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다고 자궁경부암이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최근 20~30대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4가백신인 ‘가다실’ 접종 모습. |
#젊으니까 자궁경부암 걱정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는 환자는 평균 약 4300명 이상이다. 더욱이 자궁경부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20~30대 자궁경부암 사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여성 사망자 수는 2005~2009년까지 5년간 1066명에서 950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30대 여성 사망자 비율은 2005년 4.1%에서 2009년 현재 5.3%로 다소 증가했다. 때문에 20~30대 젊은 층이라고 해서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젊은 나이에 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노년층 환자에 비해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완치 후에도 2차 암 발병확률이 커지는 점을 생각하면 조기검진 등 예방이 최선이다,
하지만 성경험을 시작하는 나이는 빨라지고 결혼은 늦어지고 있는 20~30대 여성들 중에는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노정훈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성관계를 시작했다면 젊은 여성도 반드시 정기검진을 받아야 자궁경부암 예방,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자궁의 입구를 열고 닫는 자궁경부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암 전 단계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꽤 길다. 때문에 정기검진을 하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
#10명 중 7명은 16형과 18형HPV 감염
다만 자궁경부암 검사는 암으로 발전되기 전 단계를 발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자궁경부암 발생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기검진과 함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미리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궁경부암은 HPV로 부르는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지속적으로 감염될 때 생기는데,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타입의 HPV에 대한 면역을 만드는 것이다.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약 15종의 유형 중 특히 바이러스 16형과 18형이 전 세계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의 50~80%가 성생활을 하는 동안 HPV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HPV에 감염돼도 대부분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되는 경우에는 전암 병변이나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흔히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하면 성관계 전 10대에 맞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는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45세 이전에 접종을 하면 암 예방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이는 성관계 이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권장하는 것일 뿐이므로, 성경험에 관계없이 가급적 빨리 접종하면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전 단계인 상피세포이형성증이나 상피내암도 예방이 가능하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산부인과에서 접종이 가능하고, 6개월간 3회 접종을 한다. 보통 1회 접종비용은 15만~20만 원 정도다.
#2가백신? 4가백신? 어느 게 좋을까
자궁경부암 백신은 현재 두 종류가 있다. 4가지 HPV유형을 예방하는 4가백신인 MSD의 가다실(Gardasil)과 2가지 HPV유형을 예방하는 2가백신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Cervarix)가 그것이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예방효과는 이미 임상에서 입증돼 있다. 둘 다 자궁경부암의 초기 병변인 상피내종양(CIN)을 5년 동안 90% 이상에서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가다실은 9~26세까지, 서바릭스는 10~25세까지가 최고 예방 효과를 보인다. 효과가 있는 접종가능 연령은 가다실은 45세, 서바릭스는 55세까지다.
HPV에 의해 생기는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이외의 질환에 대한 백신의 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4가백신의 경우 자궁경부암 외에 질암, 항문암 등에도 효과가 있다.
가다실의 경우 미국에서는 9~26세 여성에서 HPV16, 18형에 의해 유발되는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과 전암 단계 예방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 예방 효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9~26세 남성에서의 HPV 16, 18형에 의해 생기는 항문암과 HPV 6, 11, 16, 18형에 의해 생기는 항문 이형성증, 전암성 병변, 그리고 HPV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두 가지 백신 모두 다 1회에 0.5㎖를 근육주사하는데, 6개월 내에 3회 접종을 해야 한다. 가다실은 첫 번째 접종을 하고 두 달 뒤에 두 번째 접종을 하며, 이후 넉 달 뒤에 세 번째 접종을 한다. 이에 비해 서바릭스는 첫 번째 접종을 하고 한 달 뒤에 두 번째 접종을 하며, 이후 5개월 뒤에 세 번째 접종을 한다.
#남자도 백신 맞아야 성관계 전염 막을 수 있어
예전에는 일부에서만 남자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에 동의하는 추세다. 비용대비 효과가 확실한지에 대한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왜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할까? 남성이 성관계를 할 때 콘돔 등을 사용해도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전염을 약 70% 정도만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걸린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성관계 후 다른 여성에게 전염,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고 또한 성기사마귀를 옮기기도 한다. 물론 남성 자신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있으면 성기사마귀, 음경암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란셋>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18~70세 남성 중 인유두종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약 50%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 과연 남성들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16~26세의 4065명의 남성에게 4가백신인 가다실을 투여했을 때 성기곤지름이 최고 90.4%까지 예방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미국의 소아과학회에서는 올해 2011년 2월에 소년에게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도록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의 경우엔 가다실이 더 적합하고 현재 접종연령은 9~15세이지만, 그 이상의 남성에게서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두진경 비뇨기과 전문의(어비뇨기과 원장)는 “성기곤지름이 없었던 남성은 백신을 맞아 예방을 할 수 있고,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도 남성이 백신을 맞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노정훈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두진경 비뇨기과 전문의
출혈·냉 심하면 의심을
자궁경부암은 서서히 상피에서부터 자라기 때문에 처음에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암이 오랫동안 진행돼 암 덩어리를 만들게 되면 출혈과 냉이 심해지는데, 이때는 이미 치료가 쉽지 않을 정도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한 증상은 질출혈이다. 폐경기 이후에 출혈이 있거나 폐경 전인 경우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불규칙하게 출혈이 보이면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출혈은 성관계나 심한 운동 후, 대변을 볼 때, 질 세척 후에 많이 나타난다. 폐경 전 여성은 갑자기 생리량이 늘고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밖에 감염되면 질 분비물이 늘어나고 악취가 난다.
암이 요관과 골반 좌골신경으로 전이되면 하지로 방사되는 골반통이, 방광과 직장으로 전이되면 옆구리 통증, 배뇨곤란과 혈뇨, 직장출혈, 변비 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암이 진행되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매우 많다. 다음 체크리스트들은 자궁경부암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몇 개나 해당되는지 한번 체크해보자.
□ 성관계 대상이 여러 명이다.
□ 배우자가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
□ 10대에 성경험이나 임신, 분만 경험이 있다.
□ 과거에 성병을 앓은 적이 있다.
□ 임신과 분만 횟수가 많다.
□ 담배를 피운다.
□ 성교 후 경미한 질 출혈 증상이 있다.
□ 질 출혈이 증가하고 질 분비물, 궤양이 심해진다.
□ 질에서 악취가 나고, 허리통증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