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마스터스 대회에서 양용은이 1라운드 12번 홀에서 벙커샷을 날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그라운드 5㎜ 속 재미
우승자에게 딱 한 벌 수여되는 ‘그린재킷’. 마스터스 대회의 상징이 돼버린 이 재킷은 1937년에 만들어진 ‘골동품’이다. 한 벌에 250달러에 불과한 ‘그린재킷’은 원래 회원들이 입던 옷이었다. 원가 250달러에 불과한 재킷이 모든 골퍼들이 선망하는 총상금 750만 달러짜리 상품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에 들어선 골퍼들은 너도나도 기독교 신자가 된다. 특히 11번~13번 홀을 거칠 땐 이들의 입에서 ‘아멘’이 절로 나온다. 업 다운이 심한 롤러코스터형 난코스가 계속되기 때문. 덕분에 이들 홀엔 죽음의 ‘아멘 코너’란 별명이 붙었다. 대회장인 오거스타는 1934년 첫 마스터스대회 이후 75년 동안 변신을 거듭해왔다. 더 길고, 더 좁고, 더 어려운 길을 끊임없이 개발해온 것. 새로 심은 36그루의 나무는 올 시즌 ‘아멘 코너’를 더 좁고 어렵게 만들었고, 골퍼들의 입에선 지난해보다 두 배 더 많은 ‘아멘’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나 더욱 드라마틱해진 승부에 골프팬들은 한없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개막 전날 밤 풍경
마스터스 골프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한국시각), 오거스타에선 ‘챔피언스 디너(champions dinner)’ 행사가 열렸다. 말 그대로 전년도 마스터스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 디펜딩 챔피언이 직접 선정한 메뉴로 구성된다. 올해 행사를 주관한 필 미켈슨(미국)은 스페인 요리를 선택했다. 해산물 파에야(스페인식 볶음밥), 라 만차 지역 치즈를 곁들인 소고기 안심, 스페인식 사과파이 등이 그 메뉴였다. 두 차례 마스터스를 제패한 스페인의 골프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54)를 위한 식단이었으나 2008년부터 뇌종양 투병 중인 바예스테로스는 병세가 악화돼 애석하게도 미켈슨의 정성을 맛보지 못했다.
1952년 벨 호건(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챔피언스 디너는 마스터스의 주요 관심사다. 자국을 대표하는 전통식을 차리는 선수들이 늘어나 역대 챔피언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고. 한편, 마스터스를 네 차례 제패한 타이거 우즈(미국)의 메뉴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1997년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된 우즈는 이듬해 치즈버거, 치킨 샌드위치, 프렌치프라이, 밀크 셰이크 등 ‘패스트푸드’로 역대 챔피언들을 대접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2002년엔 생선초밥과 스테이크, 2003년엔 생선회, 게살 케이크를 더해 저녁 식탁을 차츰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라운드 밖 에피소드
‘비상업주의’를 표방하는 오거스타. 그러나 ‘상업주의’ 팻말을 건 그 어떤 대회보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스터스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매년 1억 달러를 넘기고 있기 때문. 대회 공식 상금인 750만 달러는 ‘과자값’에 불과하다. 해마다 4월 초 열리는 마스터스 주간에는 미국 각지에서 20만~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때문에 오거스타에는 ‘제13월(13th month)’이 존재한다. 1년 12개월 외에 마스터스 특수 주간을 별도로 인식할 정도라고. 마스터스는 타이틀 스폰서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지만 갤러리 입장권 및 기념품 판매 대금, 중계권료 등으로 40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출현한 암표상들 덕분에 4일간 관람권 값은 4000 달러 이상을 호가했고, 오거스타는 또 한 번 미소 짓게 됐다.
#도대체 누가 회원인데?
마스터스 대회는 다른 메이저대회와는 달리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한 곳에서만 벌어진다. 오거스타는 아직도 여성에게 문호를 열지 않은 ‘콧대 높은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흑인은 1990년이 돼서야 겨우 회원 자격을 부여받았다. 정식 회원도 300명에 불과하다. 오거스타는 회원 신청을 받지 않는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자동으로 회원 자격을 부여받지만 그 외 사람들에겐 하늘의 별따기다. 결원이 생길 때 특정인에게 초청장을 발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
반면, 회원 가입금은 1년에 2만 5000~5만 달러로 미국 유명 회원제 클럽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오거스타의 승인을 얻은 회원으로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잭 웰치 GE 회장 등이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선 아이젠 하워가 오거스타의 유일한 회원이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빌 클린턴은 회원 가입을 거부당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다. 오거스타의 출입은 물론 라운딩을 위해선 회원의 초청이 있어야만 한다. 회원이 자신의 애완견을 데리고 라운딩을 할 경우 애완견에 대한 게스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