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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추신수가 지면을 통해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는 매체에 입장을 공개하는 것이 자칫 변명으로 비칠 수 있어 이 글을 게재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 ||
지금까지 절 응원하고 격려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씻을 수 없는 충격과 실망과 아픔을 안겨드렸습니다. 새벽 잠을 줄이고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서 저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눴던 팬들을 저버렸습니다. 제가 잠깐 미친 걸까요? 그 사건 이후 지옥을 헤매고 있는 기분입니다. 제가 안타와 홈런을 쳤을 때 환호를 보내고 삼진으로 물러날 땐 ‘괜찮다’며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배신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직후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 합류했던 건 다 아실 거예요. 당시 매니 악타 감독이 절 불러서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추, 게임을 뛸 수 있니? 힘들면 잠시 쉬어도 된다. 난 네 의견을 존중하겠다”라고요. 왜 저라고 쉬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요. 잠시 야구장을 벗어나 제 행동을 곱씹으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구장 밖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야구에 지장을 받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오클랜드 3연전 동안 전 정말 마음 속으로 울었습니다. 3연전 내내 야구장을 찾은 미국인들의 심한 야유와 비난을 직접 듣고 겪으면서 외야에 서 있는 제 자신이 한없이 비참하고 초라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때 외야에 있는 관중석에서 ‘추신수 파이팅’이란 응원카드를 들고 “신수 형, 힘내세요! 우리들은 형을 영원히 지지합니다!”라고 외치는 한국 유학생들의 목소리가 제 심장을 파고들었습니다. 관중들의 야유가 거세질수록 그들의 응원 소리 또한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경기 중이어서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형편없는 사람을, 실수투성이인 존재를 보기 위해 멀리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감사했고, 야유와 비난을 퍼부어도 모자랄 판에, 저에게 힘이 돼주려고 애쓰는 그들의 배려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미국 진출 후 10년이 넘는 동안 한국 팬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가슴에 큰 별을 달고, 든든한 마음으로 생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것처럼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면제 혜택을 받고, 올 시즌 거액의 연봉 계약을 맺어 잠시 제 위치를, 제 현실을 잊고 물의를 빚었다는 말씀 또한 가슴 깊이 받아들입니다. 저도 인간이고,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변명 또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가슴에 큰 별을 달아준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준 부분은 어떤 말이나 위로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로 인해 제 가족들 또한 심한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저를 향한 비난이 가족들한테까지 쏟아지면서 아들 잘못 둔 죄로, 남편 잘못 만난 죄로, 가족들 또한 숨죽이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임신 중인 아내가 인터넷에 올라온 엄청난 질타와 비난의 글들을 읽고 쓰러졌을 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 절대로 야구를 놓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겪고 있는 아픔들이 헛된 아픔이 아닌 가치 있는 경험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습니다. 그 모든 부분을 안고 받아들이면서 제 야구를 할 겁니다. 저를 응원하는 단 한 명의 팬이라도 있다면 그를 위해 더 열심히 야구를 하겠습니다.
제 인생에 이런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기에 겸허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