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전 지금 미네소타에 와 있습니다. 어제는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제대로 쉴 수 있었어요. 오늘 경기를 마치고 몇몇 코치들이랑 저녁 식사를 함께했어요. 그중에는 존 누널리 타격코치도 계셨고요. 잘 아시겠지만 여긴 한국과 달리 코치와 선수들 사이가 그렇게 엄격하거나 어려운 관계가 아니에요. 서로 격의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도 들어주고 그에 맞는 의견을 가감 없이 제시하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을 주고받는 거죠.
코치라고 해서 일방적인 강요를 하는 것도 없고, 선수의 인격을 존중하고,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특히 야구에 대해선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전 경기장 밖에서 만나면 많은 걸 물어봐요. 특히 존 누널리 코치는 2007년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인연을 맺게 됐고, 지난해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터라 누구보다 저에 대해 잘 아는 분입니다. 지금 제 슬럼프(?)가 조금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저도 잘 알고 있고, 누널리 코치 또한 훤히 꿰고 있기 때문에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선 그 해결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방입니다. 한두 게임, 아니 한 게임만이라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시작하면 감이 확 살아날 것 같은데, 그 타격감이 왔다 갔다 하니까 더 힘들고 미칠 것만 같네요.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분명해요. 다른 거 다 잊고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고, 여유 있게 이 상황들을 견뎌내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팀 투수가 몸쪽 공을 던질까? 직구로 승부할까? 아니면 공을 밖으로 뺄까?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방망이가 제대로 나가지 않습니다.
지난해 모두 경험했던 투수들임이 분명한데도, 왜 올 시즌에는 모두 처음 대하는 투수들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어떤 투수가 제일 까다롭냐고요. 당시엔 솔직히 대답하지 못했는데, 제 마음 속 대답은 모든 투수들이 다 상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른 선수들과 달리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방망이를 못 치면 수비라도 잘하고, 도루 기회가 엿보이면 죽을 둥 살 둥 전력을 다해 뜁니다.
오늘, 아내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아마도 아내와 결혼한 뒤 처음으로 들었던 야구와 관련된 내용이었을 겁니다. “무빈 아빠! 올 시즌 1할대로 끝내도 좋으니까 아무 생각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한 해 야구하고 그만둘 거 아니잖아. 야구 인생 길게 보면, 올 시즌이 당신 인생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수도 있으니까, 마음의 짐 모두 내려놓고 편히 가자고. 응?”
그렇습니다. 아내 말대로 제 야구 인생은 길게 남아있습니다. 셋째가 태어나도 침대 살 돈도 있고 기저귀와 분유값이 모자라서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능력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저 행복하지 않습니까? 안타와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추신수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호흡을 길게 갖고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미네소타에서
잘하려는 욕심이 제 발목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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