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타내려 3차례 살인모의, SNS 통해 피해자 물색도…허술한 범행 결국 덜미
이들의 살인계획은 지난 5월에 시작됐다. 보험설계사인 A 군(19)은 B 군(19), C 씨(20), D 씨(여·20) 등과 함께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행을 저질러 왔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외제차를 사고 유흥을 즐기며 지내온 A 군은 보다 더 큰돈을 욕심냈던 것으로 보인다. 매달 나가는 외제차 할부금이 부담이 됐고 유흥비도 차츰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사고 보험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 번에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사망보험금으로 눈을 돌린다.
지난 5월에 시도한 첫 범행의 대상은 교통사고 보험사기 일당 가운데 한 명인 C 씨였다. A 군은 먼저 C 씨를 생명보험에 가입시켰다.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D 씨를 C 씨에게 접근시켜 혼인신고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C 씨 모르게 사망보험금 수령인을 법적 부인이 된 D 씨로 바꿔 놓았다. 이렇게 범행 준비를 끝낸 A 군의 다음 계획은 C 씨를 낭떠러지에서 밀어 살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C 씨가 뭔가 찜찜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생명보험 가입부터 갑작스런 D 씨와의 혼인신고 등이 석연치 않았던 C 씨가 A 군 몰래 보험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니 사망보험금 수령인이 D 씨로 변경돼 있었다.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함께 저질렀던 일당이었기에 자신이 다음 범행 대상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C 씨는 바로 잠적했고 이들의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현재 D 씨는 구속 수감 중이다. 이들의 범행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광주지방법원이 지난 10월 1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에게는 살인을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혐의(살인예비)가 적용됐는데 이를 규정한 형법 제255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7월 살인계획은 D 씨가 피해자로 설계됐다. D 씨 역시 이미 A 군을 통해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황이었다. 가입 당시 사망보험금 수령인은 가족이었다. 그런데 C 씨를 살해해 사망보험금을 자신이 수령하려는 계획에 동참했던 D 씨 역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현직 보험설계사인 A 군이 얼마나 손쉽게 사망보험금 수령인을 불법으로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행여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망보험금 수령인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려 했던 D 씨는 더 큰 음모를 발견한다. 이번에는 A 군이 자신의 친구 E 군(19)과 D 씨의 혼인신고를 한 뒤 법적 남편인 E 군을 수령인으로 바꾸는 계획을 실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 다음 단계는 D 씨를 살해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낌새를 챈 D 씨가 잠적하면서 범행은 완성되지 못했다.
두 차례의 살인계획이 무산되자 A 군은 세 번째 살인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함께 교통사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에 대한 범행이 계속 도중에 탄로가 나자 이번에는 아예 무관한 피해자를 물색한 것이다. 그리고 8월 중하순 SNS 채팅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인 대상으로 삼게 된다. 교제를 시작하고 10여 일 뒤 A 군은 피해 여성에게 교통사고 보험 가입을 권유해 놓고는 몰래 5억 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뒤 사망보험금 수령인은 자신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한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갔다.
디데이는 교제를 시작하고 50여 일 즈음인 10월 9일이었다. A 군은 교제 50일을 기념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화순군 북면 소재의 한 펜션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50일 이벤트 선물을 숨겨뒀으니 혼자 가서 찾아보라며 으슥한 숲길로 가도록 권유했다. 밤에 홀로 숲길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피해 여성을 강권해서 보냈는데 거기에는 B 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계획은 연인관계 역할을 맡은 A 군이 피해 여성을 펜션으로 데려와 홀로 숲길로 보내면 숨어 있던 B 군이 살해하고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E 군의 차량을 타고 도주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A 군과 B 군, E 군은 세 차례나 해당 펜션을 찾아 사전답사를 하며 CCTV 등이 없는 범행 장소와 도주 경로 등을 파악해 두었다. 피해 여성이 홀로 숲길로 가서 B 군을 만난 것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예정대로 B 군이 흉기를 휘두르며 피해 여성을 공격했고 피해 여성이 크게 다쳤지만 이 과정에서 흉기 손잡이가 부러졌다. B 군이 주춤한 사이 피해 여성은 사력을 다해 도주했다. 도망치는 여성을 따라간 B 군이 목을 조르며 2차 공격을 시도했지만 피해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함께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결국 피해 여성은 B 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B 군은 E 군의 차량을 타고 도주했어야 하는데 E 군은 차량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펜션 쪽으로 아예 출발조차 못한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A 군에게 연락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고, A 군은 B 군을 태워 주거지인 순천으로 도주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펜션 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사력을 다해 도주해 펜션 인근에 이르러 피해 여성은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고 펜션에 있던 주인과 다른 손님 등의 도움을 받아 구조됐다. 바로 펜션 주인은 경찰과 119에 신고하고 펜션을 함께 찾은 A 군에게 전화해 그 사실을 알린 것이다. 펜션 주인의 연락을 받은 A 군은 그대로 도주하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B 군을 차량 트렁크에 숨기고 펜션으로 돌아온다.
당시 A 군은 자신의 차량에 피해 여성을 태워 병원에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범행에 실패한 B 군이 A 군 차량 여기저기에 피해 여성의 혈흔을 묻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여성을 차량에 태워 혈흔이 묻은 이유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119가 출동한 터라 심한 부상을 입은 피해 여성이 A 군의 차량에 탈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도 곧 도착했다.
펜션을 함께 찾은 연인을 의심한 경찰은 바로 차량을 확인했고 혈흔은 물론이고 트렁크에 숨어 있던 B 군까지 발견했다. 그 자리에서 A 군과 B 군은 긴급 체포됐고 현장에는 없었던 E 군도 곧 체포됐다. 이들 세 명의 10대는 10월 12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경찰이 A 군, B 군, E 군의 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5월과 7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살인계획까지 파악해 5월 살인계획의 가해자이자 7월 살인계획의 피해자인 D 씨도 검거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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