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하이브·YG’ 연합에 맞설 ‘CJ·SM·JYP’ 전선 탄생 가능성…“중소기획사 설 자리 좁아질 것” 전망도
#과연 합칠까
SM이 거대 플랫폼 기업과 합칠 것이란 관측은 올해 중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소식이 공론화된 후에도 SM이 크게 부인하지 않으면서 ‘시간문제’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당초 SM의 인수를 두고 CJ와 카카오가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SM은 CJ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놓고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져 성사 여부에 가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 계약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잖은 이들은 “계약은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지분율 18.72%를 가진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사실상 지분을 넘기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성격상 인수 합병의 의사가 없었다면 아예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지금은 인수 여부를 검토하기보다는, 적절한 인수대금 및 모양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CJ일까
SM은 모두가 탐낼 만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단순히 실체적 가치를 넘어, ‘전통’을 가진 명분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현진영을 기점으로 미국의 앞선 음악을 먼저 들이기 시작했고, HOT를 통해 ‘기획형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다.
HOT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후속타를 통해 증명됐다. HOT와 SES가 아이돌 1세대 시대를 열었다면, 신화가 징검다리를 놓았고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2세대의 정점을 찍었다. 또한 샤이니와 슈퍼주니어의 성공으로 더욱 탄탄한 토대를 다졌다. 이어 3세대를 대표하는 엑소와 에프엑스에 이어 현재는 NCT와 에스파로 K팝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련의 성공을 통해 SM이 증명한 것은 ‘시스템화’다. 그저 외모 뛰어나고 노래 잘 부르는 10대들을 데려와서 연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명확한 세계관을 가진 그룹을 탄생시키는 조직도를 완성시켰다는 의미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것 역시 이런 선순환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SM은 왜 CJ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을까. CJ는 가장 오랜 기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구축해온 전통 있는 플랫폼인 동시에 음악 외에도 방송, 영화, 공연 등을 아우르는 역량을 가져 SM의 아티스트들과 CJ가 만났을 때 전방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SM은 오랜 기간 CJ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CJ가 매년 주최하는 가장 큰 행사인 MAMA에는 SM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곤 했다. 현재 CJ가 제작하는 예능과 드라마에도 SM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간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가 SM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업계 ‘큰형님’으로서 SM의 존재감과 이수만 프로듀서의 성정을 볼 때 하이브같이 연예기획사의 범주에 포함되는 회사들과는 인수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플랫폼 기업인 CJ가 적격”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까
양측이 만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공룡과 공룡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3월에는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와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인 ‘V-LIVE(브이라이브)’가 합치기로 결정했다. 또한 꽤 오랜 기간 네이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YG엔터테인먼트까지 힘을 보태며 ‘네이버·하이브·YG’라는 연합 전선이 구축됐다.
SM은 상대적으로 JYP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양측은 또 다른 팬덤 플랫폼인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와는 또 다른 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M이 CJ와 손을 잡게 된다면 큰 틀에서 볼 때 ‘CJ·SM·JYP’ 연합이 탄생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소기획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적은 자본을 바탕으로 한 ‘흙수저 그룹’들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느 한쪽과 협업하게 되면 다른 쪽과는 등을 지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우려된다.
한 중소기획사 대표는 “방탄소년단도 시작은 ‘흙수저’였다. 하지만 좋은 기획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는데,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결국 공룡들의 싸움 속에서 중소기획사들은 그룹을 알릴 기회조차 박탈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산업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상생을 위한 보다 뚜렷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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