장은 이후 동원금융그룹이란 청사진을 그리고 2000년 6월 KTB네트워크 주식을 매집하기도 했다. 그때 12% 정도의 지분을 매집했지만 이후 이 주식은 벤처 버블 붕괴와 더불어 동원에게 평가손을 안겨줬다. 또 2003년에는 하나은행에 대한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역시 ‘설’에서만 그쳤다.
다만 이런 인수설을 통해 김 사장이 동원금융그룹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금융기관인수합병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을 뿐이다.
그러다 이번 한투 인수 성공을 통해 마침내 금융그룹을 향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증권-상호신용금고-캐피탈-투신운용 등 고만고만한 제2금융권 회사를 갖고 있던 동원금융그룹이 본격적인 금융그룹 경쟁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김남구 사장은 인수 뒤 기자회견을 통해 “두 회사를 합병해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원증권이 기업을 찾아가 발굴하고 유가증권을 발행하는데 강점이 있고, 한투는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는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합병 시너지의 시작”이라며 설명했다.
사실 이번 인수로 동원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오는 4월1일자로 우리금융그룹에서 LG증권과 우리증권을 합병하면 자본금 7천8백68억원에, 자기자본 1조8천34억원 규모, 지점주 1백52개의 대형증권사가 등장한다. 이 합병증권사의 시장점유율(위탁매매기준)은 9%대로 업계 수위권인 삼성증권을 능가하게 된다.
이에 비해 동원증권과 한투를 더하면 지점수는 1백24개, 주식위탁매매점유율은 두 회사를 더해도 6.69% 정도로 상위권이긴 하지만 업계 1위는 아니다.
하지만 수익증권 판매면에서 보면 동원(2조4천억원)과 한투(21조3천억원)을 합치면 업계 1위로 뛰어 오르게 된다.
수익모델에서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업계 선두인 삼성증권이 11%대이지만, 동원+한투는 35%로 본격적인 투자은행 게임에서 선두로 치고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동원증권의 수익증권 비중은 4.6%에 불과하다. 일단 위탁수수료에 편중됐던 수익모델을 이번 인수 합병으로 다변화하는데 성공하게 되는 것.
이어 동원금융지주는 또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원금융지주에 ‘당장은’ 은행이 없다는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시중 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 3월 중에 동원금융지주는 기업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기업은행 창구를 통해 주식연계계좌 등 고수익 파생상품을 팔 예정이다. 이를 통해 증권회사를 끼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과 경쟁을 벌여나가겠다는 것.
한편 동원금융쪽에서 추후 추가적인 금융기관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있다. 이번 한투인수를 위해 동원증권은 5천5백억원을 유상감자했다. 자기자본이 1조6천억원인 동원증권에서 유상감자를 해 유일무이한 대주주인 동원금융지주에 5천5백억원을 줬고, 이 돈으로 동원이 한투를 산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한투와 동원증권을 합병하면 이는 동원금융지주회사의 몸집이 더 커지게 된다.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KTB나 하나은행 등 동원이 대주주로 있는 금융기관의 지분 향방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한투 인수 뒤 동원금융지주회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20-20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 이익률 20%,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동원금융그룹이 국민은행과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은행그룹 등 은행계 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아 20-20클럽에 가입은 물론, 은행 인수라는 숙원까지 이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