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양해각서. S 사가 설립 20일 만에 공기업의 지원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로 태양광발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특혜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청와대 핵심 실세인 김 기획관의 아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과 관련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공기업 등 사업 당사자들은 특혜 및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태양광발전사업 양해각서에 따르면 공기업과 대기업 등이 S 사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담겨있어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양해각서 내용을 바탕으로 김 씨가 주도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사업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봤다.
김 씨가 주도한 태양광발전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주간지 <주간동아>는 지난해 11월 23일자 보도를 통해 “페이퍼 컴퍼니 수준인 S 사가 어떻게 대기업인 D 사와 손을 잡을 수 있었는지, 태양광사업을 해본 일도 없고, 전 직장이 상장폐지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김 씨가 어떻게 신규 정부지원사업에 진출했는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인 D 사의 투자와 지급보증,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의 기술 및 운영노하우 지원, 건설업체 Y 사의 지분 투자가 없었으면 김 씨의 사업은 불가능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잡지는 또 “김 씨가 설립한 S 사는 대기업 D 사가 소유한 건물 옥상에 1M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H 태양광발전’의 최대 지분인 40%를 갖고 있다”며 “H 발전이 설립한 양산 태양광발전소는 지난 6월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으로부터 2011년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대상에 선정돼, 최대지분을 보유한 김 씨의 S 사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IT 제도는 발전량을 전량 국가에서 매입해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그 대상 업체는 에관공이 선정한다. H 발전은 경남 양산에 설치된 1호기 외에 경기 군포에 설치된 2호기(1MW) 또한 지난해 11월 FIT 대상으로 선정된 상태다.
특혜 의혹이 일자 H 발전에 참여한 공기업과 대기업 등은 한 목소리로 특혜설을 부인했고, 청와대 측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운영위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 기획관의 아들이 태양광사업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나름대로 철저한 조사를 거친 결과 특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 측과 관련 업체의 부인으로 특혜 의혹은 차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은 최근 특혜설을 재점화시킬 수 있는 태양광발전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과 대기업인 대한통운, 건설업체 Y 사, 김 씨가 설립한 S 사를 ‘참여사’로 하고 대한통운의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가 ‘시설소유사’로 참여하는 이른바 ‘태양광발전사업 5자 MOU 체결’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었다. 양해각서에는 협약서의 목적과 각 업체별 협약 내용, 기밀유지, 협약서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효력 및 해지에 관한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양해각서 체결일은 2009년 6월 9일이고, 각 사 대표이사들의 서명날인도 첨부돼 있었다.
이는 특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해 온 청와대 측이나 관련 업체의 해명과는 달리 공기업과 대기업이 나서 신생업체인 S 사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정황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5자 MOU가 체결된 날이 S 사가 설립된 지 불과 20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사실은 특혜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S 사는 2009년 5월 20일에 회사 설립 신고를 마쳤다. 또한 김 씨의 어머니는 감사, 부인은 이사로 등재돼 있어 S 사는 사실상 김 씨 가족 회사나 다름없었다. 가족 회사인 만큼 김 기획관 또한 아들의 사업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S 사가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일 것이란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등기부 상 S 사의 주소지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 오갑리 ×××-×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이 주소지의 등기부 등본에는 K 공업만 등재돼 있고 S 사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 결과 K 공업은 김 씨의 고등학교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로 김 씨에게 주소만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S 사는 단 1평의 사무실도 갖추지 않은 사실상의 유령회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태양광 관련 기술이나 경험이 전무한 데다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S 사가 어떻게 H 발전 최대주주로 참여하게 됐고, 남부발전과 대한통운은 왜 S 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을까. H 발전의 총 자본금은 4억 5000만 원이다. 지분 구조는 S 사가 40%로 최대주주이고, Y 사와 대한통운이 각각 31%와 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몇 차례 전화통화에서 “우리회사가 물류 창고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김 씨가 먼저 태양광발전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 사업을 함께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정황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부발전 측은 “MOU를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발전회사에서 지분 참여할 경우 FIT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지분 참여는 안하고 태양광발전 관련 기술지원 및 감축인증량 확보 협상권만 갖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중간에는 우리를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사업을 추진해 지금은 손을 뗀 상태”라고 해명했다.
Y 사 측은 “우리는 단순한 투자자다. 사업 참여 동기나 지분 매각 여부 등은 회사 기밀사항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혜 의혹에 휘말린 김 씨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사업을 시작했다. 특혜니 외압이니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궁금한 사항은 에너지관리공단이나 관련 업체에 문의해 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H 발전이 설립한 양산 1호기와 군포 2호기가 모두 FIT 대상에 선정됐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FIT 대상 업체 선정기관인 에관공의 한 관계자는 “H 발전 1호기와 2호기는 각각 지난해 6월과 11월에 정상적인 순번에 의해 FIT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모든 절차가 온라인으로 공개되면서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FIT 대상 선정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H 발전은 올해부터 생산하는 태양광발전량 2MW 전부를 국가에 팔아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H 발전의 최대주주인 S 사가 가장 큰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자가 에관공 측에 문의한 결과 태양광발전으로 1MW 용량을 생산할 경우 연간 6억 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고, 15년 동안 사업이 보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H 발전의 경우 1, 2호기에서 모두 2 MW의 용량이 생산되는 만큼 연간 12억 원에 15년간 180억 원의 수익이 보장된 셈이다.
과연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기술과 경험이 전혀 없는 김 씨가 회사 설립 20일 만에 공기업과 대기업이 참여한 MOU를 체결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정부의 지원으로 경제적 혜택을 보장받은 것이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 또 공기업과 대기업이 실체가 불분명한 신생업체에 지분 투자와 기술지원을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양해각서 공개로 특혜 의혹이 재점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씨의 태양광발전사업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