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확실시되는 김종열 부행장. 서울신문 | ||
현재 김 행장 후보에 대해 하나은행에선 선임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은행장 적격 심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김 행장 후보가 연루됐다는 사건은 지난해 8월 중순 발생한 하나은행 직원 K씨의 자살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직원은 은행측으로부터 1백90억원대의 불법보증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책임을 추궁받던 중이었다.
이 사건은 하나은행 자산담보부증권(ABS)팀의 Y차장(구속중)이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은행장 직인을 도용해 원금은 물론 연 20~30%의 이자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1백9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상가나 연립주택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했지만 애초 약속했던 고배당 약속을 지키지 못해 피해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터졌다.
하나은행쪽에선 이 사건을 자살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인 7월쯤 인지하고 자체 감사를 벌였고, ABS팀의 직원인 K씨가 자살함으로써 외부에도 알려지게 됐다.
K씨는 자살하기 전 상당기간 은행 감사팀으로부터 사건과 관련 추궁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으로 알려진 Y씨가 도피중이어서 그한테로 화살이 집중됐다.
K씨의 자살 뒤 K씨 유족들은 진상조사를 요구해, 은행측과 노조, 유족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가 3주 정도 활동을 했지만 K씨의 자살은 ‘원인 불명’으로 끝났다.
금감원에 보고된 하나은행의 사건 보고에는 하나은행 직원 7명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Y씨를 지목했고, K씨도 포함됐다.
이중 징계면직을 받은 사람은 구속된 Y씨와 또다른 B씨고, 나머지는 감봉 등으로 처리됐다. 즉 K씨가 자살할 만한 큰 잘못을 한 것은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은행쪽에서 Y씨가 도망가자 자체 감사 과정에서 K씨에 대한 압력이 가중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사건 발생 뒤 금감원에는 보고를 했지만 K씨의 자살 전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기관에 사건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자체조사를 벌였다.
이 문제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이 사건 당시 김종열 부행장이 경영전략본부장으로 결재라인에 있었다는 점이다.
근 2백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모았던 사업인데 은행 고위관계자가 이 프로젝트를 사전에 몰랐던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또 결재라인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김 행장 후보가 얼마만큼 이 사건에 관련됐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행장 후보로 추천됐기에 더욱 그렇다.
금감원 관계자는 숨진 K씨가 은행장 직인을 관리하는 정도였지, 사건에 큰 책임이 있던 사람은 아니고, 김 부행장이 관련돼 있는지는 하나은행 자체 감사 보고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은행쪽에선 “K씨가 Y씨와 함께 ABS팀에서 함께 일했을 뿐 사기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며 “K씨를 추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의 서류에 김 부행장이 결재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누구누구의 도장이 찍혀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또 하나 공교롭게도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연기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하나은행의 정기검사는 지난해 하반기 예정돼 있었지만 연기됐다. 만약 정기검사가 있었다면 하나은행의 이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이뤄지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요구가 구체화됐겠지만 하나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는 정기주총이 끝난 오는 4월께나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쪽에선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지난해 돌발적으로 터진 한미은행의 파업 사태 때문에 은행에 대한 검사 일정이 모두 순연돼 올 2분기로 연기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1분기에는 결산과 정기 주총 때문에 정기검사는 2분기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묻혀졌던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새 행장 후보 선출과 관련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계 일각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고 있고, 하나은행 안팎에서도 새 행장 후보로 경합을 벌이던 김종열 후보와 윤교중 후보 중 김종열 후보가 선출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갈등이 노출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쪽에선 원칙적으로 행장 선임 뒤라도 과거에 법령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 법에 의거해 행장직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4월에 있을 예정인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김 행장 후보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