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부자 전문가’ 한 교수의 눈을 빌려 그가 만나고 겪은 현대판 신(新) 부자들의 모습과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많은 ‘부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신분 노출을 부담스러워한 탓에 부득이 익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점 또한 아직 부자를 들여다보는 우리 사회의 편향적인 시선을 반영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편집자 주]
부자가 되려면 장사를 하라.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소비를 통제하라. 절약만이 부자가 되는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의 통계를 보면 부자가 되는 가장 쉽고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이 장사(거대한 비즈니스를 하든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든)를 하면서 최대의 이득을 남기는 것이다.
순마진이 적어도 50% 이상만 되면 연소득이 아무리 적어도 저절로 수억원대의 부자가 된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두산타워에 3~4평짜리 가게를 서너 개 가지고 있어도, 강북구 장위동에 1백평짜리 슈퍼마켓 2개를 가지고 있어도, 대전에서 노래방과 술집을 2개만 해도, 마산에서 PC방을 3개만 운영해도 그 정도 된다. 설탕장수가 삼성이 되었고, 치약장수가 LG가 되었다. 또한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은 절대로 꺼내놓지 않는 초절약정신과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부자가 된다.
서울 연희동에 사는 50대 초반 H씨는 경기도 고양시에 큰 가전대리점 점포가 하나 있고 또 테크노마트에도 가게가 있다. 자신의 동생도 대리점을 한다. 대학도 안 나오고 수십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현재는 수십억원 이상을 가진 상당한 재력가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필자와 저녁을 먹으면 7만원짜리 차돌구이에 소주로 끝내고 2차는 절대 없다. 필자에게 현대자동차 딜러 모집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을 한 적도 있다. 그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돈 냄새’를 아주 잘 맡고, 상당히 적극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경영학박사인 필자보다 더 논리적일 때가 있다. 필자는 부자 되는 것과 학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그 사람을 보면서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서울 강남에서 1백평짜리 슈퍼마켓을 3개 가지고 있는 50대 중반 K씨는 1백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별일을 다 전전하다가, 월남전에도 참전하였다. 그 밑천으로 공장을 하다가 망하자 80년대에 슈퍼마켓으로 눈길을 돌렸다. 들여오는 물건만 파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집에서 놀던 마누라 윽박지르고 처제까지 끌어들여서 온갖 반찬을 해다가 가게에서 팔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비슷한 가게 하나를 다시 개점해 부인에게 관리시키고, 2000년대에 또 내서는 이혼한 자신의 여동생에게 맡겼다.
재벌그룹의 사장이 연봉과 판공비를 합쳐야 3억~4억원 수준이라는 필자의 말에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내가 현재 노는 돈 한 30억원이 있는데 좀 굴릴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융숭한 대접을 하는 것이었다. 그 부자의 한 달 용돈은 30만~40만원밖에 안 되는데도 돈 되는 일이 보일 것 같으면 수백만원을 쉽게 쓴다.
인천에서 쇠창틀 공장을 20여 년 한 50대 초반 O씨는 직원 30여 명을 거느리고 연매출 80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다. 80억원 매출에 자신이 일년에 회사에서 가져다 쓰는 돈은 20억~30억원 된다.
고향인 전남을 떠나서 인천에 터 잡고 앉아서 부자 되겠다고 마음먹고 안 해본 일이 없다. 망하고, 돈 벌고, 사기당하고, 처갓집 맡겨서 다시 하고 또 모았다 날리고 하는 등 ‘부자 5수’(부자가 되기 전에 다섯 번을 망함)를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차근차근 성공해 오늘의 부자에 이르렀다.
장사는 마진이 50%가 넘게만 만들면 저절로 부자가 된다. 1원짜리 알약을 1백원에 팔아온 약국은 돈 벌었고, 3백원짜리 화장품 내용물을 4백원짜리 화장품 용기에 넣어 그것을 8천원에 판 화장품 제조업자도 부자가 되었다. 1개에 2백원밖에 안 되는 옥돌을 1백개 집어넣은 옥매트를 수십만원에 파는 사람도 부자가 되었다. 원가가 2백원밖에 안 되는 반찬을 1천원에 판 슈퍼마켓 주인도 돈을 벌었다. 1만원도 안 되는 렌즈와 안경테를 10만원 넘게 받아온 안경점 사장도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가 없다. 학력과 부자가 되는 것은 무관하다는 점은 전 세계 부자들을 추적해보면 나오는 사실이다. 미국의 백만장자 중 10%는 문맹이다. 돈 버는 머리는 공부하는 머리와 다르다. 돈 냄새를 맡고(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죽을 힘 다해서 덤비고(하루에 17시간 이상을 하지 않으면서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사기다), 번 돈은 절대로 내놓지 않는 것(부인 생일 이외에는 1년에 외식을 절대로 하지 않고)이 부자 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치약을 3mm마다 금을 그어놓고 아껴 쓰도록 가족을 다그치고, 쓰레기를 들고나가서 남의 집 쓰레기 봉투 속에 조금씩 분산해서 버리고, 최소 2명 이상이 볼일을 보아야 화장실 물을 내리고, 광고전단지를 묶어서 자녀에게 노트 대신 사용하도록 해야 부자가 된다.
세계에서 부자가 제일 많다는 미국의 부자들을 살펴보더라도, 부자들은 그야말로 절약의 화신이다. 어떤 날은 햄버거로 하루 세 끼를 때우고, 청바지 하나로 몇십년을 버티는 것이 미국 부자다. 최고급 핸드백을 산다든지, 수억원짜리 페라리를 쳐다본다든지, 그런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부자도 아니다. 부자는 그런 돈을 쓰지 않는다. 엉터리부자, 가짜부자들이 그런 소비에 돈을 쓴다.
한동철 교수는
현재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로,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대그룹 경영실장을 지낸 바 있으며, 국내 유수 기업의 자문교수와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을 비롯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