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미리 더 내면 깎아줄게” 계약금 ‘먹튀’…수분양자들 민형사 고소, 피해액 100억대 추정
이번 사건은 시행사인 A 사가 사기 혐의의 중심에 서 있다. A 사는 일산의 한 오토갤러리(중고차 및 신차 매매단지) 사업의 시행사였다. 분양계약에는 시행사, 시공사, 신탁사 3개 회사가 등장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대출 주선 및 분양 광고 역할을 한다. 시공사는 실제 건물 건축을 담당한다. 신탁사는 개발사업에 필요한 분양대금의 관리 및 수납을 맡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이 오토갤러리는 ‘지하 6층부터 지상 3층으로 규모는 축구장 6개 크기’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2018년 초 이 오토갤러리가 분양을 시작하면서 분양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처음 계약할 때 A 사는 수분양자와 ‘매입확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10%를 받았다.
분양 초기 A 사는 분양계약 관련 업무를 분양대행사에 위탁했다. 그런데 A 사는 분양대행사에 ‘특별공급계약을 유도하라. 특별공급계약 체결을 유도할 경우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교육해 분양을 받은 사람과 특별공급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여기서 A 사가 말하는 특별공급계약은 총 분양대금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외에 총 분양가 20%의 잔금 내지 중도금을 추가 계약금으로 미리 시행사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다. 매매대금의 20%에 해당하는 추가 계약금을 내면, 그만큼 중도금을 낸 것으로 인정해 그 금액만큼 전체 분양 대금에서 제해주겠다고 했다.
이들 계산대로라면 10억 원 분양계약에서 2억 원 상당 특별공급계약을 맺으면 잔금 2억 원은 미리 낸 것이 돼 전체 분양 대금은 8억 원으로 줄어들어 남은 잔금이 6억 원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즉 2억 원으로 4억 원의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랜드마크를 시행하는 믿을 만한 시행사에서 이런 조건을 내걸자 너도나도 특별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수분양자들은 특별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시행사 계좌로 계약금을 입금했다. 시행사는 확약서를 작성하면서 수분양자에게 보장수익률 6%가 담겨있는 ‘5년 임대 확정 보장 확약서’ 및 ‘프로모션 중도금대출 지원 확약서’를 작성해주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봤다며 고소한 수분양자들은 “A 사가 시행한 오토갤러리는 대체재가 없을 만한 위치와 크기의 신축 건물이라 차량 판매업자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했다. 어차피 들어가는 건 확실한데 큰 혜택까지 준다고 해서 돈을 주게 됐다. 미리 돈을 주는 게 큰 위험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별공급계약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인 2018년 6월 A 사는 신탁 방식을 단순담보신탁계약에서 관리형토지신탁계약으로 변경했다. 단순담보신탁에서 관리형토지신탁으로 변경하면 사업의 주체는 시행사가 아니라 신탁사가 된다. 특히 A 사는 ‘프로모션 중도금 대출 지원 확약서’를 내주면서 수분양자들에게 분양대금의 50%를 대출해주겠다고 약속했다.
A 사는 특별공급계약을 맺은 수분양자에게 대출에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분양계약서 작성을 요청했다. 이들은 A 사 말을 믿고 사업 주체가 바뀐 새로운 분양계약서에 날인하게 됐다. 하지만 A 사는 특별공급계약 수분양자들에게 미리 받은 20%의 돈도 신탁사에 전달하지 않았다. 계약서까지 바꾸게 되면서 수분양자와 A 사가 맺은 특별공급계약의 효력도 사라졌다.
이 사건 고소인의 법률 지원을 한 법무법인 대건의 이승권 변호사는 “특별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분양대금의 80%만 지급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다가 곧바로 신탁 방식을 변경했다. 이 점을 봤을 때 처음부터 추가계약금 20%를 받을 목적이었던 것이지 80%의 대금만 받고 분양을 해줄 생각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6월 오토갤러리 건물이 준공되면서 문제를 알게 됐다. 2020년 9월 신탁사가 특별공급계약을 맺은 수분양자들에게 잔금 40%를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안내문을 보내기 시작하면서다. 신탁사 측에서는 특별공급계약 조건도 전혀 알지 못하는 데다 20%의 돈도 받지 못해 특별공급계약 수분양자들은 잔금의 40%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상황이 꼬이면서 신탁사와 시행사 그리고 수분양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빡빡한 자금 사정 탓에 20% 돈을 마련하지 못한 일부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후 특별공급계약 존재를 알게 된 신탁사 측에서 분양대금 잔금 40% 가운데 25%만 지급하면 소유권을 이전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일부는 이 제안에 따라 25%를 지급하면서 입주하기도 했고 일부는 그 돈을 지급하지 못해 신탁사가 해당 부지를 공매 신청하기도 했다.
수분양자들은 2020년 12월 A 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다가 결국 지난 7월 형사고소도 같이 진행하게 됐다. 최초 고소인 약 20명의 피해액이 25억 원에 달했고, 최근 약 40명 정도 추가 고소 의사를 밝혀 소송이 진행되는 피해액만 약 7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승권 변호사는 “아직 고소하지 않은 피해자가 많아 피해액은 100억 원 이상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A 시행사 측은 "우리도 불법 공매를 당해서 피해가 생겼다.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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