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남산 산중턱의 하얏트호텔 아래쪽 아르헨티나대사관에서 이태원쪽으로 내려가는 지역이 바로 그곳.
이곳 재벌타운은 국내 재벌 1위인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가장 많은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역시 삼성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일대가 이건희 회장 일가의 ‘한남 팰리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남동 삼성타운의 시작은 아르헨티나 대사관 맞은편쪽의 승지원이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기거하던 전통 한옥 양식의 이 집을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이 영빈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에선 이 집의 소유권을 호암재단에 귀속시켜 관리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은 주요 외부인사 접견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 승지원 바로 밑이 이건희 회장과 건물 신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 자택이다. 신 회장 집과 4m 폭의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이 회장의 새집 공사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한남동 740번지 일대에 저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집은 대지 5백여 평 안팎이었지만 이태원1동 135번지 일대에 짓고 있는 새집은 무려 1천4백여 평에 달한다.
▲ 신춘호 농심 회장 집 정원에서 바라본 공사현장. 사진1에서 왼쪽이 기계실로 보이는 이건희 회장가 신축공사 현장이고 오른쪽이 신 회장 차남 신동윤 사장 집이다. 사진2는 신 회장 집 정원에서 바로 보이는 2층 건물. | ||
이 회장은 한남동 집 외곽을 감싸는 형태로 지어진 리움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이태원동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회장이 이태원동 집 땅을 산 시기도 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어 이사 문제가 하루이틀에 걸쳐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의 새집은 7개 필지로 나뉘어 있다. 이중 맨먼저 사들인 것은 농심 신 회장 집과 맞붙은 부분이 아니라 그 골목 아래 한참 떨어진 135-5X번지였다.
이 땅은 지난 96년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씨 명의로 사들였다. 이후 주변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은 2002년 5월께. 신 회장 집과 마주보고 있는 135-4X번지 땅을 사들인 것도 이때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창업주인 전락원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땅을 서류정리한 2002년 11월을 마지막으로 땅매입은 끝이 났다.
이 회장의 새집 공사는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진씨 명의의 땅에는 지난 2000년 공사가 시작됐다. 건물주가 이 회장인 이 새집은 지난해 8월 준공 허가가 떨어져 ‘누군가’가 들어가 살고 있다.
즉 가장 먼저 매입해 공사에 들어간 하단 부분은 이미 완공됐고, 나중에 매입해 늦게 공사에 들어간 토지 상단 부분의 공사가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새집터는 하단부의 외부와 면한 가로길이만 족히 50m가 넘는다. 전체적으로 산비탈에 부채꼴 형태로 집터가 들어가 앉은 것.
이미 완공된 하단부의 집은 지하 1, 2층이 각각 3백80여 평으로 여염집으로는 무척 넓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1층은 1백85평, 2층은 1백9평 정도로 지하층 규모의 반도 안된다.
▲ 1.박성용 금호 명예회장 자택. 왼쪽 하단으로 신축중인 구본무 LG 회장 새집이 있다. 2.골목 왼쪽이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집이고 오른쪽이 정 부사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 집. 골목으로 들어가면 김준기 동부 회장 집이 나온다. | ||
준공검사가 떨어진 하단부의 집은 골목길을 면한 쪽엔 성인의 키를 넘는 높이로 담장 대신 목재 패널로 마감을 하고, 그위에 나무를 심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집 설계와 감리는 S사에서 하고, 외부 마감 공사는 삼성 오너 일가의 공사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 H사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태원자택 신축 공사를 담당하는 별도 팀이 전체 공사를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새집 아래쪽 골목이다.
이 회장 새집 대문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는 집이 신춘호 회장의 3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의 집이다. 그 옆은 바로 태평양그룹의 서경배 회장 집. 거기서 네 집을 건너서 골목을 마주보고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집이 있다.
이재용 상무의 집과 골목을 마주하고 있는 한남동 748번지 일대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자택 신축공사 현장이다.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외장 공사가 한창인 이 집은 계열사인 LG건설에서 공사를 맡고 있다. 구 회장의 새집과 맞붙은 바로 윗집은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 집이다.
이건희 회장 집부터 구본무 회장, 박성용 명예회장 집까지는 남산의 등고선 상 거의 같은 높이에 놓여있다. 바로 이 지점이 재벌회장들의 거실 눈높이가 맞춰진, 재복으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명당인 셈이다.
집 크기를 따져보면 신동익 부회장의 집이 2백63평 정도, 서경배 회장은 2백43평 정도, 이재용 상무의 집이 3백평 정도 된다. 구 회장의 자택은 이 상무와 비슷한 크기. 단연 이건희 회장의 집이 가장 크다.
이태원동 10X번지의 이 상무 집은 지난 92년 이 상무의 명의로 구입한 뒤 신축하지는 않았다.
삼성은 이 이태원 고급 주택가의 끝자락인 해밀턴호텔 뒤쪽의 땅을 매입해 계열사에서 삼성어린이집을 세우기도 했다.
때문에 이 회장 새집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삼성가 건물이나 집이 포진해 있는 모양이 되고 있다. 우스개로 이 일대를 ‘이건희 왕국’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이에서 비롯된다.
한남1동과 이태원1동 일대를 따져보면 한남동 740번지 일대 장충동쪽 출구의 오픈타이드 건물부터 시작해 이 회장 자택과 리움, 그리고 이 회장이 업무를 보는 승지원 일대, 그리고 대지면적만 1천여 평에 달하는 신축 저택과 이재용씨 집, 그리고 그 밑의 삼성어린이집과 이태원호텔 건너편의 제일기획 본사까지 삼성 타운으로 불러도 모자라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1천여 평이 넘는 이 회장의 신축 저택에는 그의 자녀인 재용씨와 부진씨 등 일가가 모여 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